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게 늘어선 철산동 분향소...애도와 만남의 광장
길게 늘어선 철산동 분향소...애도와 만남의 광장
  • 강찬호
  • 승인 2009.05.27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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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후원물품 전달...애도 인파 퇴근시간대 길게 늘어서...각양각색 시민표정.



▲ 26일 저녁 9시경 퇴근하는 시민들이 조문 대열에 합류에 길게 늘어섰다.

“To. 이제는 고인이 되신 노무현 전 대통령님.
안녕하세요. 노무현 대통령님. 전 광명고등학교 3학년 신00라고 합니다. 지난주 주말 저는 대통령님의 부고 소식을 들었습니다. 자살이라는 선택이 분명 옳은 방법은 아니지만 얼마나 힘드셨기에...라는 생각만드네요. 저는 정치계를 잘 모릅니다. 하지만 이제부터 저에게 있어  정치계는 “한 평범한 꿈을 가진 전 대통령을 죽음까지 내몰고도 아무렇지 않은” 그런 곳이라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 당신이 후보가 되고 당선이 되었을 때 기뻤고 탄핵위기 때에는 함께 화가 났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화가 나고 이 나라 정치에 대해 회의가 드네요. 부디 좋은 곳 가셔서 편히 쉬시길 기도하겠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한 줄기 희망이 되어 주셔서 감사하고 죄송합니다.”

26일 철산동 2001아울렛 앞에 마련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를 찾아 조문한 한 광명고 여고생은 별도로 작은 메모지에 정성껏 글을 써와, 분향소 운영진에게 무조건 메모를 전달했다. 분향소 운영자는 그 메모를 기자에게 전달했다. 여고생에게 비친 한국정치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마음이 담겨 있다.

조문을 위해 길게 늘어선 대열에서 교복을 입은 광명북고 여고생들은 ‘화가 난다’며 “우리가 ‘광명북고당’을 만들어서 직접 정치를 하자.”고 말하기도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가 10대들에게 비치는 한 단면들이다. 그들에게도 노 전 대통령의 서거는 ‘울림’이고, 현실정치에 대한 ‘발언’이기도 하다.   

철산동 분향소를 찾는 시민들의 발길은 25일에 이어 26일에도 이어졌고, 조문객은 더욱 늘어나는 추세이다. 분향소를 지키는 문현수 광명시의원은 하루 종일 조문객이 이어지고 있고, 특히 이날 오후4시부터 줄이 길게 늘어서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기자는 저녁 9시부터 현장을 지켰다. 길게 늘어선 조문객의 줄은 저녁 11시가 되면서 다소 한가해졌다. 

조문객들은 방명록에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애도의 마음을 담아 글을 남긴다. 때론 노란 리본을 줄에 매달기도 한다. 이미 분향소 주변은 노란 리본이 가득 매달려 있고, 분향을 마치고 봉하로 가져갈 방명록에는 시민들의 다양한 글들이 감동적으로 게재되고 있다.

지나던 택시기사는 택시 운행을 하며 모아 둔 9천원의 잔돈을 지폐로 바꿔와 분향소를 운영하고 있는 국민장광명장례위원회에 전달했다. 2001아울렛 측은 이날 저녁 10시경 야쿠르트 1천개를 조문객들을 위해 나눠주었다. 물, 음료수, 헌화 국화, 리본 등 조문에 사용되는 각 종 물품에 대한 후원도 답지하고 있다. 분향소 주변 장례위원회 현수막도 협찬으로 부착되고 있다.



▲ 가족단위로 조문하는 시민들도 많이 눈에 띠었다.

분향소를 찾는 시민들도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각양각색이다. 이날 오후 금강정사 주지스님과 일행이 방문해 조문했다. 지역의 한 태권도학원은 원생들과 함께 단체 조문을 했다. 공무원, 군인들의 모습도 많이 눈에 띠었다. 휠체어를 끌고 나와 조문하는 장애인도 있고, 어린 갓난아이를 안고 나와 조문하는 젊은 주부들도 눈에 띠었다.  



▲ 2001아울렛은 1천개의 야쿠르트를 조문객에 나눠주었다.

조문을 하는 시민들 외에도 길 가는 시민들은 분향소 옆에 마련된  영상물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의 연설이나 살아생전 활동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했다. 

분향소를 지키는 이들은 교대로 조문객을 맡고 있다. 문상을 받는 이들 외에도 조문객의 가슴에 달 검정리본을 자르고, 나눠 주며 부착해주는 자원봉사의 손길도 이곳저곳에서 눈에 띠었다.

바보 노무현, 정치인 노무현, 대통령 노무현....故 노무현 대통령은 그렇게 다시 사람들의 가슴 속에서 되살아나오며 시민들의 마음과 마음을 하나로 묶어 가고 있다. 


▲ 방명록에는 애도와 감동의 글들이 실렸다.


▲ 짬짬이 시간을 내어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시민들.




▲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상물을 지켜보는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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