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특집>게으른 사람의 손쉬운 문화 보기
한가위특집>게으른 사람의 손쉬운 문화 보기
  • 양정현기자
  • 승인 2003.09.04 16: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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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특집> 볼 만한 비디오 123

게으른 사람의 손쉬운 문화보기

 

 

 

대형 극장을 가면 스크린이 보통 10개 이상이다.
광명도 최소한 6개 이상의 영화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영화관은 음질이 좋고 화면이 크다는 장점이 있지만 1년에 몇 번 영화관을 가면 유쾌하지 않는 경험이 많다.
일단, 추석과 같은 명절에는 사람이 많다.
내가 좋아하는 흡연실은 보통 구석에 통유리로 되어 있어 꼭 동물원의 원숭이가 된 기분이다. 광명의 모극장은 아예 이것도 없다.
문 앞에는 음식물 반입금지라고 써있는데 실제로 영화관내의 매점에서 파는 팝콘과 음료수 같은 것은 들고 들어간다. 의자에도 그 음료수를 놓을만한 컵 받침대가 있는데 이것은 음식물을 단속하려는 것이 아니라 판매를 독점하려는 것이라 기분이 나쁘다.
좌석의 앞줄인 A부터 C까지는 너무 가까워 화면이 굴절되어 보인다.
대형 멀티플렉스의 경우도 겉으로는 “호텔같은 서비스”를 구호로 내세우지만 거대한 멀티비젼 앞에서 영화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의자하나 변변하지 않다.
조금이라도 쉬려면 몇천원을 주고 커피한잔이라도 먹어야 한다.
휴식과 서비스는 모두 돈과 연결되어진다.
거대자본의 위력을 문화에서도 실감할 수 있는 곳이 CGV다 이곳은 CG엔터테인먼트라는 제일제당 회사가 운영한다. 이영화관에 가면 광고의 처음은 “게토레이”다. 정말 자본의 위력을 실감한다.

이에 비해 비디오는 몇가지 단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추석과 같은 날 유일한 문화생활이 TV인 사람들에겐 조금더 유익한 것을 준다.
특히, 매번 명절때면 방송사마다 특집 영화라는 것이 거의 재탕이다. 투캅스 같은 영화는 한번도 빠진 것을 본적이 없다. 명절에 맞춰 모든 개봉관들이 헐리웃 오락영화 일색인 것과 별다를게 없다.
비디오는 잘만 고르면 아주 훌륭한 영화를 고를 수 있는 선택권이 넓다.
하지만 좋은 비디오를 고르기란 그리 만만치가 않다.동네의 비디오가게는 대부분이 아줌마들이 운영한다. 아줌마들은 영화보다는 드라마에 관심이 많아서 좋은 프로에 자문을 구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또 하나는 비디오는 빨리 자취를 감추고 가게마다 만화책이 늘어간다(만화책을 좋아하는 분께는 실례)는 아쉬운점도 있다.

아뭏은 나에게는 사람들이 많은 곳보다는 좋은 영화를 여러번 반복해서 볼 수 있는 비디오보기가최고다. 사실 내가 비디오를 좋아하는 진짜 이유는 나처럼 게으른 사람들에게 집앞을 나가는 성의만 있으면 손쉽게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때문이다.

 

 

집으로 가는길

 

장이모 감독이 만든 중국영화이다.
이 영화의 매력은 아름다운 화면과 음악에 있다. 그렇지만 그것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깨끗한 사랑이라는 것을 감독은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따뜻한 시선을 지켜나간다.
도시에서 사업을 하는 루오 유셍이 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르기 위해 고향으로 오는 것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그리고 그의 회상으로 아버지와 어머니의 순수했던 사랑이야기가 펼쳐진다. 주인공이 어머니가 아버지의 시신을 자동차가 아닌 걸어서 운반하고자 했던 뜻을 이해하는 것이 영화의 클라이막스 같다.
장이모 감독은 영화를 거듭할수록 사라져가는 아름다운 전통에 대한 그리움과 순수함을 작품속에서 나타내고 있다.

 

 

철도원

 

예전에 내가 좋아하는 한국록의 대부라고 하는 신중현이 현재 대중음악을 하는 사람들에게 장인정신의 필요하다는 것을 주문한적이 있다.
'철도원'은 일본에 개봉되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일은 무슨일이 있어도 완전히 끝내야 한다는 일본식의 장인정신을 주제로 중장년층의 눈시울을 붉히게 만든 영화다.
하얀눈으로 뒤덮힌 시골 작은 마을의 종착역. 평생 이역을 지켜온 철도원 오토는 17년전 겨울 눈의아이라는 이름을 가진 자신의 딸 유키코를 태어난지 두달만에 잃는다. 강추위를 이기지 못해 열병으로 하늘나라로 떠나 보낸 것이다.
두해전엔 슬픈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던 아내 시즈에를 유키코 곁으로 떠나 보낸다.
아이와 아내를 떠나보내는 순간에도 폐선직전의 기차역을 지키던 오토의 가슴에는 깊은 상처가 자라난다.
정년퇴임을 앞둔 새해 아침에 자신의 직책에만 충실했던 주인공에게 낯선 아이 하나가 찾아오고 작은 기적이 일어나면서 영화는 계속된다.

 

 

행복한 장의사

 

나와 같이 사는 나의 아내가 임창정을 좋아해서 별로 내키지 않아 하면서 억지로 본 영화다. 그런데 영화는 의외로 볼만한 영화다.
보통 죽음을 소재로 한 영화가 눈물로 호소하는데 비해서 이 영화는 웃음을 통해서 죽음을 그려 나간다.
웃음이나 행복, 사랑 같은 것들이 전혀 예기치 않았던 곳에서 발견 할 수 있다는 것을 이 영화는 보여준다.
죽음을 가까이서 대하는 사람이 오히려 훨씬 삶을 진지하게 바라볼 수 도 있다는 것도 볼 수 있다.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장례의 풍경이 아닌 장례를 치루는 장의사들의 정서이다.
하지만 영화에서 심각한 것은 안나온다. 해학적인 인물설정으로 웃기면서 회면은 풍경화처럼 아름다움이 베어 나온다.

 

 

  

<2003. 9. 4 양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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