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이 ‘혁명’을 낳았다.
‘혁명’이 ‘혁명’을 낳았다.
  • 강찬호 기자
  • 승인 2012.02.11 16: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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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심포니오케스트라 김승복 단장 인터뷰. ‘혁명, 그 이후...’

김승복 단장은 신년음악회 '혁명'에서 보인 광명시민 관객들의 관람 태도에 놀라웠다며, 지휘자로서 고마움을 표했다. 곡과 연주에 대한 집중도가 돋보였던 공연이었다.

“광명에서 관객들의 반응이 오히려 ‘혁명’이었다. 등 뒤에서 들리는 표정, 소리가 있다. 악장 사이에 박수를 치는 관객들이 단 한명도 없었다. 이런 관객의 집중력은 드문 경우였다.” 신년음악회로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 ‘혁명’을 연주한 광명심포니오케스트라 김승복 단장은 지휘를 하는 스스로도 관객의 반응에 ‘혁명적’이어서 오히려 ‘놀랐다’고 말했다.

공연은 대성공이었다. 야심차게 준비했던 공연인 만큼 공연 성취도에 대해 스스로 만족했다. “후유증이 오래갔다. 행복한 순간이 지나고 찾아오는 아쉬움과 허전함 같은 것을 느꼈다. 공연 후 찾아 온 증상으로 2-3일은 마음이 횡했다. 수많은 연주를 지휘해왔지만, 이런 경우는 흔하지 않다.” 김승복 단장은 이번 공연에 만족했고, 또 새로운 가능성을 다시 확인하고 다짐하게 됐다. 무엇보다도 공연을 100%이상 즐겨 준 관객들이 더 없이 고마웠다. “공연을 마치고 돌아서서 관객을 보았을 때 행복하고 고마웠다.”

8일 공연 후 뒷이야기를 인터뷰했다. 이번 공연을 위해 무대에 선 연주자는 85명. 메머드급 공연규모였다. 광명심포니 정규단원이 48명이다. 정규 단원의 두 배 가까운 규모로 무대를 꾸렸다. 이번 공연은 4,5년 전부터 구상했었고 그동안 수차례 ‘넣다 뺏다’를 반복하기도 했다. 공연 규모가 큰 만큼 예산도 수반돼야 하고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결국 질렀다. 무리가 되더라도 한고 싶은 것을 해보자고 던졌고, 그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한 판) 축제를 한 느낌이었다. 단원들이 마음을 알아 준 결과”라고 스스로 평가했다. “통상 정기연주회를 준비하면 한 달 정도 전에 레퍼토리를 선정하고 연습에 들어간다. 이번에는 두 달 전에 곡을 정하고 악보를 배포했다. 단원들은 눈치로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다.” 단원들은 매주 두 차례씩 연습했고, 거기에 객원 연주자들이 합류해서 7,8차례 정도 맞추는 방식으로 연습을 진행했다.



“(단원들이)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들었을 것이다. ‘필드맨’들이 느끼는 고유의 맛이 있다. 연주 당일 평소와 달리 뒤풀이 없이 모두 귀가를 했다. 지쳤기도 하고 각 자 감동의 여운을 안고서 즐기는 시간으로 가졌다. 연주 중에 지휘자로서 단원들의 표정을 보게 된다. 연주 끝 3분전부터 서로 표정이 밝아지더라. 다왔다는 안도감이다.”

“혁명이라는 곡이 워낙 섬세하고, 연주 중 누구하나 무너지는 사람이 있다면 전체가 흔들렸을 텐데 전혀 그런 것 없이 깔끔하게 연주됐다. 객석에도 그대로 전달이 된 것 같다.” 연주 동안 연주자들의 몰입이나, 지휘자 그리고 관객이 하나로 몰입되는 공통의 경험이 이뤄진 것이다.

‘혁명’이라는 다소 도발적인 곡을 들고서 신년음악회를 연 이유는? “광명심포니 내에 새로운 다짐 같은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갖는 희망 같은 것도 물론 있다. 관객들과 시민들이 정초에 희망을 갖도록 하고 싶었다.”



김 단장은 쇼스타코비치 ‘혁명’에 대해 곡 소개를 이어갔다. 이 곡은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과도 유사한 점이 있다. 베토벤이 귀가 멀고 극단적으로 개인사적인 고통을 겪고 있을 때 운명 교향곡을 썼다. 일종의 ‘밀양’ 같은 것이다. 극단적인 고통이나 불행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는 것이다. 이는 ‘말로’의 교향곡에서 부활로 이어졌고, 쇼스타코비치 교향곡으로 이어졌다.

쇼스타코비치는 스탈린치하에서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존재였고, 스탈린치하 이후 민중들의 삶에 대해 희망과 자유를 노래했다. 그것은 4악장을 통해 ‘희망’으로 모아진다는 해석이다. 이 곡이 만들어진 배경은 쇼스타코비치의 아들을 통해 전해지게 되었다. 좌절, 분노, 고통 속에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 곡이라는 것이다. 러시아에 대한 사랑, 소비에트가 아닌 순수한 러시아 슬라브 민족에 대한 민족적인 사랑, 순수한 조국에 대한 사랑이 담겨 있는 곡이다.

곡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를 별도의 장을 청하지 않고서는 입에서 줄줄 나오는 이야기를 지면에 담을 수 없을 듯하다. 중략할 수밖에.

광명심포니 덕에 관객은 호사를 누렸다. 부담도 생겼을 것이다. 관객의 눈높이를 높여 놓았고, 올해 첫 연주를 맛 본 이상 그 다음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는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는 자극이 될 것이다. 자꾸 지르고 가야 안주하지 않게 된다. 맨 땅에 헤딩하겠다.” ‘혁명’을 다시 듣게 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무대를 꾸미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자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관객은 무대에서 완제품을 접한다. 연주하는 동안 지휘자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곡의 흐름을 타고 그 흐름으로 간다. 미리 약속하고, 연습했던 것을 재연한다. 연습 시 공정의 과정이 있는데, 그것을 거쳐 완성품이 나오게 된다. 그에 맞게 가는 것이다. 연습 때 긴장이 80%라면, 무대에서의 긴장은 120%이다. 지휘자나 단원들이나 같을 것이다.” 지휘자는 연주자와 공연 내내 커뮤니케이션을 갖는다. 입모양, 손짓 등을 통해 그들만의 소통을 갖는다.

김 단장은 ‘기악음악을 음악의 꽃’이라고 단언했다. 언어가 없이 그윽하게 바라보는 눈빛 같은 느낌이라는 것. 따라서 고급적인 소통일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고 듣는 이의 해석에 따라 달라지고, 주관적 감흥이 다다르고 만져지지 않고 보여지지 않는다. 상징적인 언어로 소통하고 감동하는 것이다. 그래서 어려우면서도 감동의 폭과 깊이가 넓고 깊은 것이다.”

광명심포니는 지난 2002년도에 창단했다. 올해가 10주년이 되는 해이다. 오는 10월 17일 창단 10주년 기념 연주를 예정하고 있다. 창단 연주를 포함해 올 한해 일년은 10주년의 의미를 담아 비중있게 무대를 열어간다는 포부이다. 관객은 기대해도 좋고, 또 그 만큼 광명심포니의 발전에 관심과 애정을 가져줘야 한다는 무언의 주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첫 신년연주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 ‘혁명’은 값지고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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