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공동체’로 지속가능한 지역공동체 대안을 모색한다.
‘일 공동체’로 지속가능한 지역공동체 대안을 모색한다.
  • 강찬호 기자
  • 승인 2011.09.29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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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이 희망이다(1)> - 광명YMCA 이영이 총무 인터뷰

광명지역이 품고 있는 ‘희망’은 얼마큼일까. ‘광명지역이 희망이다.’라는 기획을 통해 그 속에서 희망의 언어, 희망의 몸짓을 찾아보고자 한다. <편집자>

제1회 시민교육박람회에서 등대생협은 최우수 활동 사례로 선정됐다. 비결은?

광명YMCA‘등대생협’은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얼마 전 진행된 제1회 시민교육박람회에서 전국 최우수 사례로 선정됐다. 그 힘은 무엇일까? 광명YMCA 이영희 총무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광명YMCA는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 그 변곡점은 오랫동안 활동해 온 생협 회원들의 생애주기 변화와 맞물려 있다. 어린 자녀들을 키우며 생협 활동을 해왔던 회원들이, 이제 자녀들이 성장하면서 상대적으로 시간에 여유가 생겼다. 육아를 중심으로 활동 반경이 이뤄지던 시기와 달리 회원들의 운신 폭이 더 넓어졌다. 육아를 중심으로 먹거리 문제를 공부하며 생협 공동체 활동을 해왔던 것이 이전이라면, 현재는 그동안 쌓은 내공을 직접적으로 실험하고 실현하는 욕구가 더 강해지고, 또 조건이 마련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광명YMCA는 ‘일 공동체’에 활동의 역점을 두고 있다. 의미도 있고, 경제생활에도 도움이 되는 방식을 찾는 것이다. 광명YMCA가 추구하는 일 공동체는 보다 원칙적이고 근본적인 철학에 기반하고 있다. 근래 관심을 끌고 있는 사회적기업도 그 실상을 들여다보면 정부 지원에 의존하거나, 자본에 포섭되어 있는 경우도 많고 개인 사업으로 전락한 사례들도 있다. 광명YMCA는 기존 사회적기업의 오류를 극복하면서 보다 근본적인 ‘대안’에 주목하고 있다. 삶의 방식과 이윤을 나누는 방식에서 대안이 될 수 있는 ‘공동체 방식’을 찾고자 한다. 자발성에 근거하고, 또 지역사회와 의미 있는 관계를 맺는 방식이다.

이영이 총무는 '커뮤니티센터' 개소를 통해 마을만들기 거점 기능에 기대를 갖게 된다고 말한다.

광명YMCA는 오는 9월 30일 하안동 주공12단지 상가에 ‘커뮤니티센터’를 개소한다. 광명 YMCA등대생협 활동 연장에서 본격적으로 공간을 마련하는 것인데, 그 역할에 대한 기대가 심상치 않다. 생협과 관련된 매장이라면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이기 쉬운데, 커뮤니티센터는 이 개념을 넘어선다. 생협 생활재를 공급하는 역할이 기본적으로 있지만, 이 보다는 ‘마을카페’ 기능이 더 크고, 마을만들기 거점센터 역할을 지향하고 있다. 생협 활동의 거점 기능을 통해 땅과 생산자를 살린다면, 커뮤니티 기능을 통해 마을 주민들의 공동체를 살리는 공간을 지향한다. 향후 커뮤니티센터가 자리를 잡고 거점 기능이 형성되면 12단지와 13단지를 연결하는 마을만들기 주민활동으로 확대해가는 복안도 가지고 있다. 이 경우 하안복지관과 함께 협력사업으로 마을만들기를 진행할 수도 있다. 양 기관이 가지고 있는 자원을 교류하고 나눌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주민통합에 기여할 수도 있다.

하안12단지에 커뮤니티센터 개소, 마을카페 기능에 마을만들기 거점센터 기능 등 다양한 실험과 활동 공간으로 기대돼.

또한 거점센터 기능이 확대되면 지역에서 일자리와 활동거점을 확보할 수도 있게 된다. 광명YMCA가 만든 대안학교 볍씨학교 학생들이 졸업한 후 지역으로 돌아 올수도 있다. 이미 볍씨학교 고학년 학생들은 지역아동센터에서 아이들을 만나며, 지역을 새롭게 발견해가는 경험을 쌓고 있다. 중등과정을 마친 학생들은 하자센터나 성공회대 청강을 통해 전문과정을 배우고 있다. 지역에서 배우고 성장한 학생들이 다시 지역으로 돌아와서 일을 한다는 것은 하나의 ‘순환’이 완성되는 것으로, 그 상징성이 크다. 광명YMCA가 커뮤니티센터를 지역공동체 만들기의 거점으로 삼고 이곳에서 다양한 실험을 해가고자 하는 이유에는 이러한 원대한 비전이 담겨 있다.

올챙이 어린이집은 늘 평화로운 관계 속에 놓여 있는 독특한 공간이라며, 주목할 만한 사례라고.

광명YMCA 는 이미 일 공동체의 여러 사례를 만들어 가고 있다. 그 중에 ‘올챙이 어린이집’도 눈에 띠는 사례이다. 올챙이 어린이집은 95년도에 회원들이 품앗이 공동육아 수준에서 자발적으로 시작했다. 미인가 어린이집 형태로 자체적으로 운영하다가, 4명의 회원이 한 명씩 보육교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자부담 50%, 올챙이 50%씩 부담했다. 자격을 갖추고 정식 어린이집으로 등록했다. 유기농으로 식단을 제공하고, 공동체 운영원리에 따라 재밌게 운영되고 있다. 올챙이 일 공동체 회원들은 토론도 하고, 워크숍도 하면서 독특한 올챙이만의 운영원리를 갖춰 가고 있다. 올챙이 어린이집은 수익금의 10%를 적립해 새로운 일공동체 2호점을 준비하고 있다. 광명YMCA 이영희 총무는 “올챙이 어린이집은 아주 평화로운 공간이다. 어른들이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는 평화로운 관계 속에 있다. 아이들도 어른들의 관계를 배워가는 과정에서 올챙이만의 분위기가 만들어 지고 있다.”고 말한다.

학교급식은 먹을거리 교육과 함께 가야 하는데...당일 생산해 공급사는 '빵 꾸러미' 사업으로 돌파구.

또 다른 일 공동체는 ‘밥상’이다. 지난 2008년도부터 먹거리 교육 소모임으로 시작했다. 등대 생협 회원들은 생협 생활재를 나누면서 회원들과 친목을 나누고, 동시에 독서모임을 통해 먹거리 문제, 환경문제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인문학적 지식을 쌓고 생활 속에서 삶의 방식을 바꿔가는 활동을 하고 있다. 밥상은 학교급식이 친환경무상급식으로 본격적으로 보급되는 것에 대비해 아이들의 먹거리 교육의 중요성에 주목했다. 학교급식이 급식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고, 아이들에게 유전자 조작 문제, 패스트푸드 음식의 문제점 등 먹거리 교육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다.

2009년도부터 소모임을 먹거리교육 사업단으로 전환하고 학교, 어린이집, 유치원 등을 찾아 인형극 등을 하면서 먹거리 교육을 진행했다. 그러나 먹거리 교육에 대한 관심과 수요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학교급식과 함께 먹거리 교육을 병행하는 시의 정책 운용이 아쉬웠다. 밥상은 운영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빵’ 사업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빵은 신선도가 생명이다. 당일 생산해서 당일 공급하면 빵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밥상은 생협에 빵을 공급하는 업체와 협약을 맺고 빵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지역에서 빵을 생산해 지역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앞으로 ‘빵 꾸러미 사업’을 통해 생협 회원들과 지역에 빵을 공급해 수요를 창출해 갈 계획이다.

밥상이 준비하고 있는 제빵과 쿠키. 인터뷰 당일 운 좋게 먹을 수 있었다. 정말 담백하고 맛있었다.

일공동체 사업은 광명 YMCA가 94년도에 지역에서 처음 문을 열고 생협 활동을 중심으로 지역을 바꾸고자 진행해왔던 무수한 실험과 시도의 연장선에 있다. 철학은 지역이고, 지역 풀뿌리이다. 지역에서 일터와 삶터를 일구는 지역공동체 만들기, 마을만들기이다. 아파트단지에서 축제를 벌이고, 아파트 주민들이 자치적 시각에서 주민도서관을 만들었다. 공교육의 폐해 속에서 대안교육을 모색했다. 그 결과 볍씨학교라는 걸출한 대안학교도 일궈냈고, 올해 10주년 행사를 준비한다. 저소득층 아이들이 있는 곳을 찾아 마을도서관을 열었고, 대안교육과 접목하는 지역아동센터도 준비하고 있다.

일은 사람이 한다. 이영이 총무는 “자기 것을 내려놓고 공동체 방식을 제안하며 그 속에서 의미 있는 실천을 해나가는 회원들이 곳곳에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영희 총무는 일 공동체 사업을 확장해가면서 지역 청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지역공간을 만들어 나가는 실험에 주목한다. 그것은 마을기업,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등 그 무엇으로 표현될 수 있다. 광명YMCA는 ‘일 공동체’를 통해 수익구조를 내면서도 의미 있는 관계를 맺어가며 좋은 일을 해가는 방식을 추구하고 있다. 이 총무는 스스로에게도 원칙을 자문하고 있다. 단체의 리더에서, 이제는 다시 ‘하방(下方)’하는 길을 찾고 있다. 순환의 원리를 조직, 공동체 안에서 구현해야 한다는 것이고 그것이 순리라는 생각 때문이다. 역할조정을 통해 다른 시각으로 공동체를 보고자 하는 ‘쉼표’를 찍어야 할 때라는 생각을 마음 깊이 품고 있다. 광명YMCA에게 광명시는 행정구역 상의 ‘시(市)’가 아니라, 함께 어울리는 ‘공동체 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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