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전옥답, ‘마을텃밭’이 필요하다.
문전옥답, ‘마을텃밭’이 필요하다.
  • 박영재
  • 승인 2011.07.25 19: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영재(광명텃밭보급소 사무국장)

도시농부학교 현장 실습 교육 장면. 도시농업은 환경과 생태, 안전한 먹거리, 여가선용, 녹색도시 만들기 등 다양한 측면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사진 : 광명도시텃밭보급소 제공.

인류의 역사, 생명의 역사가 인간 개개인의 유전자에 각인되어 있다고 한다. 그 기록은 수정란이 태아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그대로 반복되어 나타난다고 한다. 생명 진화의 역사가 인간 개개인에게 반복해서 나타나고 있는 샘이다.

봄이면 이러한 기록의 반복이 또 이뤄진다. “경작본능”이라는 것이다. 긴 겨울을 나고 들에 산에 아지랑이 피어오르면 봄나들이 길에 조그만 땅배미에 농사를 짓고 있는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 조그만 땅에서 무엇을 해 먹겠다고 붙어있나 싶겠지만, 이들에게는 황금같이 귀한 땅이다. 봄이면 텃밭보급소 전화는 쉴 틈이 없다. 이름이 텃밭보급소여서 그런지 텃밭 분양하라는 주문이 쇄도를 한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광명에는 시민들에게 저렴하게 분양해줄 텃밭이 없다. 주말농장 등을 찾아 다녀야 할 형편이다. 이마저도 친환경 생태 텃밭은 드물고 겨울 농사까지 보장되고 지속적으로 경작할 수 있도록 보장되지 않아서 땅에 애정을 쏟기가 미흡한 실정이다. 더구나 농사를 알려줄 안내자가 없으니 본능에 이끌려 농사를 시작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용케 주말 농장을 시작한 ‘도시농부’를 괴롭히는 것들이 있다. 장마와 이 때를 틈타 자라기 시작하는 풀들이다. 봄 농사를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일주일에 한 번 가던 발걸음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하고 급기야 장마철의 고비를 넘기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가을 김장농사철이 되어 다시 시작할 용기를 내어 보지만 장마철에 밭을 차지한 풀을 보는 순간, 그 용기마저 물거품처럼 사라진다.

문전옥답, 가까운 텃밭이 그 해결책이다. 마을 공동체, 아파트 공동체가 함께 일구는 ‘마을텃밭’이 있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밭도 가까이에 있지 않으면 돌 볼 여력이 없다. 아파트 단지 볕이 잘 드는 곳의 정원이나 아스팔트를 걷어내고 텃밭을 조성하자. 그것이 불가능하면 버려지는 스티로폼, 나무 상자, 마대푸대로 상자텃밭을 만들어 한군데 모아 아파트 단지 한쪽 또는 옥상 양지에서 길러보자. 농작물은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 자주 가는 발걸음만큼 텃밭은 풍성해지고 마을 공동체는 화목해진다.

전국귀농운동본부 광명시지부(광명텃밭보급소)는 2012년 마을 단위 도시농부학교를 통해 이런 마을 텃밭의 훌륭한 멘토를 양성하는 일에 나설 계획이다. 각 주민자치 단체별로 도시농부학교를 열어 텃밭 만들기와 작물재배법에 대해서 교육할 계획이며 마을 단위 버려지는 자원을 농자재로 순환시킬 수 있도록 음식물 퇴비 만들기, 지렁이 키우기 등도 함께 배울 수 있다.

상자텃밭 보급행사와 모종 나눠주기 행사를 할 때 마다 가장 많이 찾는 이들은 부모의 손을 이끌고 오는 어린이들이다. 어딘지 모르지만 각인된 경작본능이 이들을 이끌고 오는 것이다. 이들의 경작본능이 잘 발현되도록 마을 텃밭은 어린이 텃밭이었으면 좋겠다. 옛날 어린이 한 명을 마을 공동체 전체가 키워왔다. 텃밭이 그 모태가 되었으면 좋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