노점 ‘양성화’한다더니 갑작스런 노점 ‘단속’은 왜?
노점 ‘양성화’한다더니 갑작스런 노점 ‘단속’은 왜?
  • 강찬호
  • 승인 2008.02.18 23:48
  •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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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역 350여명, 3천8백만원 용역비 집행...자연석 의자 놓고 노점과 용역 1시간여 대치...시민 통행 불편.



▲ 노점 상인들 50여명과 용역 100여명이 한 시간여 동안 대치했다.

시가 18일 갑작스런 노점 단속에 나섰다. 이에 앞서 시는 4천여만원을 들여 노점 영업자리에 자연석 의자를 배치했다. 이에 노점 상인들은 해당 의자를 다른 곳으로 옮겨 놓았고 시는 용역을 투입해 원래 자리로 의자를 옮겼다. 이날 노점 단속과 자연석 의자를 옮기기 위해 350여명의 용역이 동원됐고, 시는 용역비 3,800여만원을 집행했다. 노점과 용역의 대치 상태로 시민들은 통행의 불편을 겪었다.
 
광명시 도로구역 영업시설물 관리에 관한 조례, 일명 '노점 양성화' 조례가 시의회를 통과한 것이 지난 2월1일이다. 조례 통과 후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시가 갑작스레 노점 단속에 나선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시는 자연석 의자를 노점 자리에 놓았고, 노점은 노점 자리를 되찾기 위해 자연석을 밀쳤다. 
    노점을 막으려는 시와 노점을 하려는 상인들이 자리를 놓고 신경전이다.  

시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350명의 용역이 광명시 일대 노점 단속에 투입됐다. 철산동 지역과 광명동 지역 일대 전국노점상연합회 소속 노점 상인들은 사전에 단속 소식을 접하고, 이날 노점을 펼치지 않았다. 그리고 상업지구 문화의 거리 원형광장에 모여 항의집회를 진행했다. 결국 시는 용역을 동원해 시 외곽 노점을 부분 단속하는 것에 머물렀다.

그리고 오후 6시경 노점상 50여명과 용역 100여명이 대치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런 상황의 한 복판에는 시가 4,126만원의 예산을 들여 설치한 자연석 의자 45개가 있었다. 시는 지난 15일 새벽 이들 자연석 의자를 상업지구 문화의 거리와 철산역 주변에 배치했다. 평소에 노점상들이 영업을 했던 자리에 자연석 의자를 놓아 노점이 자리 잡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시가 자연석 의자를 놓자, 노점 상인들은 이 의자들을 주변으로 다시 이동시키고 노점을 설치할 공간을 확보했다. 



▲ 용역들이 노점 상인들의 상업지구 진입을 막는 사이 지게차는 자연석 의자를 노점 자리에 
    다시 갖다 놓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상업지구가 막혀 시민들의 통행도 불편했다.

그리고 18일 저녁 자연석 의자를 다시 원래 위치로 놓으려는 시측과 이를 대행하는 용역, 그리고 밀쳐놓은 자연석 의자가 원래 자리로 돌아오는 것을 막으려는 노점이 대치했다. 검은 복장을 차려 입은 100여명의 용역은 상업지구 문화의 거리 진입로 2곳을 막고 노점 상인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리고 이들을 막고 있는 사이, 지게차를 동원해 밀쳐진 자연석 의자를 원래 자리로 이동시켰다. 이 사이 진입을 시도하는 노점 상인들과 이를 저지하는 용역들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다. 몸싸움 도중 1명의 노점 상인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러한 대치상태와 몸싸움은 한 시간 이상 진행됐다. 



▲ 중년의 한 여성 노점 상인이 몸싸움으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퇴근시간 무렵 진행된 노점 상인들과 용역의 대치상황으로 인해 시민들은 통행의 불편을 겪었다. 용역들이 상업지구 문화의거리 진입로를 막자 일부 시민들은 항의를 했고, 일부는 돌아서 상업지구로 들어가야만 했다. 또 검은 복장을 한 100여명의 용역들이 문화의 거리를 활보해 시민들은 위협감을 느꼈다.

이날 많은 시민들이 노점과 용역의 대치 상황을 지켜봤다. 용역 반원들 중 일부는 저항하는 노점 상인들을 향해 입에 담을 수 없는 막말과 욕설을 내 뱉었다. 이를 지켜보는 한 시민은 “시 예산으로 용역 깡패를 동원하냐”며 시 행정을 비판했다. 다른 시민은 “왜 단속하냐. 저 사람들은 노점 이용을 안 하냐”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 이렇게라도 나와 싸우지 않으면 노점을 할 수 없는데....

이날 50여명의 노점상인들 중에는 상당수가 여성들로 중년과 70대 이상 어르신들도 많이 눈에 띠었다. 광명사거리 일대 영세 노점상들이 대거 참여한 것이다. 칠순이 훨씬 넘어 보이는 한 여성 노점 상인은 “이렇게라도 나서지 않으면 하루하루 살아가기 어렵다. 노점하려면 나와 싸워야 한다”며 몸을 힘들게 움직이기도 했다.  

 

노점 상인들은 시가 자연석 의자를 설치하자 15일 저녁부터 상업지구 원형광장에 천막을 설치하고 항의 농성에 들어갔다. 18일, 철산동과 광명사거리 일대 노점을 철수하고 철산동 상업지구에 집결해 이날 오후 2시 노점탄압 중단을 외치며 항의집회를 진행했다. 노점 상인들은 오는 20일까지 철산동과 광명동 일대에서 항의집회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자연석 의자 설치와 함께 노점을 단속한다는 시의 은밀한 계획이 이들에게 전달됐기 때문이다.

이날 저녁 상황으로 인해 전국노점상연합회 광명지부 소속 회원들은 다른 지역 노점상인들과 연대해 전면적인 대치상태에 돌입할 것을 내부적으로 타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향후 더 큰 갈등과 충돌이 예상되고 있다.

한편 시가 이날 하루 투입한 350명의 용역비는 3,800만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시는 지난 해 7억7천만원의 용역예산을 세웠지만 집행하지 못했다. 그리고 5억여원의 용역예산을 올해로 이월시켰다. 



▲ 1시간여 대치 상태 후 100여명의 용역들이 상업지구를 가로질러 철수하고 있다. 
    검은 그림자의 흐름은 시민들에게 위협적이다.

노점 단속에 대해 철산동 노점상인들의 대표를 맡고 있는 나승환 지역장은 "그동안 시와 노점 정비문제를 놓고 협의를 해왔다"고 말했다. 나 지역장은 "노점 개수를 줄이는 문제나 환경미화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협의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었지만, "시는 문화의거리 일대 노점을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을 주장해 수용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또 "서울시 등에서 추진하는 노점 양성화 흐름에 맞춰 마차형 모델에 대해 전노련 차원에서 실시되는 다른 지역의 사례를 시에 제시하기도 했는데 수용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몇 차례 협의가 있긴 했지만 이번 노점 단속은 시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라며 당혹스럽다는 표정이다. 



▲ 이날 6시경 100여명의 용역들이 차량에서 내려 상업지구로 진입하기 위해 대기 중이다.

반면 노점 단속과 관련된 시 관련 부서는 도로과와 지도민원과 2개 부서로 나눠 진행되고 있다. 도로과는 보행자 통행권 확보를 명분으로 자연석 의자를 배치해 노점도 막고 시민 편익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지도민원과는 확보된 노점 단속 예산을 언제든 사용해야 하는 입장이다. 또 노점이 불법이라고 하는 법 현실과 거리 질서 확립이라고 하는 원칙으로 노점 단속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단속 방식과 단속 시기다. 시가 도로영업시설물 관리 조례를 통과시킨 것이 지난 1일이다. 이 조례에 따르면 시는 노점에 대해 8.4㎡ 이내 규격으로 판매대를 설치하도록 하고 도로 점용료를 받겠다는 것으로 사실상 노점을 양성화하는 것이다. 규격이나 설치문제 등 절차와 세부적인 적용 문제는 영업시설물 관리 운영위원회를 둬 심의하고 조정해 가도록 했다. 



▲ 50여명의 노점상인들은 대부분 여성이고 중년에 어르신들도 많다. 
    반면 용역은 100여명이 현장에 투입됐다.

따라서 노점 정비 계획, 양성화 계획에 따라 향후 일의 절차를 마련해 처리해 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돌연 노점 단속이 시작된 것이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단속은 단속이고, 양성화는 양성화"라며 별개라는 논리를 폈다. 또 "먼저 노점 수를 줄인 후 양성화를 하는 것"이라며 "노점 측에서 자진정비안을 내 놓지 않아 단속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결국 시가 노점 양성화와 노점 단속이라는 모순된 정책을 동시에 집행하면서 노점 혼란과 갈등을 야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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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쎼시민 2008-02-29 05:46:10
저밑에 두사람은 알바의 냄새가 난다.

광명시민 2008-02-22 08:46:15
전 앞으로 광명시민신문 팬입니다 기사를 아주 속시원하게 써주셨어여
시민을 위한 시장을 뽑아놨떠니 광명시민을 저런 어린양아치같은 넘들한테 밟히게 하다니 울분이 다 터집니다 광명시장이 미친거 아닐까 생각하는데 ...

광명시민 2008-02-22 13:48:56
철산상업지역 문화의 거리는 유동인구가 밀집한 곳으로 길거리 음식을 활성화해도 무방하리라 생각된다.
물론 과도하게 밀집되어 통행에 방해되는 부분과 미관을 해치는 것에 대해선 개선을 해야 할 것이다.
노점상들이 늦은 오후에 모여드는 벚꽃길 차량노점에 대해선 강력한 단속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벚꽃길 차량노점들은 도로가에 차량을 주차해 놔서 차량 통행을 방해하고 있으며, 인도에도 물건을 늘어놔서 보행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광명시장과 광명시청 공무원들은 먼저 행해져야 하는 것을 파악하고, 조치를 취해야 할 것으로 보여진다.
행정편의주의적으로 업무를 처리할 것이 아니라 누가 언급했듯 광명시민의 맘을 헤아리며 섬기는, 광명시민을 위한 시행정을 펴 나갔음 좋겠다.

2008-02-29 00:04:36
저사람들을 단속하기전에 왜 저사람들이 나와서 해야만했을까를 생각하는게 우선아닐까 싶습니다.
보아하니 깡패들 돈주고 산거같은데 깡패살돈과 자연석박을돈으로 저소득자나 빈민들을위한 복지에 힘서야하는게 먼저가 아닐까싶습니다.
그리거 저기 광명 중앙로아닙니까? 저기 애들 맨날 술먹고 싸우던데. 언젠가 저 자연석에 머리깨지는 애들 나올거 같습니다그려.. 쯧쯧.

글쎄 2008-02-21 10:49:21
제가 보기에는 길거리를 떡하니 막고있는 노점상들의 안일한 장사행태를 보는것보다 이런 단속을 하는 편이 좋은 것 같은데요....요즘 길거리가 얼마나 깨끗한 지 저는 속이 다 후련하던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