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지대]가상으로 써본 6자회담 대화록
[비핵지대]가상으로 써본 6자회담 대화록
  • 정욱식대표
  • 승인 2004.02.25 16: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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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회담,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기대하며

[비핵지대]가상으로 써본 6자회담 대화록


2월 25일부터 중국 베이징에서 6자회담이 열리면서 회담 결과에 초미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아래의 글은 회담 참가국들의 입장을 고려하면서도, 한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하면서 써본 6자회담 가상 대화록입니다. - 글쓴이 주

중국 : 반년만에 6자회담이 열리게 되었다. 전세계가 이 회담을 주목하고 있으니, 좋은 결실을 맺도록 노력하자.

북한 : 이제 곧 봄이다. 미국이 우리 조선(북한)을 적대시하면서 조선반도(한반도)의 정세가 얼어붙었는데, 이번 회담을 계기로 조선반도에도 봄이 오길 바란다.

미국 : 우리에게 책임을 떠넘기지 마라. 북한이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어기고 비밀리에 고농축 우라늄(HEU)을 이용해 핵무기를 개발하면서 위기가 온 것이다. 북한이 리비아 방식으로 HEU를 포함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방식으로 핵 프로그램을 폐기하면 북한에게도 기회는 올 것이다.

북한 : 당신들 변한 것이 없구만. 그리고 자꾸 리비아 리비아 하는데, 우리 조선은 리비아와는 다르단 말이야!

러시아 : 허허, 말싸움하려고 여기 모였나? 반년만에 만났으면 달라진 것이 있어야지.

일본 : 우리 일본은 핵문제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의 납치 문제도 논의되었으면 한다.

중국(북한이 말하려는 것을 막으면서) : 자제들 하자. 납치 문제는 이 자리에서 논의하기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 북일 양측이 만날 시간이 있으니깐 전체회의에서는 핵문제에 집중하자. 듣자하니 한국에서 해법을 준비해온 것 같은데 설명해달라.

한국 : 이번 회담에서 크게 세 가지를 합의했으면 한다. 첫째는 북한은 모든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폐기하는 것을 약속하고 미국은 다자간 안전보장 제공 의사를 밝히는 것이고, 둘째는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동결하면 이에 대한 보상 조치를 취하고, 셋째는 6자회담을 정례화하고 워킹 그룹을 만들어 여러 가지 현안들을 다루어나가자는 것이다.

중국 : 어떻게들 생각하나?

러시아 : 좋은 제안이다.

일본 : 구체적으로 논의해보자.

미국 : 우리가 원하는 것은 핵 동결이 아니라 폐기이다. 그리고 폐기 대상에는 당연히 HEU도 포함되어야 한다.

북한 : 있지도 않은 HEU를 어떻게 폐기하란 말인가? 그리고 핵 폐기는 미국이 적대정책을 포기하면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다.

미국 : 북한은 이미 HEU 보유 사실을 시인한 바 있다. 그리고 우리는 증거를 갖고 있다. 파키스탄의 A.Q 칸이 HEU를 북한에 제공했다고 진술하고 있지 않은가?

북한 : 우리가 언제 시인했단 말인가? 그리고 파키스탄하고는...

중국(북미 양측을 말리면서) : HEU 문제로 입씨름하면 끝도 없다. 양측의 입장은 이미 알고 있으니,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찾아보자. 한국은 HEU 문제를 어떻게 풀었으면 하는가?

한국 : 우리 역시 핵 동결 및 폐기 대상에 HEU가 포함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확실치 않은 부분이 있는 만큼, 워킹 그룹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면 어떨까 한다.

러시아 : 그렇게 하자. 지금 급한 것은 HEU가 아니다. 플루토늄 문제가 훨씬 급하다. 좀더 규명이 필요한 HEU 문제는 워킹 그룹에서 계속 논의하기로 하고, 가능한 수준의 합의부터 이끌어내자.

중국 : HEU 문제를 이렇게 정리하는데 이견이 없는가? 우리 역시 HEU 의혹은 해소되어야 하겠지만, 실체가 불분명한 문제로 판 자체가 깨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한국의 제안을 받아들여 워킹 그룹에서 논의하기로 하자. 북한과 미국이 한발씩 양보해달라.

(북한, 미국 헛기침 소리로 답변을 대신하고...)

북한 : 그럼 우리가 제안한 동결 대 보상 문제를 논의해보자. 우리는 이와 관련해 핵무기를 더 만들지도 않고 시험도 이전도 하지 않으며 평화적 핵동력 공업까지 멈추고, 이에 대한 보상으로 테러지원국 해제, 정치·경제·군사적 제재와 봉쇄를 철회하며 중유와 전력 등 에너지 제공을 제안한 바 있다.

미국 : 북한이 핵 동결을 하는 것은 과거 합의에 따라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이에 대한 보상을 해줄 수는 없다.

북한 :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가? 과거의 합의에 따르면 이미 경수로는 완공되어 있어야 하고, 경제제재도 해제되었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한테 핵무기 사용 및 사용 위협도 하지 않기로 해놓고선, 핵선제공격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는가? 미국은 과거 합의 운운할 자격이 없다.

미국 : 당신들이 비밀리에 핵무기를 개발하면서 우리가 약속을 지키기를 바라나?

러시아(양쪽을 말리면서) : 이 자리에서 제네바 합의 파기 책임론을 들고나오면 끝이 없다. 우리가 보기에는 양측 모두 책임이 있으니, 진전을 위해서는 양쪽 모두 양보를 해야 한다. 보상과 관련해 북한이 요구한 것이 다소 추상적인 것 같은데... 테러지원국과 경제제재 해제, 그리고 에너지 지원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정치적·군사적 제재와 봉쇄를 철회해달라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가?

북한 : 미국은 우리를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선제공격 대상에 포함시켰다. 또한 우리를 겨냥해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 구상(PSI)인가 뭔가 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고, 조선반도 안팎에 군사력도 증강시키고 있다. 이러한 적대정책을 포기하는 것이 정치적·군사적 제재와 봉쇄를 철회하는 것이다.

중국 : 북한의 제안에 미국은 어떤 입장인가?

미국 : 우리는 수 차례 강조한 것처럼, 동결에 대해 보상할 수 없다. 그리고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제재의 철회 문제는 북한의 핵폐기가 상당 부분 진전되었을 때 논의할 수 있다. 지금 단계에서 논의할 사항이 아니라는 것이다.

북한 : 우리에게 계속 총을 겨누면서 우리한테 총을 먼저 내리라는 것이 말이 되느냐?

미국 : 부시 대통령도 말한 것처럼, 우리는 북한을 공격할 의사가 없다.

중국 : 그럼 좋다. 미국은 공동발표문에 북한을 공격할 의사가 없다는 내용을 포함시키는 것에 동의할 수 있나?

미국 : 우리는 이미 다자간 안전보장 제공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러시아 : 이렇게 하자. 공동발표문에 북한은 궁극적으로는 핵 폐기를 약속하되, 이러한 맥락에서 핵 동결 조치를 취하기로 하고, 미국은 북한을 적대시할 의도가 없고 다자간 안전보장을 제공할 의사가 있다는 점을 천명하는 것으로 하자.

한국 : 우리도 같은 입장이다. 대신 북한은 구체적이고 검증가능한 핵 동결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북한 : 우리는 이미 오스트리아 빈에서 IAEA 관계자와 접촉했다. 보상이 담보되면 IAEA 관계자들의 재입국을 허용하겠다.

중국 : 중요한 부분이 있다. 이미 우리는 한국, 러시아와의 사전접촉을 통해 북한의 핵 동결에 대한 상응조치로 에너지 지원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미국이 당분간 중유를 제공하기 힘들면, 우리가 대신할 의사가 있는데 어떤가?

미국 : 북한의 핵 동결 조치가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에너지 지원을 거론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한국 : IAEA 사찰단이 북한에 들어가는 시점에 에너지를 제공하면 어떻겠는가?

북한 : 무슨 소린가? 에너지 지원은 당장 이뤄져야 한다. 미국은 우리가 IAEA 관계자를 추방하기 전에 중유 제공을 중단했다. IAEA 관계자가 들어오기 전에 에너지 지원을 재개하는 것인 순리이다.

중국 : 어차피 IAEA 관계자가 북한에 재입국하는 것도, 에너지를 지원하는 것도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선후가 아니라 동시적으로 하자. 북한이 IAEA와 핵 동결 검증 방안을 협의하면, 곧바로 에너지 지원 방안을 강구하자.

러시아 : 좋은 생각이다. 일본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일본 : 우리 역시 지금 단계에서 에너지 지원 문제를 고려하기는 힘들다. 다만, 한국, 중국, 러시아가 지원하는 것에는 반대하지 않는다.

중국 : 미국도 동의하는가?

미국 : 일단 급한 불을 끄기 위해서는 그 정도 조치는 불가피한 것 같다.

한국 : 아직 이견이 남아 있지만, 대체적인 합의는 이룬 것 같다. 이러한 합의를 바탕으로 공동발표문을 작성하고, 공동발표문에는 6자회담의 정례화와 워킹 그룹 구성을 명시하도록 하자.

중국 : 모처럼 유익한 회담이었다. 한발씩 양보하니깐 문제가 풀리지 않는가? 이러한 방향으로 회담을 계속 진행하면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모두들 수고했다.

정욱식/2004년 2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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