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일 씨의 죽음이 헛되지 않아야 한다.
김선일 씨의 죽음이 헛되지 않아야 한다.
  • 이재길기자
  • 승인 2004.06.23 17:24
  •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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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선일 씨의 죽음이 헛되지 않아야 한다.

 

 

설마하던 일이 기어코...

 

우리는 세상에서 생명보다 더 귀한 것은 없다고 배웠고, 그렇게 믿고 살고 있다. 그러면서도 가금 전파를 타고 오는 먼 나라 생명들의 죽음의 소식에 대하여는 애써 무관심했다. 이라크 무장단체가 미국인을 참수하는 일들을 접할 때는 자승자박이라는 생각도 들곤 했다. 하도 생명이 죽어 나가는 일이 많으니 생명에 대한 존귀성이 조금씩 퇴화된 것 같아 혼자서 반성하는 게 우리들이다.
그런데 그 일이 남 일도 아니고, 먼나라의 일이 아니라 바로 우리 일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충격적인 소리가 방송을 타고 들려 왔다. 일어나선 안되는 일이 일어났다. 한국인 김선일 씨를 이라크 무장단체가 납치하여 참수시키겠다는 협박 장면이다. 미국인이 아니고, 일본인이 아닌 바로 대한민국 민간인인 김선일 씨가 조금은 익숙한 무장단체 군인들 앞에서 벌벌 떨며,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장면은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일이다.처음엔 설마 죽이겠는가 했다. 그런데 그 설마 하던 일이 기어코 진짜로 일어나고 말았다.

 

살아있는 자들의 분노가 되어...

 

우리는 이 일을 보면서 대한민국 국민인 것이 참으로 두려워 진다.
김선일 씨가 죽기 전에 두려워 한던 심정이 가슴 속에 밀려와 가득차고, 그것은 이내 살아있는 자들의 분노가 되었다.

먼저,
무고한 민간인을 살해한 이라크 무장 단체를 향한 분노다. 그들의 야만 행위는 그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생명을 존귀히 여기지 않는 자는 자기도 존귀받지 못한다.

우리의 분노는 이 일의 모든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한 부시와 근본주의자들이 일으킨 이라크 침략 자체에 대한 분노로 확대된다. 이 죽음의 배경에는 미국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악하고, 무례하고, 잘못된 지식으로 오염된 자들이 강력한 힘을 소유하게 되었을 때 일어나는 파괴력은 비극을 몰고 올 수밖에 없음을 다시 목격한다.

더나아가 우리의 분노는 .
이 나라, 이 정부에 적확히 꽂힌다. 탄핵이라는 벼락을 맞고 살아 온 것을 예수부활로 예화 삼던 대통령이 국민의 힘과 보호에 대하여 확신하지 못하고, 결국 파병을 강행하는 것을 보며, 한없는 분노와 허탈감을 느낀다. 미국의 강압에 의해 군대를 파견하겠다고 결정한 것이 김선일 씨 죽음의 직접원인이 되고 말았다. 정부가 민간인의 생명을 보호하기 보다는 죽음으로 내몬 당사자가 된 것이다.

 

제 국민도 못지키며 미국의 꼬붕이 되어서야?

 

침략전쟁을 경험하고 있는 나라의 무장단체 군인이라면, 우리가 아무리 파병의 정당성을 설명하고, 이라크 재건과 평화를 위해 군대를 파병한다고 설명한다고 설득당하겠는가. 그럴 수록 미국의 꼬붕이라고 더 믿게 될 뿐이다. 정부가 정말로, 이라크의 재건과 평화를 위해 군대를 파견하고자 한다면, 유엔의 결의에 따라야 정당성이 더욱 확보되는 것은 자명한 것이고, 또한 이라크의 재건 민간정부가 완전히 섰을 때, 그들의 요청에 의해서 파견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미군정이 엄연히 이라크를 지배하고 있지 않은가.

어쨌든 다른 나라의 재건과 평화를 위한다는 파병이 결국은 자국민도 보호하지 못하는 결과를 몰고 왔다. 제 나라 백성조차 보호하지 못하는 정권이라면 이제 우리 백성은 자기 목숨 자기가 지켜야 하는 냉엄한 현실 아래 놓인 것이다. 북한을 탈출한 동포들과 그들을 위하다가 잡혀간 이들과 로버트 김 같은 이들, 미군들에게 죽어간 민간인들, 그리고 수많은 의문사들의 연속선상에서 한 민간인의 죽음은 자기 목숨 자기가 지켜야 한다는 절박성을 안겨준다. 모진 운명이 비켜가길 바랄 뿐이다.

 

침략전쟁에 평화라는 모자를 씌운다고 달라질까?

 

탄핵에서 살아온 노무현 대통령은 미국이라는 거인을 무서워 하기 보다 그 자신이 말한대로 국민을 믿어야 했다. 그 결과는 이라크 파병 철회로 드러나야했다. 물론 이 일은 김선일 씨를 무참히 살해한 무장단체의 요구조건을 들어서 행하는 일이 아님을 분명히 하면서. 그리고 이라크 정부가 진정으로 평화와 재건을 위한 명분을 지니고 요청할 때만 파병한다는 원칙을 내세워야 했다. 그러나 철회라는 말은 없다. 이제 무장단체가 행한 참수로 인해 한국인이 공포에 떨고, 또 분열되어 한쪽에선 파병철회를 외치고, 그럴 수록 파병하자는 쪽으로 나뉠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차원에서 답을 재공한 일은 이것이다. 김선일 씨는 남이 아니라 바로 우리라는 인식 말이다.
어떤 의원이 "한 사람 잡혀간다고 파병 철회하는 나라도 있나요?" 했다는데, 아연실색 아니할 수 없다. 내 일이 아니라면 우리는 모든 일에 관대하다. 정당한 전쟁이라도 찬성하기 어려운 것인데, 하물며, 정당성이없는 침략 전쟁일 때, 그 전쟁에 우리 자식을, 우리 형제를 내몰며, 평화라는 모자를 씌운다고 될 일인가. 김선일 씨가 울부짖으며 살려달라고 외치는 모습이 바로 우리라는 인식의 준거에서 파병문제를 결정해애 한다.

 

김선일 씨의 죽음이 한낟 개죽음 되질 않길바란다.

 

말하기 가슴아프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얼마 전에도 기업인이 한강에 투신하는데, 큰 원인을 제공했다. 그때만 해도 개인이 허약해서 그럴 거라고 분노하지 않았다. 그런 시각이라면, 김선일 씨 일도 '왜 거기 갔나'로 귀착될 수 있다. 운명을 탓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제 자기 목숨 자기가 지켜야 하는 나라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이 좀 엉뚱해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믿었던 일말의 기대를 버린다. 그는 적어도 이 일에 참으로 엉뚱해야 했다. 왜 그러는지 모르지만 신행정수도 옮기는 일에 이 앙당물고 배수진치듯이 파병철회를 더욱 이 앙당물고 엉뚱하게 결정해야 했는데 두고두고 아쉽다.

흔히 말하는 보수언론과 보수단체는 왜 국민을 기만하는가. 미국이 '안보'를 이유로 주둔시키고 있는 주한 미군 빼내간다고 곧 나라가 망할 것처럼 아우성치더니 왜, 한국군까지 빼내서 이라크에 보내느냐고 난리 법석하지 않는가.

그리고 광명지역의 국회의원은 뭣하는가. 유승희 의원을 빼고, 이원영의원은 왜 입장이 왔다갔다 하는가? 전재희 의원은 왜 파병에 대하여 반대하지 않는가.

지금이라도 이라크 파병은 철회되어야한다.
김선일 씨의 죽음이 한낟 개죽음 되질 않길 바란다.

 

  

 <2004. 6. 23  이재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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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 2004-06-23 17:24:08
이재길 기자님이 약간 오해하신 부분이 있습니다. 이원영 의원은 처음부터 재검토에 참여한 바 있습니다. 이후 지난 21일 재검토 서명의원들의 모임에는 상임위의 일정과 겹쳐서 참석하지 못했을 뿐입니다. 어제 결의안을 내기위해서 22일에 서명을 했고 23일에 결의안을 낸 것입니다. 입장이 왔다갔다 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계속 같은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편집자 2004-06-23 17:24:08
이원영의원측에서는 파병 반대의 입장을 바꿔본적이 없다고 해명을 해왔습니다. 충분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그루터기 2004-06-23 17:24:08
파병 재검토안에 최종적으로 서명하신 것 다행이라 여겨집니다. 다만 입장의 변화가 없었다고 하시는데 18일 토론회에서 발의하기로 한 의원 명단에 이의원은 빠져 있었던 것이 사실이고 청와대 회동이후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입장 변화가 언론에 상세히 보도 되고 있던터라 당연히 파병찬성으로 입장을 바꾼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점을 고려해서 시기를 놓쳐 오해를 사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독자 2004-06-23 17:24:08
김선일씨가 안타깝게 먼 이국땅에서 비명에 죽은 것에는 애도합니다.그러나 이를 너무 확대해서 마치 국가를 위해서 몸바쳐 죽은 사람 취급하는군요. 열사라니요? 김선일씨가 왜 열사입니까? 이재길 기자님? 광명시민신문은 김선일씨를 열사로 규정하고 있습니까? 광명시민신문 책임자의 입장을 듣고 싶군요.이거 어이가 없군요. 그리고 광명시민신문의 논조가 파병 반대입니까? 객관적인 포지션을 찾지 않고 마치 조선일보처럼 여론을 만들려 하십니까? 열사???? 답변 바랍니다.

독자 2004-06-23 17:24:08
여기가 민노당 게시판이라면 확실히 그렇다고 밝히싶시요. 조선스러워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