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 삼고 싶은 그녀는 누구?
‘며느리’ 삼고 싶은 그녀는 누구?
  • 강찬호 기자
  • 승인 2012.04.03 23: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광명사람] 노인복지관 경로식당 전해영 영양사.

노인복지관 경로식당 전해영 영양사. 미모와 미소만큼이나, 친절함이 한 끼 식사의 가치를 더하고 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칭찬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좋은 기운이다. 오죽하면 고래가 춤을 출까.

오랜만에 칭찬 주인공을 인터뷰했다. 역시나 칭찬에는 어떤 기운이 있기 마련이다. 어르신들의 점심 식사를 챙기는 광명노인종합사회복지관 구내 경로식당 전해영 영양사.

누구나 하루 한 끼 이상을 먹고 산다. 그러나 그 한 끼는 끼니를 챙긴다는 의미에만 머무르지는 않는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정을 느끼고, 또 대접받는다는 마음과 사랑을 느낄 수도 있다. 어떤 식사냐에 따라 그 온도 차이가 있다.

노인복지관 최아름 문화복지과장은 전해영 영양사에 대해 이렇게 칭찬했다. “어르신들에게 친절한 미소와 따뜻한 식사를 제공하는 이다. 입으로만 먹는 식사가 아닌, 마음으로 식사를 드리고 있다.” 노인복지관 식당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이미경씨도 “너무 친절하다. 며느리를 삼고 싶을 정도이다.”

4월3일. 노인복지관을 찾아 인터뷰를 청했다. 예상하건데, 일이 힘들 것이라는 짐작을 했고, 그 속에서도 친절을 유지하는 비결이 무엇일까 궁금했다. 먼저 복지관 내 식당현황을 질문했다.

경로식당은 120석 규모이다. 하루 평균 420명이 이용한다. 많을 때는 500명 정도가 이용한다. 영양사 1명, 조리사 2명, 취사보조 1명이 상시근로자이고, 공공근로 1명이 근무한다. 나머지 일손은 자원봉사자들의 손길로 운영되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은 하루 10명이 근무하며, 조리와 배식을 돕고 있다. 자원봉사자 연인원만 해도 한 달에 4,5백명이다.

전해영씨는 경로식당 전체를 총괄해야 한다. 오전 9시 근무를 시작해 식재료 등 물품을 검수하고 당일 먹을 조리 메뉴를 정하고 조리를 한다. 식당 운영시간인 11시30분부터 오후1시까지 배식이 이뤄진다. 오후1시부터 2시까지 식당 근무자들과 자원봉사자들 식사가 진행된다. 이후 마무리하고, 노인주간보호센터 저녁 식사를 준비한다. 오후5시 배식이 이뤄지고, 6시 업무를 종료한다. 바쁜 하루 일과로 여유롭지 않은 일정이다.

“확실히 일은 힘들다. 몸으로 하는 힘든 일도 많다.” 일이 힘들다는 것에 대해서는 애써 감추지 않는다. ‘힘든 일 속에서도 친절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전씨는 친절함에 대해 ‘웃음’으로 답하는 대신, 이유를 어머니와 같은 자원봉사자들의 힘과 관계로 돌린다.

“처음 식당 자원봉사자들과 관계를 맺을 때는 트러블도 있었고 힘든 일도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알아서 척척 돌아간다. 자원봉사자 분들이 많이 도와준다. 일에 공백이 생겨, 전화하면 바로 택시를 타고 달러 오신다. 이 분들이 저를 예쁘게 봐주신다. 저도 안 그러면 안 되게끔 (그 분들이) 친절하게 만든다.”

실상 어머니 같은 자원봉사들의 마음과 사랑 때문에, 본인도 친절할 수밖에 없다고 겸양적인 표현을 사용했지만, 한편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에 불편함이 없도록 배려하고 살피는 것은 일을 하는 실무자로서 어쩔 수 없는 일. 자원봉사자들은 전씨의 배려와 살핌에 대해 ‘친절함’으로 받아 들였고, 아낌없는 자원봉사로 협력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사람들은 서로 어울리면서 닮아간다. 전씨를 만났을 때 첫 인상은 예쁜 미모에 친절한 웃음을 체감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인터뷰 도중 확인한 바에 따르면, 처음부터 본인이 그렇게 상냥했던 것만은 아니라고. 결국 자원봉사자들과 어울리면서 애교도 생겼고, 그들과 닮아져서 더욱 친절도 몸에 뱄단다.

전씨는 노인복지관 개관과 동시에 인연을 맺었다. 첫 1년 근무를 했고, 그 이후 1년은 다른 곳에서 근무했다. 그러다 다시 이곳으로 돌아왔다. 왜? “이곳이 그리웠다. 이곳이 아주 좋다. 어르신들이 이뻐해주신다.” 영양사로서 이곳 복지관에서만 일한 것은 아닌데, 이곳의 장점은 아주 편하다는 것이다. 일은 힘들어도 마음이 편하고 따뜻한 인간관계가 있는 곳이 좋다.

“‘어떻게 하면 아낄까?’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더 드릴까?’를 고민하는 이곳이 좋다. 경로식당을 이용하는 어르신들 중에는 하루 한 끼를 드시는 이들도 있다. 오전 10시부터 와서 기다리는 분들도 있다. 60여명의 기초수급자분들도 계시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누구든 구분 없이 대하고 있다.”

누구나에게 한 끼가 똑같은 한 끼일 수 없는 이유는 많다. 광명노인복지관 경로식당에서는 한 끼 식사에 온 마음을 담아 대접하고자 하는 노력을 품고 있다. “어머니 같은 분들과 일하면서, 할아버지, 할머니 같은 분들을 대접하고 있습니다.” 가족을 대접하는 그 마음으로 어르신들을 대접하는 곳. 이곳에서 일하는 영양사, 조리원, 자원봉사자들의 마음과 수고가 그렇다. 전해영 영양사에 대한 칭찬은 그래서 훈훈하다.

전씨는 인터뷰 말미에 ‘식당에 놀러오세요.’라고 초대의 말을 건넨다. 어찌 이 말이 기자에 대한 초대에만 그치겠는가. 그를 만나는 모든 이들은 식당으로 초대를 받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