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사람들>나는 거리의 화가라오. 시청앞 이윤희 어르신
광명사람들>나는 거리의 화가라오. 시청앞 이윤희 어르신
  • 강찬호기자
  • 승인 2003.11.20 12:0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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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사람들>시청 앞 도장집 운영자 광명사람 이윤희 어르신

나, 손재주 많은 거리의 화가라오.

 

 

 

▲ 스스로 '거리의 화가'라고 말하는 이윤희 어르신은 가게 앞에서 늘 그림을 그린다.

 

“인생 살면서 시간을 야무지게 아껴 써야 하지. 시간을 헛되게 보내는 것은 낭비지.” 그리고 “인생은 즐거워야 한다.”며 인생을 예찬(禮讚)하는 사람이 있다. “인생은 보람되게 살아야 한다.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 누굴 위해서가 아니다. 태어난 이상 앞장서서 모범이 되려고 해야 한다. 황금만능주의시대라고 해도, 욕심 버리고 교양 있게 살아야 한다. 그리고 돈보다는 건강이다.” 젊은 세대들에 대한 인생 주문이다. 광명사람 이윤희(69) 어르신이다.

 

거리의 화가...이것이 인생이다.

 

이미 이윤희 어르신을 아는 사람도 많겠다. 광명시청 앞에서 조그마한 도장집을 운영하는 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장집만으로 이분의 존재를 알게 된다면, 주로 도장집을 이용하는 사람들에 한해서 일 것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분의 존재를 알 것이라고 미루어 짐작하려면, 뭔가 다른 ‘꺼리’가 있어야 할 것이다. 있다. 이윤희 어르신은 시간이 나는 대로 자신이 운영하는 가게 앞에서 그림을 그린다. 늘 가게 앞에는 화구가 놓여져 있어 지나는 사람들은 이 어르신이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나, 화구를 접하게 된다. 물론 무심코 지나는 바쁜 현대인들에게는 눈에 띠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리고 또 있다. 그림을 그리는 그 장소 바로 옆, 가게 앞에는 그림의 소재가 되었던 화분들이 놓여져 있다. 꽃도 있고, 파, 고구마, 무우 등이 화분에 심어져 있다. 가끔 나비가 꽃 화분으로 찾아오기도 한다. 이것들을 가꾸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한다. 작은 공간이지만, 그 안에 자연에 대한 마음이 깃든다고 한다. 그러면서 세월의 흐름을 느끼기도 한다. “그림을 그리고 있노라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하루가 한 시간이다. 맘이 비워진다. 어린아이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꽃도 좋아하고, 나무의 파란색도 좋아한다.” 그림을 그리는 이유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그림을 보면서 잘 그린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고, 물감을 같다주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지인들에게 그림 선물한다.

 

이윤희 어르신이 이곳에서 도장집을 운영한 것도 15년 정도 되었다. 그 전에는 중견기업에서 20여년 일을 했다. 교편을 잡으셨던 부친이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보다는 생계를 꾸리기 위해 직장생활을 했다. 그러나 사람은 자기 기질대로 가는 법인가 보다. 이윤희 어르신은 손재주가 남달랐다고 한다. 그리고 눈썰미도 좋았다고 한다. 손으로 못하는 것이 없다고 한다. 이발, 그림, 글씨...결국 직장생활을 접고 손재주를 이용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섰다고 한다. 그것이 지금의 일이다.

▲ 칠순을 바라보지만 마음은 청춘

 

재주를 살려 어깨너머로 배운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둘째아들과 함께하고 있다. 주로 아들이 일을 하고, 바쁘면 거드는 형태다. 비교적 짬이 많이 난다. 그리고 짬이 나는 대로 그림을 그린다. 가끔은 길 건너 시청 정문 옆 쉼터 언덕 잔디에 앉아 해바라기를 하면서, 그리기도 한다. 그리고 그 옆에는 반드시 라디오가 함께 한다. 길동무다. 건전가요나 팝송을 즐겨 듣는다. 붓글씨를 쓰거나, 붓으로 난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검은 먹이지만, 이것으로 세네가지 그림을 표현한다고 한다. 색의 농도를 조절하는 것으로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혼자 표현하고 노력하는 것이 즐겁다는 것이다. 붓 그림이야 짧은 시간에 그려내지만, 수채화를 그리는 경우는 일주일에 한,두점 정도밖에 못 그린다고 한다. 사진을 찍어와 그리거나, 좋은 그림이 있으면 오려두었다가 그것을 보고 그리기도 한다. 그리고 완성이 된 그림은 지인에게 선물로 주거나, 모아둔다. 이렇게 모여진 그림이 50여점이다. 액자에 넣기도 하고, 파일로 모아두기도 하는데, 그려놓은 그림을 다시 보면 “이것이 내가 그린 그림이 맞나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종종 있다”고 한다.

 

청춘의 나이는 따로 있다.

 

이윤희 어르신은 지금도 하루도 거스르지 않고 줄넘기 오백개 이상을 한다. 건강을 지키기 위함이다. 출근도 자전거를 이용한다. 인터뷰 내내 기자는 이윤희 어르신이 무척이나 젊은 청년임을 느꼈다. 기자에게도 이렇게 만났으니 친구가 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한다. 멋쩍은 웃음이 그저 동심이다. 칠순을 앞두고 있지만, 이윤희 어르신은 경로당이나 파고다 공원이 자신의 행선지가 아니다. 앞으로 10년은 더 지금의 일을 할 계획이라고 한다. 지금처럼. “지하철 노인석을 배는 늘려야 한다. 노인 인구가 너무 늘어 났다.칠순, 이제 신입생이다. 아직 노인 축에도 안 든다.”
칠순을 바라보는 어르신이지만, 청춘의 나이는 따로 있는 듯하다. 역시 인생에 대한 태도다. 삶에 대한 열정이 베여 있고, 낭만이 깃들어 있다. 그래서 인생을 예찬한다. 스스로 지은 아호(雅號)가 춘환(春歡)이다. 그림, 꽃, 봄...을 좋아한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살만한 세상이다. 욕심 부리지 말고 즐겁게 살아야 한다. 앞으로 2세, 3세 후손들이 따라온다. 그들을 위해 길을 잘 닦아야 한다.”

 

 

  

<2003. 11. 20 강찬호기자 tellmec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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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연 2003-11-20 12:03:27
저도 어르신처럼 맑고 평안한 얼굴로 나이들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