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유일의 민주노총 경인택시노조위원장과의 만남
광명유일의 민주노총 경인택시노조위원장과의 만남
  • 이은빈기자
  • 승인 2005.04.26 18: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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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1시, 광명7동에 위치한 경인운수를 찾아갔다.

강희범 경인운수 노조위원장은 외모에서 풍기는 후덕한 인간미를 속내에도 가득 담은 분이었지만, 보기와는 다르게 적극적인 추진력과 결단력을 갖고 있는, 노동자들의 희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분이었다.

경인운수 현황.

“여기로 오는 도중에 여자 택시운전사를 봤는데, 저도 해보고 싶더라구요. 택시운전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필요한가요?”
“면허증만 있으면 되요. 그렇지만 여자가 하기에는 힘든 일이죠. 택시기사들은 류마티스에 많이 걸리고, 허리도 좋지 않습니다. 그리고 집안의 가장들은 이 힘든 일 때문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죠.”
“그렇겠군요... 경인운수의 여자운전기사 분들은 몇 명이나 되죠?”
“지금은 세명 있습니다.”

경인운수의 기사분들은 총 80명. 그 중 3명은 여자운전기사. 총 49대의 택시를 갖고 있다.
한 대에 2명이 12시간씩 자율교대로 운행하고 있다.


불경기 택시업계.

요즈음, 택시업계가 어렵다고 말한다. 불경기의 물결에 휩쓸린 까닭일까.

“요새, 택시업계가 어렵다고들 하는데, 얼만큼이나 어렵나요?”
“예를 들면, 오후 교대팀이 예전에는 10만원정도를 벌었던 거에 비해, 지금은 5만원도 벌기 힘든 정도입니다.
택시가 어려워진 이유는 몇가지가 있죠.
첫 번째는 경기침체로 승객이 감소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대리운전이 정부도 우리도 파악이 안될 만큼 엄청나게 증가했다는 거에요. 택시를 이용하던 고객들이 대리운전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광명에서 안산까지 택시로 2만원정도 드는데, 다음날 아침에 다시 여기까지 와서 차를 가져가는 불편이 싫은 승객들은 대리운전 쪽을 택하죠. 특히나 대리운전은 요금이 만오천원에서 이만원 선으로 택시와 거의 비슷하니 승객들은 대리운전을 선호하죠.
택시를 몰다보면 가끔 대리운전하는 분들이 타요. 그분들한테 대리운전 요금좀 올리라고 말하면, 그들도 그러고 싶지만 이전에 그 정도의 값으로 홍보를 해놔서 손님들이 더 주려고 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세 번째 이유는 택시에 대한 정책이 없다는 겁니다. 택시를 끌고 가서 큰 집회를 열어도, 요구를 들어주겠다는 말뿐이죠. 더 이상의 수용이 없습니다. 여객자동차의 운수사업법 제도변경이 가장 큰 해결책인데 말이죠.
가스비, 수리비, 세차비들을 회사가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 그 중에 하나예요. LPG값은 전에 리터당 삼백얼마였던 거에 비해 지금은 칠백원이 넘어요. 이런 특별소비세는 택시노동자들을 죽이는 일이나 마찬가지예요. 그렇지만 정부는 특별소비세 폐지를 택시만 해주면 다른 화물업계 등 운수업계도 특별소비세 폐지를 강력히 주장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1조원이상의 세입이 감소된다고 해요. 그래서 이 법안은 폐기됬습니다. 다시 입법발의가 되긴 했지만 진전이 없는 게 현재 실정이네요.“

경기침체, 대리운전의 급격한 증가, 정부의 택시에 대한 무정책이 택시업계를 휘청거리게 하는 주요한 문제들이었다.

“가스비가 2배이상 인상된거네요. 가스비나 수리비등은 누가 부담하고 있습니까?”
“지금은 사측과 반반씩 부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없는 우리에게 이것은 굉장한 부담이죠.
우리는 월급제가 아니라, 낮시간대, 밤시간대 각각 65000, 75000원을 사측에 세납하고 있어요. 여기에 가감무진영 월급제를 제의했습니다. 일률적인 월급이 아니라, 열심히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차등지급을 하자는 거죠. 이것또한 운수사업법에 포함되어 있는 내용이에요. 이것 또한 상정되어 있다가 건교부에 의해 보류되었어요. 국회 앞에서 민주노총 소속 간부들과 함께 농성했지만.
 이번에 정부가 택시업계에 부가세를 50%감면해 줬어요. 정부는 그 돈을 택시노동자들에게 지급하라고 명시했지만, 몇 몇 택시업계는  어쨋는지 잘 모르겠고, 우리 경인운수는 80%정도 받았죠.  우리 노조는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  A4용지에 부가세 감면에 대한 내용을 요약해서 복사한 뒤 택시노동자들에게 나눠줬는데, 그 사실을 알고  경인운수 사장에게 왜 위원장의 행동을 막지 않았냐며 오히려 화를 냈다고 하더군요. 그 돈은 세금이고 정부가 노동자에게 지급하라고 분명히 명시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돈이 자기 돈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왜 그 회사들의 노조는 그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받으려고 노력하지 않는거죠?”
“.....@#$%^&*...”
“아.. 그렇군요.”

정부는 부가세 50%를 감면해 준 돈에 대해 택시노동자들에게 지급하라고 명시했지만, 그나마 민주노총 소속 경인운수가 제 몫을 챙길 수 있었다고 한다.




자부심이냐 탄압이냐

“경인노조가 8개 택시회사 중 유일한 민주노총사업장인데 왜 한국노총이 아닌 민주노총을 고집하시는지요? 장점이나 단점은 어떤게 있나요?”

“나머지 7개 회사는 한국노총사업장이죠. 나라는 경인노조의 동향을 파악하려고 하고, 특히 민주노총의 의견은 귀기울여 듣죠. 부당한 일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그 것을 성취했을 때의 자부심이 바로 그 장점인 듯 싶습니다. 힘든면이 있다면 탄압이겠죠....”


외유내강.

위원장은 자신과 노동자들의 당연한 권리와 이익을 찾기 위해 몸이 세 개라도 모자르는 것처럼 보였다. 권리의식의 결여인가, 부족인가, 아니면 무엇에 눈이 먼 이들의 횡포때문인가.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건지 어쩐건지, 당연한 것을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위원장은 경인노조 위원장이라는 직책 외에도 전국민주택시연맹 중앙의원, 전국 민주택시연맹 경기본부 수석부본부장, 민주노동당 광명지역의원회 부위원장 등 10개가 넘는 감투를 쓰고 있다. 또 8개의 노조 모임인 광명노조연대모임의 일원으로 광명의 고교평준화, 급식조례, 성애병원 사건, 공무원노조 등의 일에도 발벗고 해결책을 모색하기도 했다.

경인노조는 98년 7월 1일 처음 노조가 결성되었고, 98년 4월 1일 현재 강희범위원장이 입사했다. 2001년 1년반의 잔여기간동안 노조위원장에 당선된 것으로 3년씩, 작년 7월에 3번째 당선되어 일하고 있다.


경전철, 택시업계의 설상가상?

“경전철이나 신안산선 설립이 추진되고 있는데, 그 것들이 만들어진다면 택시업계의 어려움이 더 크지 않을까요?”

“전철 승객, 택시 승객은 구분되어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택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봅니다. 광명역 활성화와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서 필요하다면 그 사업들이 빠른 시일내에 추진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밖에도 위원장은 지금까지 있었던 많은 사건들에 대해 자신이 한 일들에 대해 말해주었다. 그 것들은 위원장이 택시업계에 오랫동안 종사하면서 쌓은 경험에서 나온 합리적인 주장들이었다. 자신만을 위한 이익을 찾는데 급급했다면, 지금까지의 많은 사건들에 위원장이 직접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몸을 사리지 않고, 자기 발로 직접 찾아다니게 한 유일한 힘은 노동자들의 권리를 찾아야한다는 굳은 신념이 아니었을까.

예전에 비해 노동자들의 권익이 신장되었지만, 아직도 갈길은 멀다. 노조가 사측과 동등한 입장이라고 말들은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노동자들이 불의한 현실에 순응하지만 말고, 무지하지도 말고, 자신의 권익을 스스로 찾아가길 바란다.

2005. 4. 26  /  이은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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