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가 ‘정치’에 병들고 있다.
공직사회가 ‘정치’에 병들고 있다.
  • 강찬호 기자
  • 승인 2012.02.17 0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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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철 공무원노조 인터뷰...공무원들의 권위를 되찾아 주고 싶다.

▲ 이병철 지부장은 작금의 공직사회 분위기에 심각한 우려를 표시했다. 선거를 앞두고 각종 민원에 공무원들이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정치가 있다. 양기대 시장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말은 부드러웠지만, 내용은 무거웠다.

광명시공무원노조 이병철 지부장은 5대 지부장에 이어, 6대 지부장에 재선됐다. 3월초에 새임기를 시작한다. 지부장 취임식은 4월 총선이 끝나고 나면 진행할 계획이다. 정치인들이 너도나도 행사장에 얼굴 내미는 모습이 되어서는 안 되겠다고 노조 집행부가 판단했다.

새롭게 임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16일 이 지부장을 인터뷰했다. 인터뷰 내용은 무거웠다. 새로운 임기에 대한 각오와 희망찬 메시지를 상투적으로 거론하는 방식의 내용이 아니었다. 말의 형식은 부드럽지만, 말에 실린 내용은 사뭇 비장했다.

그만큼 작금의 상황이나 분위기를 심각하게 받아 들였다. 말도 돌려 말하지 않고 직설적 화법을 구사했다. 6기 활동 방향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다만 큰 방향만 뼈있게 거론했다.

이 지부장은 노조 지부장으로서 “공무원들의 권위, 권익이 실추되어 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신바람 나게 일하고, 시민들을 위해 봉사하는 분위기가 되어야 하는데, 지금의 상황은 무력감에 빠져 있다.”고 진단했다.

공무원들이 총선을 앞두고 이곳저곳에서 들이대는 민원에 몸살을 앓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에 이용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곳곳에서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공무원들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 공무원들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정치에 이용되고 있다.”

표를 의식해 정치를 깔고 민원성 청탁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법과 원칙을 지키려고 해도 그런 소신을 갖고 일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정황이나 자세한 정황을 언급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 지부장이 전하는 공직사회의 단면이 읽힌다.

“판례나 규정이 있는데...양심 팔고, 부당 명령에도 따르는 현실이다. 그래서 우리 스스로 지켜야 한다. 영혼없는 공무원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다. 시민들을 위한 진정한 머슴이 되어야 한다는 절박감이 있다.”

이런 공직사회 무력감과 패배감은 인사와 관련해서도 원인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고향이 저기니까. 친하니까 저기 갔구나. 이런 생각들이 공직사회에서 타성처럼 젖어 있다. 일종의 자포자기이자 무력감 같은 것이다. 이것이 문제이다. 이런 분위기는 공직사회에 도움이 안 된다. 일하고자 하는 분위기가 되겠나. 수동적으로 되어 가고 있다.”

이 지부장은 양 시장에 대해 보다 직설적 어법을 사용했다. “직언하는 이, 충언하는 이들이 다 내쳐지고 있다. 그렇게 되면 주위에는 ‘아부맨’이나 ‘예스맨’만 있게 될 것이다. 혜안이 필요하다.”며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지부장은 “직원들이 전임시장에 당했던 것이 있었다. 그래서 양기대 시장에게 ‘기대’한 것이 있었다. 진보적이고 진취적으로 일하고, 직원들을 격려할 것이라고 기대가 부풀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공무원들과 같이 가는 행정을 할 것이다 기대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똑같구나. 심지어 일부에서는 더 하는구나 하는 생각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원들을 많이 이해하려 하고 같이 가는 행정을 했으면...(방향과 내용에 동의가 잘 안되는데...) 끌고 가는 행정을 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주요 몇몇 부서 틀어주고 가면 된다는 식의 사고를 가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신나게 일하고 봉사하는 행정이 되도록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용당하는 느낌을 가지도록 하면 안 되는데...” 소통을 내세우고 있는 양기대 시장이지만 뭔가 공직사회 내부에서 불신의 골이 깊이 형성되고 있음으로 시사했다. 이 지부장은 시장이 직원들과 친해지려고 노력하는 점은 인정하지만, 그 진정성에서는 여전히 불신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지부장은 시장이 직원들에 대해 많이 존중해줘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그리고 그 방식은 진정성에 기반한 것이어야 하지, 이용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직원들이 바보가 아닌데...그 이면에 대해 직원들이 다 알고 있을 수 있는데...”라며,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런 것이 정치인들의 ‘한계’라고도 언급했다.

공무원 노조 사무실 테이블 위에는 청소시행에 대한 시 공문이 놓여 있었다. 동별로 청소를 실시하고, 동별 평가를 통해 상위 1-3등은 시상하고, 하위 1-3등은 청소종합계획을 세워 확대간부회의에 제출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 지부장은 청소문제도 위 맥락에서 보면 같다고 단언했다. “전형적인 탁상행정, 전시행정으로 과거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과잉’행정이 되어서는 안 되다.” 시장 지시 사항으로 추진되는 일이어서, 그 속내가 무엇인지 모르지만 총선을 앞두고 빗자루 시장 시절로 회귀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공무원노조 내부 상황으로 시선을 돌려봤다. 이 지부장은 지난 선거에서 경선을 치렀다. 628명이 투표에 참여해 그 중 375표(59.71%)를 얻었다.

이 지부장은 지난 5기에 대해 공무원 복지를 강화한 것은 성과라고 평가했다. 공무원들의 장기근속에 따른 해외여행에 대해 종전 30년 규정이 문제가 많았기에, 25년으로 조정했다. 배낭여행도 부활시켜 대상자를 100명으로 늘렸고, 복지 포인트도 인상하는 등 복지분야를 확충했다고 말했다.

다만 인사와 관련해서는 많이 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1년6개월 지켜보기로 했고, 이제 지켜본 만큼 할 말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마디로 실망했고, 예상대로였다고 혹평했다. 이 지부장은 능력있는 인사를 한다고 어느 시장이나 말하지만, 실상 뚜껑을 열고나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자기사람 챙기기이고, 특정지역 편중인사를 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선 과정에서 깨끗하게 페어플레이를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그런 모습이 되지 못한 것에 대해 조합원들에게 미안한 생각이라며, 이겼어도 안타까움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공무원노조에 관심을 갖는 것은 좋지만, 외부에서 개입하는 모습은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민주주의 선거방식에서 6대4의 승리를 거뒀지만, 나머지 40%에 대한 지지도 이해하고 안고 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경선 과정에서 5기 노조에 대해 ‘착한노조’라는 비아냥이 있었다. 이에 대해 이 지부장은 “문제 있는 발언이라고 생각한다. 합리적으로 이기기 위해서는 엄청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투쟁이라는 것은 불의에 맞서 싸우는 것이다. 그러나 이기기 위해서는 조합원들과 인식을 같이하고 끝까지 싸워 이길 수 있어야 투쟁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지부장은 6기 노조 방향에 대해 “우리시 공무원들이 능력있는 이들이 많다. 공무원들의 권익, 권위를 높이는 방향으로 일하고 싶다. 신바람 나게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도록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 지부장은 공무원들의 사기 진작이 가장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공무원들의 자존감을 높여줘야 하는데, 작금의 분위기는 그에 역행하고 있다는 평가였다. 소통은 있다지만, 그것은 형식일 뿐 진정성과 신뢰에서 부족했다. 앞과 뒤가 다르다며, 불신을 드러냈다.

이 지부장이 말하는 것이 어디까지 사실이고, 어디까지 진실일까. 아니, 공직사회의 모습을 얼마만큼 담아내고 있는 것일까. 인터뷰 중간 중간 그의 혹독한 평가를 듣는 것이 불편했다.

그러나 그는 개인이 아닌 노조 대표성을 갖는 공인이다. 개인의 감정을 말하는 것이 아닌, 노조 대표성을 갖고 바라보는 공직사회 현 주소를 보여 준 것이리라. 특히 공무원들이 정치에 이용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는 것의 실체가 몹시 궁금했다. 무엇인 문제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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