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모든 국민에게 일정액의 현금을 지급한다면?
국가가 모든 국민에게 일정액의 현금을 지급한다면?
  • 강찬호
  • 승인 2016.01.05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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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일부 국가들, ‘기본소득’ 도입 ‘노크 중’...국내, 녹색당 당론 채택하고 도입 적극 주장...
‘기본소득 훈풍’을 환영한다. 녹색당은 지난해 연말인 12월28일 이 같은 보도자료를 냈다. 유럽이나 한국에서 녹색당이 기본소득을 제안하고 실현하기 위해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녹색당은 지난해 기본소득을 당의 당론으로 채택했다. 지난해 시사주간지 ‘시사인’도 기본소득 도입을 둘러싼 국내외 흐름과 논쟁에 대해 상세하게 보도했다. 녹색평론을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녹색당이 기본소득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면, 시민사회 진영에서는 ‘기본소득네트워크’가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기본소득’에 대해서 많은 시민들이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기본소득은 말 그대로 일정액의 현금을 시민들에게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시민배당, 시민소득, 사회소득, 보편소득’ 등등 용어로 표현되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어르신들에게 지급되는 기초연금이나 성남시가 추진하는 청년배당 등이 국내에서는 ‘포괄적인’ 의미에서 기본소득에 해당될 수도 있다. 그러나 본격적인 기본소득은 국가 차원에서 전 국민에서 일정액의 현금을 직접 지급하는 방식을 이른다. 올해 스위스가 기본소득에 대해 국민투표를 시행할 예정이다. 필란드도 2017년에 기본소득 실험을 진행할 계획을 잡고 있다. 네덜란드도 유트레흐트 등 19개 시가 기본소득 지급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녹색당은 이런 흐름에 대해 기본소득 ‘훈풍’이 불고 있다고 표현했다. 기대감에 대한 표시이고, 적극적으로 국내에서도 활동하겠다는 의지의 표시이다.

기본소득의 문제의식은 간단하다. 국민들에게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자는 것이다. 모두에게 지급함으로서 가장 ‘평등’하고 인간적이다. 지급 방식도 단순하고 명쾌해, 산출과 관리를 위한 비용도 적다. 국민들은 최소한도의 삶을 보장받음으로서 생존의 불안과 위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고, 이는 보다 생산적이고 창조적인 경제활동, 사회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징검다리가 된다는 문제의식이다. 기본소득의 원리는 북유럽사회 복지국가의 선순환 사회 시스템과 맞닿아 있다. 최소한도 삶의 안정을 누리는 국민들은 보다 창의적인 삶을 살아감으로서 사회적 부가 높아지고 지속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다만 문제의식이나 지향점이 비슷하더라도 시행 방식이나 그 결과로서 기대되는 사회적 효과를 두고서는 이견과 논란이 존재하고 있다. 지난해 <시사인>은 스웨덴 사례를 통해 스웨덴 사회민주당이 기본소득 보다는 기존 복지시스템을 지지하는 이유를 소개하기도 했다. 기본소득 도입이 기존 복지국가 시스템을 통해 누리는 이익을 ‘후퇴’시킬 수 있다는 우려였다. 기본소득 도입과 동시에 기존 복지시스템을 없애거나 후퇴시키는 일이 병행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기본소득 도입은 기존 복지 시스템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보다 적게 들일 수 있는 이점이 있을 수도 있다. 기본소득 도입이 좌파뿐만 아니라 우파 진영의 지지를 받는 흐름이 생겨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이외에도 기본소득 도입에 대한 논쟁이 지속되는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한편 국내에서는 기본소득 도입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아직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기본소득에 대해 들어봤더라도,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를 두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그래서 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하는 진영에서는 증세와 기존 세출구조 조정 등을 통해 재원을 확보하는 방안이나 단계적 도입 등 여러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아울러 복지국가에 대한 적극적 공감대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기본소득 의제 자체가 요원할 수도 있다. 결국 시민의식, 국민의식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기본소득은 복지국가 담론과 비전을 확대하고 국민에 대한 국가의 기본권 확보차원에서 시민의식, 국민의식을 한 차원 더 끌어 올릴 수 있는 의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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