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Portrait de la jeune fille en feu, Portrait of a Lady on Fire,2019)
[영화리뷰]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Portrait de la jeune fille en feu, Portrait of a Lady on Fire,2019)
  • 신성은 기자
  • 승인 2022.01.27 1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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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나래미디어 배급사 블로그

깰 수 없는 운명 속에 새로운 나의 모습을 발견하는 여성들의 이야기. 넘을 수 없는 선을 넘으며 금기에 도전하지만...

1770년 대 프랑스 북서부에 위치한 브리타니의 한 섬. 귀족 여성 엘로이즈는 얼굴 모르는 이탈리아의 남성과 결혼을 앞두고 있다. 결혼 전 신부의 초상화를 신랑에게 보내야 하지만 우울증에 걸린 엘로이즈는 초상화 모델이 되기를 거부한다. 결혼을 앞두고 벼랑 끝에 몸을 던져 생을 마감한 그의 언니와 같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엘로이즈의 어머니는 여성화가 마리안느를 섬으로 불러들인다. 화가 마리안느는 엘로이즈의 우울증을 덜어줄 산책친구로 위장하여, 엘로이즈를 자세히 관찰한다. 엘로이즈는 시간이 지날수록 마리안느에게 마음을 열지만, 마리안느의 목적은 초상화를 완성 시키는 것이다. 마리안느는 그림이 완성되자 결혼을 위한 초상화를 그렸다는 사실을 더 이상 숨기지 못하고 엘로이즈에게 초상화를 보여준다.

자신의 초상화를 본 귀족 엘로이즈는 화가 마리안느에게 묻는다.

“당신이 본 내가 이랬나요?”

“규칙과 관습이 있어요!”

틀에 갇힌 마리안느의 대답에 엘로이즈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생명력은 없나요? 존재감도? 나랑 이 초상화는 비슷하지 않아요. 당신을 닮지도 않아서 슬프네요.”

자신의 운명을 벗어던지고 싶은 엘로이즈는 화가 마리안느에게 당신도 틀에 갇혀 사는 사람이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영화는 이 장면을 계기로 틀을 깨어버리는 여성들의 이야기로 바뀐다. 운명처럼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성별, 규칙, 신분의 틀을 완전히 깨어버리고, 자유와 연대와 사랑 앞의 한 사람으로 선다.

원하지 않은 임신으로 고민에 쌓인 하인 소피의 낙태를 위해 귀족과 화가는 신분의 틀을 벗어 던지고 연대한다. 그리고 귀족이 해야 할 일, 하인이 해야 할 일의 틀도 깨어 버린다. 남녀 사랑의 관념도 깨어버리고 오로지 인간과 인간으로 만날 뿐이다. 이제 마리안느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을 화폭에 담아낸다. 이들은 끝까지 자신의 운명의 틀을 벗어던지고 살 수 있을까? 운명의 막다른 벽 앞에서 인생을 살아내는 힘은 사랑의 경험이다. 한 인간으로 오롯이 살았던 사랑의 경험이 벽을 밀어내고, 또 밀어낸다.

영화는 여성들의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배우들의 감정을 가만히 따라가다 보면 인생의 벽 앞에서 머뭇거리는 나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나를 살아가게 만드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본 기사는 광명여성의전화 2021년 겨울호(통권 84호) 소식지에 함께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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