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살 어린이 생명 앗아간 ‘보행안전 불감증’
8살 어린이 생명 앗아간 ‘보행안전 불감증’
  • 강찬호
  • 승인 2008.02.29 0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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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2학년 어린이 사망. 승용차 운전자 부주의...사고 주변 여건 보행안전 심각.



▲ 보행자에 대한 아무런 안전장치가 없는 도로 여건. 사고현장 표식이 있는 곳을 한 차량이 지나가고 있다. 

결국 올 것이 왔다. 사고 현장을 지켜본 시민들은 “생각만 해도 끔직하다”며 “더 이상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시급한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광명시 구시가지의 열악한 도로는 시민의 생명을 위협해 왔다. 대책이 없다며 손을 놓고 있는 동안 사고의 위험은 늘 존재했다. <광명시민신문>은 여러 차례 이런 문제를 우려해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해왔다. 그러나 시민들의 보행안전은 미흡하다. 도시여건만 탓하고 있을 때가 아닌 것이다.

28일 오후 2시. 철산1동과 광명1동을 사이에 두고 광복시장입구 근처에서 초등학교 2학년 어린이(목00, 8세, 여, 개봉동 거주, 광명북초2학년)가 편도 1차선 도로를 건너다 승용차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어린이가 사고를 당한 곳은 횡단보도와 불과 1~2미터 떨어진 곳이다. 사실상 횡단보도를 건넌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런데 횡단보도에 신호등은 설치돼 있지 않았다. 



▲ 보행자를 위한 도행도로, 즉 인도는 없다. 차도가 곧 보도가 될 수 밖에.

광명경찰서 관계자는 승용차 운전자의 과실로 사고원인을 추정했다. 사고현장이 시장 입구 근처로 사람들의 통행이 빈번한 곳이고 좁은 도로 여건상 속도를 내서 운전할 곳은 아님에도 당시 운전자는 속도를 내서 운전을 하고 주의를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고 자체를 놓고 보면 신호등이 없는 도로를 건너는 어린이가 부주의 운전을 한 운전자에 의해 사고를 당한 것으로 결론을 낼 수 있다. 

그러나 이 사고를 가해자인 운전자와 피해자의 문제로만 국한해서 보기는 어렵다. 이미 이 일대 도로여건은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하기에 충분하고, 안전대책은 부재하다. 따라서 언제든 제2, 제3의 사고를 야기할 수 있는 곳이다.

이 일대 도로는 노선버스가 다니고 있음에도 인도와 차도는 구분이 없다. 노란선이 차도와 인도를 구분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차도를 제외한 인도만으로는 보행이 불가능한 구간이 많다. 결국 시민들은 차도를 이용해 보행을 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잦다.

차량들 역시 차도를 보행하는 보행자를 살피며 운전해야 한다. 차도 역시 여건은 어렵다. 차도 주변에 주차된 차량들로 인해 편도 1차선인 구간을 무시하고 중앙선을 넘나들어야 한다. 그래야 차량 흐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 인도 없는 도로에서 노선버스가 승객을 내린다. 가까스로 승객들은 차도와 인접해 걷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보행자는 보행자대로, 차량은 차량대로 상시적인 위험을 안고 있다. 특히 심각한 것은 보행자의 안전문제다. 보행자의 안전을 확보할 수 없는 도로여건과 주변여건은 결국 심각하게 보행자의 생명을 위협한다.

이날의 사고 역시 이런 맥락과 다를 바 없다. 횡단보도에 신호등이 없다. 사고지점은 좁은 인도와 차도 구간이고, 시장인근으로 빈번한 유동인구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도로 진입을 차단하는 안전장치도 설치돼 있지 않다. 결국 보호자도 없이 초등학교 2학년 어린이는 도로를 건너다 사고를 당한 것이다.

사고 현장 인근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이번 사고에 대해 “끔직하다. 조속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불과 몇 년 전에도 한 시민이 사고를 당해 한쪽 다리를 다쳤고 아직도 치료를 받고 있다”며, 또 다른 사고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음을 우려했다.

또 철산동 두산위브 아파트에 산다는 한 주민도 “남의 문제가 아니다. 집단적으로 시청에 민원을 넣어야한다”며, 불안해했다. 인근 상점주들과 주민들도 이날 사고에 대해 안타깝다며 지켜보는 분위기였다. 

시의회는 지난해 9월 문현수 의원의 발의로 광명시보행조례를 전면 개정해 통과시켰다. 인간중심의 도시를 만들기 위해 보행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시민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문제들로부터 시민들의 보행권, 보행안전 확보를 통해 ‘안전한 도시’를 만들자는 취지다. 그러나 제도로 입법화 됐음에도 실행의 속도는 더딘 듯하다.

사고를 접한 한 공무원은 “보행안전의 문제에 대해 보행자의 생명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곳을 조사해 먼저 조치를 취하는 방식으로 일을 추진해야 하는데 아쉽다”며, 행정 내부의 일처리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구시가지 도로여건 등 도시여건을 탓하기 이전에 있는 문제에서 대안을 찾기 위해 유관기관들과 적극적인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며 방법론을 거론하기도 했다. 

시의회는 조례를 전면개정했고, 시는 지난 해 보행환경개선대책을 마련했다.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푸른광명21은 보행환경 개선 사업을 주력사업으로 설정해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노력이나 시도에도 불구하고 시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현장은 달라지지 않았다. 어디에선가 탁상행정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시민의 안전문제가 위협받고 있다면, 바로 그곳이 모든 행동의 출발점이 돼야 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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