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북핵위기 2주년, 북한은 핵무기를 갖고 있을까?
2차 북핵위기 2주년, 북한은 핵무기를 갖고 있을까?
  • 정욱식대표
  • 승인 2004.10.19 13:0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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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지대] 최대추정치 8개, 입증된 건 0개
    
 
북미 대결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공공연히 '핵 억제력 보유'를 공언하고 있어, 북한의 실제 핵무기 보유 여부에 초미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 정보기관과 민주당 대선 후보인 케리-에드워즈는 북한이 6-8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반면 찰스 카트먼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사무총장 등 일부 전문가들은 "없을 수도 있고, 많아야 1-2개일 것"이라며 상반된 주장을 펴고 있다.

실제로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 가운데 확실한 것은 거의 없다. 실제 핵무기 보유 여부는 물론이고 문제가 되고 있는 고농축 우라늄(HEU)의 존재 여부, 그리고 8천여개에 달하는 사용후 연료봉(폐연료봉)의 재처리 여부, 기폭장치의 보유 여부 등은 여전히 안개 속에 있다는 것이다.


0개에서부터 8개까지... 그러나 확인된 것은 없어

북한의 핵무기 보유는 세 가지 경로를 통해 그 가능성을 추론할 수 있다. 첫째는 북한이 1980년대 말-90년대 초 핵 활동을 통해 추출한 플루토늄을 이용해 핵무기를 만들었을 가능성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은 1989년 북한이 5MWe(메가와트)급 흑연감속 가동을 약 70일동안 중단하고, 핵연료봉을 추출하여 재처리해 6-14kg 사이의 플루토늄을 확보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1-2개의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분량이다.

그러나 북한은 '손상된' 연료봉을 통해 실험적으로 1989-90년 1회 추출한 플루토늄 양이 90g이고 미신고 시설 역시 일반적인 군사시설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불일치 문제가 해소되기 위해서는 미신고 시설에 대한 사찰과 5MWe급 원자로 운전기록의 분석 및 시료채취 등이 이뤄져야 한다.

이에 대한 사찰은 경수로 핵심부품이 인도된 직후에 실시되도록 제네바 합의문에 명시되었으나, 경수로 사업의 지연과 제네바 합의의 파기에 따라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북한이 과거 핵활동을 통해 어느 정도의 플루토늄을 확보했는지, 그리고 이를 가지고 핵무기를 제조했는지는 여전히 미궁 속에 있다.

두 번째는 제네바 합의에 따라 밀봉되었던 8천여개의 사용후 연료봉(폐연료봉)을 재처리해 핵무기를 제조했을 가능성이다. 이 연료봉들을 재처리하면 북한은 약 20-25kg의 무기급 플루토늄을 확보하게 돼 5개 안팎의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게 된다.

사용후 연료봉의 재처리와 관련해, 북한은 2003년 초부터 재처리에 들어가 8월경에 재처리를 성공적으로 끝났고 이를 통해 '핵 억제력'을 보유하게 되었다는 주장을 펴고 있지만, 미국은 이에 대해 확신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재처리 과정에서는 외부에서도 비활성 물체인 크립톤-85를 탐지할 수 있는데, 미국은 아직까지 신뢰할 만한 정보를 획득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북한이 영변에 있는 방사화학실험실에서 재처리를 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핵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결론이다. 이 곳에서 재처리를 했으면 크립톤-85와 열을 탐지할 수 있는데,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이 다른 곳에서 재처리를 했을 가능성과 재처리를 하지 않았으면서 '공갈'을 하고 있을 가능성으로 압축된다. 현재까지 8천여개에 달하는 사용후 연료봉의 행방과 관련해 확인된 것은 "저장시설에서 사라졌다"는 것뿐이다.

세 번째는 최대 논란거리가 되어온 고농축 우라늄(HEU)을 통해 핵무기를 보유했을 가능성이다. 그러나 이 가능성 역시 북한이 실제로 HEU를 보유하고 있는지도 불확실하고, 보유하고 있더라도 어느 정도의 수준에 도달했는지도 모르는 상태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핵정책에 정통한 프랭크 본 히펠 프린스턴 교수는 최근 필자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제임스 켈리 미국 국무부 차관보를 만나 물어본 결과, "미국 정부는 북한이 HEU 생산에 얼마나 근접해 있는지 모른다"고 답변했다고 전해주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켈리는 2002년 10월 평양을 방문해 북한으로부터 HEU의 보유를 '자백'받았다고 주장해온 인물이다. 이를 종합해보면 '현 단계'에서 북한이 HEU를 가지고 핵무기를 제조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위의 세 가지 가능성을 종합해보면 북한의 핵무기 보유와 관련해 '입증된 것'은 '0개'이고, 최대 추정할 수 있는 수치는 '8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최근 장영달 의원이 미국의 카네기재단의 연구보고서를 토대로 북한이 6-8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단언한 것 역시 '불확실'한 정보에 기반을 둔 것이다.


북한의 '핵 억제력' 발언, 세 가지 겨냥

그렇다면 북한은 왜 핵무기 보유를 강하게 암시하는 발언을 계속하고 있을까? 여기에는 크게 세 가지의 의도가 내포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첫째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부시 행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것이다. 적성국가의 핵보유 방지를 외교안보정책의 최우선으로 삼아온 부시 행정부에게 있어서 자신이 "악의 축"이라고 규정한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외교정책의 실패를 상징한다. 실제로 케리 진영은 이 점을 대선 유세에서 핵심적인 공세 지점으로 삼고 있다.

두 번째는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기정사실화하려는 계산도 깔려 있다고 봐야 한다. 북한의 핵카드는 근본적으로 두 가지 목적을 갖고 있다. 하나는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내 안전보장과 경제제재 해제, 그리고 관계정상화와 맞바꾸고자 하는 '협상용'이고, 다른 하나는 협상이 실패할 경우 억제력 확보 차원에서 핵무장을 단행하는 것이다.

특히 6자회담이 교착 상태에 빠지거나 무산될 경우 미국은 무력 사용부터 외교적·경제적 제재와 봉쇄 등 다양한 '대안'을 갖고 있지만 북한은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따라서 북한이 최후의 안전보장 수단으로 핵무장의 유혹을 강하게 느끼고 있을 개연성은 충분히 있다.

그 동안 대미 억제력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온 야포 전력이 주한미군의 감축과 후방배치, 그리고 정밀폭격 능력의 강화로 무력화될 처지에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핵과 미사일 전력을 확보할 군사적 동기는 더욱더 강해지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모호성에 기반을 둔 '말을 통한 억제력'을 갖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기정사실화하고 있지만, 실제로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지, 핵무기나 핵물질이 있다면 어디에 있는지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미국이 북폭을 추진하려고 해도 공격 목표물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북폭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북한의 대미 억제력이 '핵무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창조적 모호성'에 기반을 둔 '말발'에 있다는 분석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오는 것이다. 이는 동시에 미국으로부터 확고한 안전보장과 핵포기에 따른 보상을 받지 않는 한, 북한이 핵 투명성을 100% 보여주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의 공약과 약속 이행 이전에 핵 투명성을 보여주면 이라크와 유사하게 공격 목표 정보를 미국에게 제공한 것과 마찬가지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북한은 판단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욱식/ 2004년 10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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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하 2004-10-27 04:06:10
외롭게 늘 혼자 가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나는 이 땅에 '미제폭탄'을 영원히 보고 싶지 않습니니다. 그래서 그런지 늘 내 머리위에 있는 곳이 폭탄인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일이 있기 에 뭔가를 해야죠. 술 먹는 일만 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