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직선적’이라고요?
내가 ‘직선적’이라고요?
  • 강찬호 기자
  • 승인 2011.07.07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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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안5단지 윤현숙 입주자대표회 회장 인터뷰
여성 파워는 무엇일까. 하안5단지 입주자대표 윤현숙 회장은 언뜻 보면 ‘직선형’이다. 긍정적으로 보면 의협심이 있고, 불의를 참지 못하는 스타일이다. 또 꼼꼼한 성격이다. 그러나 자칫 비틀어 보면 사람 숨을 턱 막히게 하는 스타일로도 보인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아파트입주자대표회장(이하 입대의)도 한동안 남성들의 영역이었다. 지금도 대부분은 그렇다. 그러나 최근 여성들이 입대의 회장을 맡는 경우도 종종 있다. 입대의 회장자리가 말처럼 호락호락하지 않다. 아파트 관리와 관련해 각종 계약 건을 다루면서 이해관계가 작동한다. 각 동 대표들과, 아파트 관리업체들과도 함께 일해야 한다. 조직을 관리하는 일이다. 살림을 꼼꼼하게 챙겨야 한다는 당위성을 놓고 보면 여성을 떠올릴 수 있지만 말 그대로 낭만적인 사고일 수 있다. 이권을 다루고 조직 내 갈등을 조절해야 한다. 그래서 그동안 여성들의 진출이 적었는지 모른다. 아니면 여성들의 진출을 의도적으로 막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우리사회 곳곳이 그러하듯이.

광명사람 윤현숙 회장은 곧은 리더십으로 아파트 살림을 챙기고 있다고 자부한다.
윤현숙 회장은 자신이 직선적인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은 일면만 보는 시각이라고 말한다. 입대의 회장을 하다보면 스스로 강해야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남성들의 영역으로 여겨지는 곳에서 제대로 아파트 살림을 챙기기 위해서는 강하면서 꼼꼼해야 한다고 말한다. 윤 회장은 이 아파트단지로 이사 온 것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부녀회장을 거쳐 동 대표와 동시에 관리이사를 맡았고 이어 입대의 회장을 맡았다. 전임 회장 두 명이 차례로 사임하면서, 그 잔여 임기를 맡아 1년 4개월 동안 회장직을 수행했다. 갈등의 시기에 입대의에 참여했고, 그 만의 적극성으로 회장직을 맡았다.

그녀는 입대의 회장을 맡아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많은 ‘변화’를 일궜다. 관리사무실 소장실을 없앴다. 아파트 계약 건은 모두 공개입찰로 변경했다. 입대의 회의도 동영상으로 공개하도록 했다. 입대의 의결사항도 공개하고 있다. 내부 현금 거래도 없앴다. CCTV 설치공사도 내부에서 진행해 공사비용을 절감했다. 쓰레기 분리수거와 재활용품 수거도 개선해서 자체 수입을 확보했고, 그 수입으로 아파트 조경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시 공동주택사업 지원비로 주차장 확대 사업도 전임 회장에게서 바통을 이어 추진했다. 체납된 관리비 확보에도 과감하게 나서 성과를 거뒀다. 이만하면 여장부 소리를 들을 수밖에.

윤 회장은 틈이 나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상주한다. 그리고 일을 챙긴다. 관리사무소 직원들 입장에서는 불편할 듯도 하다. 그러나 주민들을 위해 일한다는 생각에서 보면 불편할 것도 없다. 이 아파트 관리소장은 윤 회장의 리더십에 대해 처음에는 오해도 있었지만 지내면서 그 진가를 알게 됐다고 말한다. 도덕산 산신령, 여장부라고 말한다. 윤 회장에 대해 ‘적극적이고 정의로운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공’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일을 하는 스타일이고, 꼼꼼하게 일을 챙기는 스타일이라고 평가했다. 면전에서 하는 입바른 소리 같지 않게 들렸다.

윤 회장은 언뜻 봐도 선이 분명한 사람으로 보인다. 그도 그것을 인정한다. “이유 없이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안 된다. 그러나 이유를 갖고서 싫어하는 이들은 설득할 수 있다. 개혁은 안티가 없을 수 없다. 반대를 하거나 말거나 나가는 스타일이다.” 경험과 연륜에서 오는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일을 하는 사람들은 일을 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사리를 판단해야 한다. 그것은 그 사람만이 가지는 연륜과 노하우다. 이런 추진력과 힘이 없었다면, 1년 조금 넘는 그 시간동안 입대의 회장으로서 그런 일들을 해낼 수 있었을까.

윤 회장은 자신에 대해 의협심이 본래 강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입대의 회장을 하지 않았다면 약초를 캐러 등산을 다니고, 지인들과 수다를 떨면서 놀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아파트 안에서도 남 모르게 지인 몇몇과 조용하게 봉사를 하고 있다. 가끔 쉴 때 약초를 캐러 가기는 하지만 그 횟수는 많이 줄었다. 일을 하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다. 자신의 시간을 희생해야 하기 때문이다.

윤 회장은 아파트 일이 재밌다는 사람이다. 아파트 일이 체질인가 보다. 인터뷰는 6월말 어느 날에 이뤄졌다. 새로운 동 대표 선출과 입대의 회장을 뽑는 일정을 준비하느라 부산했다. 윤 회장은 개인적으로 동 대표와 입대의 회장에 다시 나서서 하지 못한 일을 다시 할 것이라며, 출사표를 냈다. 인터뷰 이후 그녀의 진행 상황은 듣지 못했다. 그것은 5단지 입주민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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