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만납시다.
현장에서 만납시다.
  • 방경은 광명자치대학
  • 승인 2022.10.04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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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경은
방경은

‘우문현답‘은 본래 어리석은 질문에 현명한 답을 한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본래 의미보다 <제는 장에 이 있다>로 풀이될 때가 많습니다. 문제가 발생하는 현장, 그 안에 들어가야 답을 찾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 현장에서 찾은 해법이야말로 실질적이고 적용가능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는 많은 문제를 삶의 현장에서 마주하게 됩니다. 그 문제가 개인을 넘어 사회와 구성원에게 지속적이고 일관된 영향을 준다면 이것은 정책의 문제로 확장됩니다. 탁상공론, 칸막이 행정, 깜깜이 예산, 선심성 정책 등 우리가 잘못된 정책의 원인으로 쉽게 꼽는 것들입니다. 대상에게 적절하지 않거나, 적용하기 어렵거나,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하는 잘못된 정책은 많은 경우 현장과의 거리감에서 비롯됩니다. 정책은 여러 사회 구성원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만든 것인데, 오히려 현장에서 문제를 야기하는 경우도 생기곤 합니다. 이 모든 해답은 단언컨데 현장에 있습니다.

광명자치대학의 지향점 또한 현장에 있습니다. 지역에 필요한 리더는 ’현장형 리더‘이지, ’이론형 리더‘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하면 광명자치대학의 학습자가 이웃과 협동하고 동네의 문제를 해결하는 자치리더가 될 수 있을까? 질문의 답은 간단했습니다. 자치대학에서 이웃과 협동하고, 동네의 문제를 해결하는 ‘연습‘을 해보면 될테니까요. 그러기 위한 과정을 차곡차곡 쌓아 광명자치대학은 3학기로 안착하였습니다.

 

먼저 이웃과 협동하기 위해서는 공감하고 소통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나를 야무지게 이용만 하려는 리더와 협동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자신의 부족함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용기와 어렵지만 함께하자고 손 내미는 진정성에 이웃의 마음은 움직입니다. 그런 리더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자기정리입니다. 나의 경험을 되돌아보고, 성찰하고, 남의 이야기를 열린 태도로 듣고 존중하는 태도를 갖는 것은 글쓰기와 공유하기를 통해 완성됩니다. 생각보다 어려웠던 1학기가 끝났습니다. 아직 내 것을 꺼내어 정리하고 공유하기에 버겁고 부담스러웠던 분들, 현실적인 문제로 어쩔 수 없이 80% 이상 수강이라는 조건에 미달된 분들은 끝내 수료하지 못한 과정입니다. 아쉽고 안타깝지만, 광명자치대학에 입학한 것만으로도 자치 리더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낯설고 까다로운 1학기 과정을 통과한 학습자들께는 늦었지만 큰 박수를 보냅니다.

1학기 내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우리 전공은 언제 공부하나요?‘입니다. 마을공동체, 사회적경제, 기후에너지 각각의 전공에 대한 수준높은 학습을 기대한 광명자치대학생들은 목이 탑니다. 전문적인 지식, 앎과 정보를 찾아왔는데, 자꾸 (별것 없는) 나의 경험을 정리하고 (별 관심 없던)타 전공 교양강의까지 들어야 하니까요. 그토록 기다리던 전공 중심의 2학기가 시작되면 학습자들은 스폰지처럼 전공지식을 빨아들입니다. 학과장의 설계에 따라 정책과의 연계를 위해 담당부서 공무원이 초대되거나 전문가의 특강으로 구성되기도 합니다. 1학기를 통해 서로의 경험과 기대가 충분히 공유된 학과에서는 전공수업 후 자연스러운 토론과 서로 배움이 일어납니다. 여전히 부족하고 아직도 더 배워야 할 것이 많다는 생각이 들지만 어느새 7학기로 구성된 2학기도 끝났습니다.

 

광명자치대학에 숨은 의도가 있다면 그것은 결국 현장 실천과 연결된 학습 과정이라는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졸업 이후 어떤 활동으로 이어갈까에 대한 고민과 방향성을 3학기 과정에 담고 있습니다. 마을의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적경제를 통해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고, 기후에너지를 위한 실질적 행동에 나서기 위한 준비입니다. 막막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해볼까? 생각이 드는 것은 함께 고민하고 손 보태줄 동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함께 공부한 20주의 과정, 교육기간으로서는 무척 길지만, 선뜻 일을 도모할 정도의 관계를 만들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광명자치대학이 말하는 동료는 일을 함께 도모할 ’마음 맞고 뜻 맞는 동지‘는 아닙니다. 오히려 광명시에 대한 애정과 지속가능성에 관심을 가진 리더들의 조합으로써 좋은 제안과 건설적인 협조를 구하고 논의할 수 있는 광명자치리더 풀(pool)을 만들고 공유한다는 의미가 더 클 것입니다. 동네의 문제를 해결해보는 실습과 설계를 경험하는 3학기 과정뿐만 아니라 졸업 이후 연계와 졸업생 간의 네트워크가 매우 중요함을 알 수 있습니다. 광명자치대학 졸업 이후를 진짜 시작으로 말하는 이유이자 졸업생으로 구성된 자치회를 위한 세심한 후속 과정이 필요한 지점입니다.

광명자치대학의 꽃이자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3학기가 곧 시작됩니다. 졸업 이후 광명의 새로운 현장을 만들어갈 자치리더들의 잰 발걸음 소리가 벌써 들려오는 듯합니다.

방경은
광명자치대학 교무처장
예비사회적기업 어반피크닉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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