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재배치 비용 부담 : '45 대 55' 에서 '95 대 5'로
주한미군 재배치 비용 부담 : '45 대 55' 에서 '95 대 5'로
  • 정욱식대표
  • 승인 2004.08.16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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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재배치 비용 부담 : '45 대 55' 에서 '95 대 5'로


오는 8월 19일부터 개최예정인 제11차 미래한미동맹정책구상(FOTA)에서 용산기지이전 협상과 관련된 기본합의서(UA)에 가서명을 예정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이 용산기지뿐만 아니라, 2사단을 포함한 전체 미군기지 재배치 비용을 대부분 부담하는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예상된다.

이와 같은 내용은 미국의 정부회계국(GAO)가 작성한 보고서에서 확인되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주한미군 재배치 비용과 관련해, 미국 측 부담은 2004년부터 2007년까지 2억1천2백만 달러인 반면에, 한국의 부담은 2004년부터 2008년까지 무려 47억달러에 달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 보고서에서는 미국은 한국이 용산기지뿐만 아니라, 2사단 이전비용도 한국이 부담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는 그동안 정부가 용산기지는 한국이 요청했기 때문에 한국이 부담하고, 2사단 이전은 미국이 요청했기 때문에 미국이 부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내용이라는 점에서 명확한 검증이 요구된다.

실제로 ▲반환되는 용산기지는 약 80여만평인 반면에 오산·평택에 새롭게 제공될 기지 부지는 이에 4배가 넘는 349만평라는 점 ▲미국이 용산기지를 평택으로 이전시킨 다음에 2사단을 합류시키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는 점 ▲2사단 이전 비용 부담 주체를 명확히 밝히고 있지 않은 점 ▲GAO에서 전체 주한미군 재배치의 미국 부담으로 불과 2억1천2백만 달러로 추정한 점 등을 종합할 때, 2사단 이전 비용도 한국이 부담하기로 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이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규명되어야 할 사안이기도 하다.


LPP 협정서 '무시'

GAO가 7월에 작성한 보고서는 해외 미군 사령부로부터 자료를 취합하고 미국 국방부 관리들의 면담을 통해 작성된 것이다. 특히 주한미군 기지 재배치와 관련해서는, 주한미군 사령부를 비롯해 주한미국대사관, 주미한국대사관, 한국의 국방부를 방문해 취합한 자료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이 보고서는 미 의회 상원군사위원회에서 국방부에 해외 주둔 미군 재배치와 관련해 포괄적인 마스터플랜을 작성할 것을 요구하고, GAO가 이를 감시하라는 지시를 받아 작성된 것이다. 즉, 의회 상원군사위원회는 기존의 해외 주둔 미군 재배치 계획이 부실하다고 판단해 2003년 6월 상원보고서 108-82를 통해 ▲해외 주둔 미군 기지의 정확한 시설 요구 ▲반환할 기지 내용 ▲예산 요구 ▲미국과 접수국 사이의 비용 분담 등을 담은 포괄적 마스터플랜을 제출할 것을 미국 국방부에 요구하게 되었고, GAO는 국방부가 제대로 이와 같은 요구를 이행하고 있는지를 감시·검증하는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한미 양국이 2003년 10월에 서명한 LPP의 전면적인 수정이 불가피해졌고, 미국은 기존의 주한미군 재배치 계획을 전면 수정해 2사단을 포함한 주한미군의 전면 재배치 계획에 돌입한 것이다.

여기에서 한 가지 주목할 점은, 한국 정부가 FOTA에서 국회 비준까지 거친 LPP 협정서는 거의 무시한 반면에, 법제처에서도 위헌성을 인정한 1990년 체결된 용산기지이전 합의각서(MOA)와 양해각서(MOU) 효력은 그대로 인정하고 말았다는 점이다.

정부는 MOA와 MOU가 미국과 체결한 국제조약이기 때문에 용산기지 이전협상 역시 이를 존중할 수밖에 없다며 이전 비용 전액을 한국이 부담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하면서도, 한미 양측이 균등하게 비용을 부담하기로 한 LPP 협정서에 담긴 내용은 거의 관철시키지 못한 것이다.

또 한가지 문제점은 주한미군 재배치 협상의 모태라고 할 수 있는 '포괄적 마스터플랜'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용산기지를 비롯한 미군기지 이전 협상을 마무리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미국이 자신의 필요에 따라 LPP의 재협상을 요청했다면, 그 근거가 되는 '포괄적 마스터플랜'을 한국에 먼저 제시하는 것이 순서이다.

그러나 미국은 한국과의 기지이전 협상을 조기에 마무리짓고 이를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GPR)의 모범 사례로 내세우기 위해 '포괄적 마스터플랜'이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한국과이 협상을 마무리짓기를 원하고 있고,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지도 못한 채 미국의 요구를 전적으로 수용해주고 있는 것이다. 참고로 미국 국방부가 작성 중인 포괄적 마스터플랜은 2004년 말에 나올 예정이다.


LPP 수정으로, 한국 부담 크게 늘어

작년 4월부터 시작된 FOTA 회의는 용산기지 이전뿐만 아니라, 주한미군 기지 전체의 재배치를 다뤄왔다. 특히 이 회의에서는 2002년 10월 29일 서명된 연합토지관리계획(LPP) 협정 내용에 대한 수정 협상도 이뤄져왔다. 당초 LPP에는 용산기지와 2사단의 후방 재배치가 포함되어 있지 않았으나, 미국이 이를 포함시킨 형태로 재협상을 요구함에 따라 이뤄진 것이다.

문제는 기존의 LPP 합의 내용을 재협상하면서 한국 측 비용 부담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노무현 정부 출범 이전에 합의한 LPP에서는 총 비용 3조3천억원(24억달러) 가운데 1조8천400억원(13억8천만달러)은 미국이 부담하고 한국은 나머지 1조4천900억원(10억9천만달러)을 부담하기로 했다.

그런데 FOTA 회의를 통해 기존의 LPP를 재협상하면서, 미국의 부담은 당초보다 약 1/11로 줄어들어 사실상 거의 비용 부담을 하지 않게 된 반면에, 한국은 용산기지를 포함해 대부분의 기지 이전 비용을 떠 안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과 미국의 비용 부담 비율은 '45 대 55' 에서 '95 대 5'로 바뀌고 말았다.

더구나 LPP에서는 한미연합방위체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2사단의 한강이남으로의 후방 배치와 주한미군의 감축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고, 기간 역시 2011년까지 '천천히' 추진키로 했었다. 그러나 FOTA 회의를 통해 '한국 방어작전'에서 한국의 부담이 크게 늘어나도록 한미동맹을 재조정하면서, 미국의 요구와 필요에 따라 이뤄지고 있는 주한미군 기지 재배치의 거의 모든 비용도 한국이 부담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와 같이 '개악된' 협상을 전면 중단시키지 않으면, 노무현 정부는 주한미군 재배치와 감축에 따른 전력 공백을 메운다는 명분으로 전력투자비를 크게 증가시키면서, 주한미군 재배치 비용도 대주는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낳게 될 공산이 커졌다.


무능한 정부, 한심한 열린우리당

이와 같이 주한미군 기지 재배치 협상이 당초 LPP보다도 훨씬 '개악'된 형태로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부는 8월 19일부터 열릴 11차 FOTA에서 가서명을 하고 9월에 국회에서 비준을 받겠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정부는 이전 정부가 협상다운 협상도 해보지 못하고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었던 반면에, 이번에는 협상다운 협상을 했다며 자화자찬하기에 급급한 모습마저 보이고 있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 때 합의된 LPP에서의 한국과 미국 사이의 비용 부담 비율은 '45 대 55'였던 반면에, 노무현 정부에서는 약 '95 대 5'로 둔갑하고 말았다.

이에 한술 더 떠 열린우리당의 지도부는 부실하고도 위험천만한 기지이전 합의서를 그대로 추진한다는 방침마저 밝히고 있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10일 용산기지 이전협상과 관련해 당정협의를 갖고 최근 여야 의원 63명이 청구한 감사원 감사를 사실상 수용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감사원 감사가 이뤄질 경우 주한미군 기지 재배치에 지장을 주고 이에 따라 한미동맹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대등한 한미관계'와 '평화개혁세력'을 자임하면서 정권을 잡은 정부와 여당이 이라크 추가파병에 이어 '굴욕적인 친미 공조'를 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용산기지를 포함한 이번 기지이전 합의안은 전면적으로 재검토되어야 한다. 여야 의원이 감사청구한 ▲한미간 용산기지 이전비용 분담의 적절성 ▲국방부 추산 이전비용(약 30억 달러)의 합리성 ▲1991년 5월 SOFA(한미주둔군지위협정) 합동위원회에서 합의안 서명 당시 미국 서명권자의 한국인 서명 권자에 대한 서명강요 여부뿐만 아니라, ▲LPP에서 합의된 비용 분담이 무시된 경위 ▲2사단 이전 비용 부담 주체 ▲11차 FOTA에서 가서명될 예정인 포괄협정(UA)과 이행합의서(IA)에 대한 검증 등도 반드시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대폭적으로 확장될 오산·평택기지의 '용도'를 비롯해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을 명확히 검증하는 것이다. 전반적인 주한미군 재배치의 내용과 성격을 볼 때, 미국은 한국 방어 작전의 부담을 한국군에게 넘기고, 주한미군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려고 하고 있다.

여기서 다른 용도란 첫째 미국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을 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를 갖추고, 둘째 2사단 일부 병력의 이라크 차출이 보여주듯 미국이 벌이는 전쟁에 주한미군도 신속하게 차출할 수 있도록 하며, 셋째 한국을 대중국 봉쇄와 포위의 전초기지로 삼는 것 등을 의미한다.

이러한 미국의 계획이 실행되면 한국은 전혀 다른 차원의 안보 위협에 직면할 공산이 크다. 미국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위협이나 인권 문제를 해결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군사적인 조치를 취하면 우리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북-미간의 군사적 긴장이나 전쟁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또한 이라크 추가파병 방침을 철회하지 않으면서 한국에 대한 테러 위협이 점증하고 있는 것이 보여주듯, 한미동맹이 미국 주도의 '테러와의 전쟁'에 본격적으로 나설 경우에도 한국에 대한 테러 위협은 나날이 커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한국이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전초기지화가 될 경우, 한국은 중국의 공격 대상이 될 것이라는 점 역시 중요하다.

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단순히 비용 차원뿐만 아니라 '안보' 차원에서도 한미동맹의 변화가 새로운 위협을 자초하고 있는 측면이 강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동시에 기지이전 문제뿐만 아니라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에 대해서도 면밀한 검증이 요구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정기 국회에서 이러한 내용들을 검증해 잘못되고 위험한 부분들을 바로잡지 못한다면, 이를 되돌리기란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정욱식/ 2004년 8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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