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타운 사업은 ‘시민 물갈이’ 정책이다.
뉴타운 사업은 ‘시민 물갈이’ 정책이다.
  • 밝은광명청년회
  • 승인 2011.06.22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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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광명청년회, 지역 활동가들을 만나다(2) - 안경애 광명명시장상점가진흥사업협동조합장

이제는 집 앞 곳곳에 편의점과 대형마트가 들어서면서 시장에 가는 일이 많이 줄었지만 어린 시절에는 엄마 손을 잡고 시장에 가는 게 큰 재미였다. 오랜만에 시장에서 사람을 만났다. 광명시장상점가진흥사업협동조합(이하 시장조합)의 안경애 조합장이다. 그토록 급속하게 퍼진 편의점과 대형마트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어린 시절 그 모습대로 사람으로 북적이는 활기찬 곳이었으며, 안경애 조합장님은 시장만큼이나 열정이 넘치고 씩씩한 분이셨다.

400개가 넘는 점포가 존재하는 광명시장은 전국 7위의 규모를 자랑하고 있으며, 주말에는 유동인구가 5만 명에 이를 정도이다. 하지만 SSM(기업형 슈퍼마켓)의 확대와 뉴타운 사업 등으로 인해 상인들의 생존권과 시장의 존립이 위협 받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안경애 조합장은 시장은 상인들의 생존이 걸린 일터이며, 시민들에게는 저렴하게 질 좋은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이고, 광명시가 자랑할만한 명물이기에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와 함께 전통시장 역시 시대의 흐름에 맞는 모습으로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고 보았다. 더 친절하고, 더 깨끗한 시장, 시민들의 원하는 형태의 시장으로 다가가야 한다고.

이하 인터뷰 전문.

밝은광명청년회(이하 청년회) :우선 광명시장에 대한 소개와 자랑을 부탁드릴게요.

안경애조합장(이하 안) : 광명명시장은 1970년대 초에 자생적으로 발생했어요. 지금은 인정시장으로 구분되어 있고요. 총 410개의 점포가 있어요. 현재 이는 전국 전통시장 중에서 7위 정도의 규모를 자랑합니다. 하루에 다니는 사람들만 해도 보통 2만 5천 명에서 3만 명 정도에 이르고, 주말의 경우에는 4만 명에서 5만 명 정도가 다녀갑니다. 광명시민뿐 아니라 부천, 안양, 시흥, 안산, 구로, 목동 등에서도 손님들이 찾아와요. 멀게는 서울 강남지역에서도 지하철 7호선을 타고 시장 구경을 하러 놀러 와요. 맛있는 칼국수가 2,000원, 잔치국수가 1,000원인데 사람들이 자주 찾는 게 당연하겠죠.

청년회 : 조합장님께서는 언제부터 시장에서 장사를 하셨나요?

안경애 조합장은 젊음은 포기 보다는 도전이 어울려 좋다고 말한다. 전통재래시장의 가치와 문화를 지키고, 개발에 맞서 상인들의 생존권을 짊어지고 있는 그의 어깨가 어느 때보다도 무겁다.
안 : 올해로 8년째 죽 집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 전에는 은행에서 일했어요. 은행에서 18년 정도 일을 하고 그만두게 되었죠. 무슨 일을 해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그때 퇴직한 은행원 동료들은 대체로 가게를 냈거든요. 그래서 저도 장사를 생각해보게 되었고, 남의 이목에 신경 쓰느라 무리하게 가게를 내는 것보다 활기 넘치는 시장에서 내가 좋아하는 장사를 해보자라고 마음먹었죠. 제가 죽을 엄청 좋아하거든요. 그리고는 한 달 동안 수십 군데의 전통시장을 돌아다니며 조사를 했어요. 그 결과 수많은 전통시장 중에서도 광명시장의 매력에 빠져서 이곳에 자리를 잡게 되었죠.

청년회 : 그렇다면 시장 조합 일은 어떻게 하시게 되셨나요?

안 : 2005년 경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을 한다고 하기에 조합 사무실을 처음 방문해봤어요. 그 때부터 조합이 일하는 것을 눈여겨보며 지내다가 2007년 광명시장 앞 이마트 입점 반대 집회에 참여하면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게 되었어요.

조합장 : 그 후 조합장으로 출마하시게 된 거군요?

안 : 네, 그러다가 2009년에는 광명시장이 뉴타운 촉진지구로 지정되면서 다시 문제가 발생했죠. 그런데 당시 조합장이 공석이었고 제가 총무로 일하고 있었어요. 문제에 대응하려면 조합장이 필요했고 그래서 선거에 출마하게 되었죠. 개인적으로는 본래 불의를 못 참는 성격이라서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웃음)

청년회 : 성격이 어떠신지 궁금한데요.

안 : 젊었을 때부터 그랬는데 누가 새치기를 하거나 경로석에 젊은이들이 앉아 있으면 바로 이야기해요. 지켜야 될 것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성격이에요. 시장 조합장을 하면서도 그런 마음이에요. 시장을 깨끗하게 관리하자고 생각하고, 시장 내에 떨어져 있는 쓰레기를 보면 직접 주워요. 이렇게 솔선수범하면 결국에는 진심이 통해서 다른 사람들도 변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청년회 : 지금 광명시장의 현안은 뉴타운 사업인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설명 좀 해주세요.

안 : 경기도의 뉴타운 정책에 의해서 광명시에도 23개 구역의 뉴타운 촉진지구가 지정되었는데, 광명시장도 19C지역으로 포함되게 되었어요. 하지만 저희 시장조합은 뉴타운 촉진지구 해제를 요구하고 있고, 주민찬반투표를 통해서 이를 결정하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아마 주민투표를 하면 뉴타운 반대가 절반 이상 나올 거예요. 이미 뉴타운 추진 반대를 주장하면서 주민 255명의 서명을 받기도 했거든요.

청년회 : 뉴타운 사업이 진행되면 무엇이 문제가 되는 것인가요?

안 : 경기도에서는 지금 광명시장을 없애고 그 자리에 50층짜리 3개동의 건물을 지어서 랜드마크화 하겠다고 해요. 요즘 같이 높은 건물이 많은 세상에 그런 게 과연 랜드마크가 될까요? 차라리 지금의 광명시장이 훨씬 더 훌륭한 랜드마크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건물이 지어지면 조합원들에게는 건물 지하를 싸게 임대해주겠다고 하지만 그 큰 건물에 분명 이마트와 같은 각종 할인마트나 백화점이 들어올텐데 장사가 되겠어요? 게다가 지금의 시장처럼 한 공간에 410개 점포가 모여서 장사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아니고, 건물 여기저기에 개별적으로 입점하게 되는데 장사가 될 리가 없다고 봐요.

그렇게 시장이 사라지고 거대 건물이 들어서면 분명 임대료와 관리비가 비싸질 거예요. 그런 곳에서 콩나물 1,000원어치를 팔 수 없게 됩니다. 그러면 시민들도 손해예요. 지금의 시장에서는 만 원 가지면 콩나물, 두부 등 한보따리 사갈 수 있잖아요.

결국 뉴타운 사업이 진행되면 전통시장 자체가 없어지는 거죠. 그러면 당장 시장에서 장사하는 상인들의 생계도 위협받는 것이고, 시장이 없어지면서 시민들이 입게 될 불편도 생각해야 합니다.

사실 뉴타운 사업은 ‘시민 물갈이’라고 생각해요. 이제까지 진행된 뉴타운 사업에서 원주민 정착률이 가장 높았던 것이 15%라고 해요. 광명은 정착률이 그보다 낮을 거예요. 결국 못사는 사람들은 나가고, 새 건물 지어지면 잘사는 사람들이 들어오는 거죠. 이게 시민물갈이가 아니고 뭐겠어요? 멀쩡한 내 집 내놓고 전세도 못 구하게 쫓겨나는 상황인 거죠.

청년회 : 그렇군요, 하루 빨리 주민찬반투표를 진행해서 뉴타운 문제가 해결되었으면 좋겠네요.

안 :그런데 안타까운 점은 정작 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우리 시장조합원들은 투표권이 없어요. 건물 주인이 아니라 세입자이기 때문이죠. 현재 400여 점포 중 10개 정도, 많아야 3%쯤만만 자가 소유 건물이예요.

만약 상인들의 동의 없이 뉴타운이 진행된다면 엄청난 화약고를 건드리는 일이 될 거예요. 아마 용산사태보다 더 큰 규모의 사태가 일어날 거예요.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의 생존권이 걸린 문제잖아요. 저뿐 아니라 많은 상인들이 하루에 12시간 넘게 일합니다. 서로 잠자는 시간 빼고는 매일같이 함께 지내요. 이 사람들이 결속하기 시작하면 그 힘이 장난 아닐 겁니다.

청년회 : 뉴타운 반대 사업 외에 시장 조합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업은 또 뭐가 있나요?

안 : 전통시장도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좀 더 청결하고 친절하도록 시장을 가꾸고 상인들의 태도도 바뀌어야 합니다. 그래서 시민들의 호응을 받는 시장이 되어야겠죠. 그럴 때 시장이 오래도록 사랑받고 살아남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조합원들과 함께 시장 경영과 관련한 공부를 많이 하려고 해요. 지난 해에는 조합원 50여 명과 함께 시장경영진흥원에서 하는 상인대학에서 공부를 했답니다. 일주일에 두 번 새마을금고 4층에서 수업을 했는데요, 5월에 시작해서 7월에 졸업을 했어요. 그 외에 다양한 워크샵 등에도 상인 분들과 같이 가려고 해요. 또 저 개인적으로는 숭실대학교 대학원에 다니며 공부를 하고 있어요.

교육을 받으면서 생각이 바뀌고 함께 공부하는 상인들끼리 단합도 잘 됩니다. 그리고 다른 지역 시장의 상인들을 만나면서 서로 교류하고 배우게 됩니다.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도록 서로의 장단점을 공유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답니다.

청년회 : 최근에 잠자고 있는 동전을 깨우는 재미있는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하시던데요.

안 : 네, 한국은행에서 추산하기를 집에서 잠자는 동전이 1조 2천 억 원이나 된대요. 1년에 동전 만드는 비용만 300억 이상이 드는데 그 동전들이 제 값을 못하고 있는 거죠. 그래서 잠자고 있는 동전들이 시장에서 쓰여진다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조합 사무실 앞에 동전교환기를 설치하기로 했어요. 시민들이 집에 있는 저금통의 동전을 가지고 오면 시장에서 쓸 수 있는 온누리 상품권으로 교환해주는 거죠. 전국에서 유일무이한 시도인데요, 시범적으로 운영을 해보고 나중에는 시장경영 진흥원에서 후원을 받으려고 계획 중이예요.


청년회 : 전통시장의 경우 SSM(기업형 슈퍼마켓) 입점으로 인한 피해를 많이 보고 있는데, 광명시장은 그런 문제는 없나요?

안 : 다행히도 광명시장을 전통상업보존구역으로 지정하는 광명시 조례가 제정되었어요. 이 덕분에 광명시장 반경 500M 안에는 SSM이 들어오지 못하게 되었어요. 하지만 아쉬운 것은 이웃에 있는 새마을시장은 인정시장으로 등록되지 못해서 이런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거예요. 같은 전통시장으로서 새마을시장과 광명시장은 운명을 같이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근본적인 우리의 목표는 SSM 진입 금지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시 행정에 영향을 주는 존재가 되는 것입니다. 현재 광명시장에 점포가 약 400개 정도인데 한 가구 당 4인 가족이라고만 쳐도 1,600명의 여론, 1600 유권자의 표가 걸려있는 곳이거든요. 이를 바탕으로 시정 담당자들이 시장상인을 무시하지 않고 시장에 관심을 갖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청년회 : 시장 조합장을 맡으시면서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안 : 한참 뉴타운 반대 집회를 할 때, 늦은 밤 귀가길 조심하라는 걱정도 많이 들었어요. 그리고 매일매일 조합원들과 함께 시청 앞으로 도청 앞으로 집회를 하러 다니던 때가 힘들었죠. 뙤약볕 아래에서 해본 적 없는 연설도 해보고...

여성이라서 추진력이 없다, 은행원 출신이라 오만하다는 사람들의 편견에도 속이 상하죠. 또 나중에 정치하는 거 아니냐, 시의원하려고 조합장하는 거 아니냐는 오해도 많이 들어요.

청년회 : 앞으로 조합장님의 포부가 있으시다면 듣고 싶습니다.

안 : 우선은 뉴타운 문제가 잘 해결되었으면 좋겠구요. 광명시장을 전국에서 잘 나가는 시장으로 만들고 싶어요. 한 번 가보고 싶은 시장, 깨끗하고 친절한 시장으로 만들고 싶네요. 그리고 전국 여성 상인회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대부분 시장에서 남자들이 주축이 되어 움직이고 있는데 여성의 비중도 작지 않거든요. 일을 하다보면 자꾸 새로운 일을 하고 싶은 욕심이 나요.

청년회 : 지역 시민단체들과도 많은 교류를 하시는 것 같아요.

안 : 사실 지역에 시민단체들이 있다는 것도 모르고 살았어요. 뉴타운 반대를 위해 시민들 만나면서 반대서명도 받고, 시청 앞에서 집회도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경실련이라는 단체를 알게 되었어요. 그 후에 경실련에서 뉴타운 반대와 관련한 교육이 있다고 해서 비오는 날 혼자 찾아갔답니다. 그걸 계기로 많은 분을 알게 되었어요. 그분들이 모두 광명시장을 지지해주셨습니다. 시장은 시민들로부터 외면 받으면 살아남을 수 없어요. 시민들과 함께해야 해요. 그래서 언제나 지역사회에 관심을 가지려고 노력합니다.

청년회 : 밝은광명청년회(준)가 광명 청년들의 모임을 준비하고 있는데 혹시 바라는 점이 있으신가요?

안 : 저도 시장 내의 청년 모임을 결성하고픈 바람이 있어요. 전통시장의 매력이 알려지면서 젊은 사람들이 많이 들어오고 있거든요. 부모님이 하시던 가게를 자식들이 물려받아서 운영하는 경우도 많고요.

젊다는 게 참 좋아요. 무엇보다도 젊을 때는 ‘포기’보다는 ‘도전’이 어울리니까요. 청년은 도전하고 그 속에서 발전하는 것이 매력인 것 같아요. 그리고 청년들이 주축이 되어서 사회를 움직여져야 사회가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올바른 생각을 가진 청년들이 모여서 주기적으로 대화도 나누고 해야 할 일을 정해서 추진을 해나가면 지역사회가 발전할 거라고 믿습니다.

광명이라는 도시가 참 매력이 있는데 아직은 그 매력을 다 발산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광명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참신한 활동을 청년회가 해줬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여러 단체들마다 청년모임이 존재할텐데 그들과 연계를 잘해서 회원을 많이 늘려갔으면 좋겠네요. 청년회라면 회원이 100명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어요? (웃음)

인터뷰 후기 : 인터뷰가 끝나고, 하루 12시간을 가게에서 일하고, 조합 일까지 하면서 아직 부족한 게 많아 학교까지 다니신다는 조합장님의 하루는 ‘열정’ 그 자체였다. ‘포기보다는 도전이 어울려서 젊음이 좋다’는 안경애조합장님의 말씀에 나의 청춘은 어디쯤일까 계속 되묻는다. 삶의 뚜렷한 목표와 비젼 속에 담긴 ‘공익’을 위한 도전과 열정을 힘차게 응원한다. 오늘 저녁은 사람의 정과 열정이 넘치는 광명시장에서 저녁장을 봐야겠다.

인터뷰 및 정리 : 밝은광명청년회 이수연, 김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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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애 2011-06-24 16:43:25
광명시장은 원래 지금의 크로앙스 자리에 있었습니다....1995년 12월 31일 화재로 인하여 광명시장이 복구되지 않아 불난 시장의 상인 여러분들이 주변에 자생적으로 형성된 시장입니다....정확히 말하면 기존의 광명시장의 화재로 인하여 1996년도 초 부터 생기기 시작한 시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