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금을 읽는 마음
대장금을 읽는 마음
  • 김경미
  • 승인 2003.11.28 03:26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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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금을 읽는 마음


최근 대장금이 엄청난 시청률을 자랑하며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인터넷의 한 사이트에는 대장금의 인물들과 현 정국의 인물들을 비교해 놓은 글까지 올라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고 있는데, 대충 살펴보면 정상궁은 김 대중 전 대통령이요, 한 상궁은 노무현 대통령, 대장금은 강금실 장관, 민정호 내금위 종사관은 안대희 중수부장, 최상궁은 최 병렬 의원 등등,그리 보는 이유와 상황, 그 외 인물에 대한 자세한 비교까지 한편 억지스러운 부분도 있으나 드라마 작가인 나로서는 한번 쯤 이런 식으로 드라마를 읽어 내는 시청자의 마음을 짐작해 봄직하다.
김 영현 작가와 직접 통화를 해보지는 않았으나 아마도 그런 의도만으로 쓴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 작가도 지금 우리와 함께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니 전혀 영향이 없다고만도 할 수는 없으리라. 단순하고 통속적인 멜로 드라마를 쓸 때 조차 시대를 읽어 그 시대가 바라는 통속성의 정서를 표현하려는 노력이라도 하는 것이 작가의 기본인데, 하물며 차별이 심한 조선시대 여성으로서 중종의 주치의로 신임을 얻어 의녀로서는 초유의 “대장금”이란 칭호까지 받은 한 실존 인물을 선택해서, 새롭게 99% 소설적 작가의 상상으로 드라마를 만들어 낼 때에는, 그저 하다보니 그런 인물이 되었네-가 아니라, 작가 나름으로는 이 시대의 모습을 담고, 작가가 보여주고 싶고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았을 것이다.
그런 것처럼 시청자도 드라마를 보며, 동시대적 호흡이랄까, 현시대의 인물이나 나의 상황과 비교해보며 때로는 대리만족을 얻기도 하고, 또 때로는 어려운 현실로부터 도피할 수 있는 피난처로써 오락적 만족을 얻기도 할 것이다.
거기다 대장금의 미덕은 이 둘을 다 만족시킨다는 것이다. 권력을 쥔자는 여전히 권력을 쥐기 위해 더러운 방법을 서슴치 않고, 장금이처럼 아름다운 마음결을 가지고 올곧게 꿈을 얻으려는 자는 고난의 연속이나 하나 씩 하나 씩 헤쳐가는 드라마. 거기다 하필 요즘 상황을 떠올리게 되는 비슷한 인물 구도와 진행 상황 등이 현 정국과 비교되는 요인까지 있으니 장금이가 한 발 한 발 나아갈수록 그녀를 지지하던 시청자들은 대리만족을 느낄 것이고, 비록 현실은 이보다 호락호락하지도, 깨끗하지도 않지만 잠시라도 이 앞이 안보이는 현실로부터 떠나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또 다른 미덕도 있다. 궁궐 내 궁녀들의 이야기다 보니 여자들끼리의 암투처럼 보여질 수 있는 이야기를 장금이를 중심으로 정상궁 할머니, 한상궁 엄마, 연생이 자매의 느낌으로 가족적 안정감과 여성끼리의 의롭고 정겨운 연대를 아름답게 보여준다는 점이다. (여인천하나 왕의 여자 같은 류에서는 연대의 이유가 친족이나 개인의 이익을 중심으로 뭉쳐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거기다 양 편에서 어쩔 줄 모르고 갈등하는 궁녀와 돈 밖에 모른다면서도 장금이를 위하는 강덕구와 그의 아내 등은 현실에도 충분히 존재할 법한 밉지 않은 인물들이어서 드라마를 풍요롭게 해준다.
그런데 드라마 속 장금이나 한상궁이 올곧고 백성을 위하는 아름다운 진정성의 소유자임은 드라마를 통해 충분히 느낄 수도 있고, 또 무엇보다도 드라마 속의 인물이니까 애써 의심할 이유도 없다. 어짜피 허구의 인물, 믿고 보는 것이 훨씬 즐겁다.
하지만 현실에서 한상궁과 동일시 하기도 하는 노대통령에 대해서는 그의 진정성을 믿고, 그의 말을 곧이 곧 대로 듣는 이가 얼마나 될까? 이는 큰 기대 속에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몇 개월 간을 겪으며 느낀 상처 때문일수도 있고, 또 그 간의 정치인과 권력자에게 속아 온 국민이기에, 대통령을 무조건 믿는 것은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국민으로서는, 믿고도 싶지만, 너도 더러운 정치판에서 생존한 사람인데 작던 많던 구릴 것 같아 순진하게 믿어줄 수도 없고, 또 노무현 대통령 쪽에서는 믿어달라는데 안 믿어주니 답답하다.
이것이 드라마와 현실, 혹은 서로의 '진실'과 '입장'에 대한
'오해와 소통의 딜레마'다.
“개와 고양이가 싸우는 이유가 뭔지 아냐?”며 한나라당과 청와대의 끊임없는 부딪힘을 두고
‘코드의 다름’을 돌려 말한 노대통령의 마음도 이런 소통의 딜레마와 비슷한 것일까?
국민은 ‘대장금’같이 옳고 바른 자가 명확하게 존재하는 현실을 보고 싶지만, 현실은 대체로 이익을 위한 아귀다툼만이 생존의 법칙인 ‘여인천하’같으니, 국민들은 그를 ‘한상궁이나 장금이’로 여겨야 하나 아니면 ‘난정이나 문정왕후’로 여겨야 하나?
‘산에 가면 지천인 보잘 것 없는 산딸기'를 임금에게 권하며 '산딸기 같은백성을 돌아보고 나라를 다스리라’는 장금의 마음이 바로 국민의 마음이기에 ‘코드의 다름’을 넘어서, 국민이 감동받고 지지할 수 있는대통령이 되시길 진심으로 손 모아 기도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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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 2003-11-28 03:26:19
보는 마음이 아니라 읽는 마음이라는 말이 새롭게 다가옵니다. 읽어내려는 의지없이는 읽히지 않겠지요. 눈에 들어온다고 다 보는 것이 아니기에... 노력없이 무엇을 기대하고 따지는 것은 문제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보았습니다.

예슬맘 2003-11-28 03:26:19
저도 현 정치판과 대장금의 등장배우를 적절히 비교묘사를 해놓은것을 보며 맞다맞다 그랬는데.....대장금은 그냥 드라마 일수가 없는것이 장금이가 권력권을 가진 세력들에게 모략을 당할땐 차라리 속상해서 보지 않을때가 있습니다.차라리 장면이 바뀌어서 장금이가 문제가 해결이 되었을즘 볼때가 있습니다.그냥 드라마는 드라마 일뿐 이 않되더군요.어젠가요..최상궁이 그랬죠..한상궁에게 권력에 머리숙이지 않은죄라고 말이죠..지금도 다르진 않은것 같습니다.

여울목 2003-11-28 03:26:19
조은글 조은세상 조은나라를 위하여!!! 정진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