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 먹일 쌀은 있어도 동포 먹일 쌀은 없다니
짐승 먹일 쌀은 있어도 동포 먹일 쌀은 없다니
  • 이주현 (경기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
  • 승인 2010.07.16 11:0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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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의 강압적인 통치에 항거한 3.1만세운동은 남과 북이 공유하고 있는 자랑스러운 민족의 유산이다. 전쟁까지 치르고 체제를 달리하며 지내온 지 6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3.1절은 의미와 해석을 공유하며 남과 북의 동질성을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유산이다. 그 3.1절 이면 진한 감동으로 와 닿는 이야기가 있다. 정확한 사실 여부보다 더 중요한 감동과 교훈이 진하게 남는 이야기다.

일제에 협조한 을사오적 중 대표적인 매국노를 든다면 단연 이완용을 꼽는다. 1905년 을사조약을 비롯하여 한일신협약과 한일합병조약에 서명, 나라를 팔아먹은 대표적인 매국노다. 그는 그 대가로 남작 작위를 받았고 거액의 보상금까지 챙겨 조선에서 두 번째 부자가 되었다. 그런 그가 3.1만세운동에 대하여 어떤 태도를 취했을까? 보나마나 뻔한 일이다. 실제, 그는 1905년 4월 5일 ‘매일신보’에 “황당한 유언에 미혹치 말라”는 글을 통해 3.1운동에 대한 부당함과 무모함을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3.1운동이 일어나기 전 3.1운동의 주체들로부터 참여를 권유받았고, 이완용은 “매국노로 찍혀서 안 된다”는 답변으로 거사를 묵인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또 한 사람, 당시 악명 높았던 종로경찰서 조선인 형사 ‘신철’에 대한 이야기다. 그는 거사 직전 독립선언문을 인쇄하던 천도교 인쇄소였던 보성사에서 거사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이종일 선생의 간곡한 권유로 묵인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나중에 돈을 받았다는 설도 전해지나 일본 측 문서에만 있고 조선 측 기록에는 없다고 하니 논란의 여지는 있다. 결국, 3.1만세운동이 대표적인 매국노들의 숨은 공로로 인해 성사될 수 있었다고 하면 억지일까? 천하의 매국노 이완용과 신철, 용서할 수 없는 반역자들이지만 그들 속에 남아있었던 마지막 양심과 본능, ‘민족’과 ‘동포’라는 거부할 수 없는 ‘운명’ 같은 그 무엇이 가슴에 뭉클하니 걸린다.

그게 뭘까? 반만년 이어온 동일한 역사와 정서, 그리고 동일한 언어에서 감지되는 공동체적 사고와 일체감… 손에 잡히는 실체는 없지만, 그걸 거부하지 못하는 것은 인간의 헤아림을 넘어서는 ‘운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만고의 역적소릴 들을 이완용도 일본의 앞잡이 노릇하던 신철도 예외는 아니었는가 보다. 그걸 애써 거부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완용이만도 못한 사람’이라는 소릴 들어도 마땅하다.

현재, 남한에 쌀이 남아 아우성이다. “남아도는 경기미 쌀값대란 또 오나”, 이는 한국전쟁 60돌을 맞이하는 6월 25일, 지역언론에 난 기사제목이다. 이에 앞서 전농과 시민단체가 경기도청 앞에서 ‘대북쌀 지원 법제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기도 했다. 남아도는 쌀로 인해 올 해만 2,000억 원의 보관비용을 국민세금으로 써야 한단다. 고령의 농촌 일손으로 거둔 결과지만 마냥 좋아할 일이 아니라니 이해는 되지만, 언뜻 수용이 안 된다.

하여, 정부에서는 남는 쌀을 짐승 사료로 사용할 것을 검토하기 시작했단다.(6월 28일, 한겨레 프리즘) ‘우리 쌀을 먹인 우리 한우’가 머지않아 식탁에 오를 것을 기대하며 좋아해야 할 일일까? 당장의 재고를 줄이려는 고육지책인줄은 알지만 씁쓸하기 그지없다. 천안함 사태 이후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는 대북관계 때문이다.

천안함에 실려 있는 MB정부의 감정을 모르는 바 아니다.(논란의 여지는 많지만, 아무튼…) 그러나 그 사건이 아무리 막중하더라도 반만년이라는 유구한 세월을 이어온 ‘민족’과 ‘동포’라는 운명을 단절시킬 수는 없는 일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서러운 게 배 곪는 것 아니겠는가? 남는 쌀을 짐승의 사료로 사용하면서 배 곪는 동포에게 줄 쌀이 없다는 것은 말도 안 될뿐더러 천벌을 받을 일이다. 동족을 떠나 인간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아무리 그래도 이완용이 만도 못한 사람들이 되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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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2010-07-22 17:34:13
대부분이 군량미로 들어가고 소수 상위계층에게 가고 일반 국민들에게는 돌아가지 않아요. 그 쌀로 지은 밥 먹은 군대가 천안함을 폭파한 것을 잊으시면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