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학교 '볍씨학교'를 살려주세요!!
대안학교 '볍씨학교'를 살려주세요!!
  • 변선희
  • 승인 2010.05.25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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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변선희 (볍씨학교 학부모)

전국은 지금 4대강으로, 광명은 지금 보금자리로 몸살을 앓고 있다!

광명에 살면 복잡한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도 어디서나 조그마한 산과 숲, 하천, 나무, 식물, 곤충, 생물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안양천, 목감천, 구름산, 도덕산, 철망산, 안터 생태공원, 영회원 등은 광명의 ‘아마존’으로 도심의 허파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유난히 길었던 겨울 탓인가, 나는 하안도서관 가는 길 철망산에 올라 진달래를 따와 화전을 붙여먹는 호사를 누렸다. 뒤늦게 봄바람을 맞고 행복감에 젖기도 했다. 주위를 둘러 눌러봐도 크고 높은 아파트뿐인 공간에서 이런 행운을 맛볼 수 있는 것도 다 광명에 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난 4월, 날벼락 같은 정부 발표가 있었다. 내가 살고 있는 광명이 제3차 보금자리 주택지구로 지정되었다는 것이다. 정부 주도의 특별법으로 그린벨트와 자연을 일시에 없애버리고, 네모 반듯 높다란 아파트를 지어 올린다는 구상이다. 그것도 서민들을 위한 보금자리라는 명분으로 말이다. 현 정부가 대다수 국민의 반대를 무릎 쓰고 강행하고 있는 4대강 사업은, 강을 살린다는 명분이지만 실제로는 물고기들이 떼죽음 당하는 현실이 되고 있다.

보금자리 특별법도 마찬가지다. 어느 곳에도, 오랫동안 이 지역에서 뿌리내리고 살아왔던 원주민들과 서민들의 보금자리를 위한 조항은 없다. 원주민들과 정착농민, 학교, 일터와 자연을 없애버리고 내쫓는 방식으로 아파트를 짓겠다는 것이다. 도대체 이것을 누가 원했단 말인가? 서민들은 이러한 막가파식 개발을 원하지 않았다. 일시에 집과 직장, 학교, 논과 밭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 서민들은 지금 이 날벼락 같은 보금자리 특별법 앞에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볍씨학교 설명회에 참석하기 위해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볍씨학교로 향하고 있다. 대안학교로 사랑받아 온 학교터전이 3차 보금자리 주택지구로 지정돼 사라질 위협을 받고 있다.

현 정부가 건설경기 부양책으로 급조해낸 보금자리 주택사업은 8차까지 계획되고 있어 수도권에 그나마 남아있던 그린벨트를 일시에 해제시킬 수 있는 위력을 발휘하게 된다. 서민들을 위한 주택 공급이라던 보금자리 주택은 현재 준강남권 수준의 분양가를 넘나들고 있어, 진짜 집이 필요한 저소득 계층과 차상위 계층이 구입할 수 없는 ‘그림의 떡’이 되고 있다.

광명은 현재 광명KTX역 역세권 개발, 광명동 뉴타운 개발, 철산동 재개발, 소하택지 개발로 동시에 도심 전체가 흙먼지를 날리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거나 개발을 앞두고 있다. 올해 입주를 시작한 철산동, 하안동 신규 아파트 물량도 남아도는 공급과잉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보금자리 아파트를 보급한다면 광명의 70%를 차지했던 녹지와 생태계는 일시에 사라져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자연이 흔적조차 없어지고, 광명 지역은 부동산 침체의 희생양이 되고 말 것이다.

광명이 대규모로 개발된다고 손뼉 쳐서 좋아할 일이 아니다. 그 댓가로 사라지게 될 많은 유형, 무형의 많은 것들을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 광명의 색깔을 살리고 차근차근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한 개발이 되기를 희망한다.

평생학습도시 광명 교육 위상 높인, 풀씨-볍씨학교 터전 보존해야!

이번 보금자리주택 3차 지구에는 10년 전부터 대안학교의 모델이 되어왔던 풀씨학교, 볍씨학교도 포함돼 논란이 일고 있다. 풀씨학교, 볍씨학교에는 현재 200여명이 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땅과 자연을 터전 삼아 배움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볍씨학교는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 우수대안교육시설로 선정되기도 했다.

볍씨학교가 갖는 가장 큰 힘과 장점은 지역과 소통하는 학교라는 점이다. 현재 광명시내 2개 곳의 지역아동센터를 매달 방문해 볍씨학교 교육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매달 광명시 지역 곳곳을 누비며 어린이 벼룩시장, 어린이 전래놀이마당 등 동네활동을 열고, 장애아 통합교육 현장을 찾아 소외된 이들과 함께 하고 있다. 지역 학부모들을 위한 강좌와 초등학교 어린이 방과후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개최해왔다.

▲ 볍씨학교 학생들의 활동 장면1.

▲ 볍씨학교 학생들의 활동장면2.

▲ 볍씨학교 학생들의 활동장면3.

무엇보다 볍씨학교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광명을 사랑하고 정주의식(定住意識)이 높다. 실제로 볍씨학교를 다니기 위해서 수도권과 타 지역에서도 광명으로 전입해 오는 사례도 많다. 볍씨학교는 광명 지역사회와 생태에 기반을 둔 지역학교이기 때문이다. 볍씨학교 10년의 역사는 대안교육 실험의 역사로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고 타 지역에도 모범적인 모델로 전파되고 있다.

광명은 ‘평생학습도시’를 표방하고 있다. 전국 지자체 중에서도 가장 먼저 나서서 광명을 ‘평생학습도시’로 선포하기도 했다. 매년 평생학습원 주최로 오리문화제 평생학습축제가 열린다. 올해 5월에도 어김없이 광명실내체육관에서 어린 아이부터 성인, 노인에 이르기까지 시민들이 함께 모여 다양한 문화 체험과 축제의 장(場)을 펼쳤다. 그만큼 광명은 이웃과 지역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민주 시민을 육성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징표다.

광명에는 현재 풀씨학교, 하늘 어린이집과 같은 생태유아교육기관과 볍씨학교, 큰나무학교, 구름산 학교 등 대안교육 현장이 있다. 이러한 교육 현장을 적극 지원하는 것은 평생학습도시의 위상을 높이고 광명시가 추구하는 다양한 민주시민 교육의 장을 발굴하는 광명시의 교육적 가치와도 잘 어울린다.

보금자리사업이 정부 시책이라는 이유만으로 광명시의 우수 교육 자산이 없어지는 것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 광명시가 먼저 나서서 중앙정부와 국토해양부, LH공사 측에 볍씨학교를 제3차 보금자리 주택지구에서 제외시켜 줄 것을 요청해 주기를 바란다.

▲ 볍씨학교 학부모들이 지역축제 현장을 찾아 시민들에게 볍씨학교가 처한 상황을 알리고 있다.

90년대 초반 영국의 대안학교 ‘써머힐’은 정부로부터 폐교 명령을 받았다. 그런 상황에 굴하지 않고 학생들은 자신들을 변호해줄 변호사를 찾아 학교 살리기에 적극 나섰다. 영국 법정은 학생들의 손을 들어주었고 결국 ‘세계대안교육한마당’을 써머힐에서 개최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지금도 정열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림책 작가 ‘존 버닝햄’은 써머힐의 상징 인물과도 같다. 소외된 이들과 세상에 대한 따뜻하면서도 날카로운 그의 시선은 써머힐의 교육 배경으로부터 나온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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