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중대제안’, 북핵 협상의 돌파구 열까?
한국의 ‘중대제안’, 북핵 협상의 돌파구 열까?
  • 정욱식대표
  • 승인 2005.07.07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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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6자회담이 7월 중으로 열릴 수 있을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이른바 ‘중대제안’(혹은 중요제안)이 새로운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중대제안의 정확한 내용이 알려지지 않고 있어 온갖 추측이 나돌고 있지만, 노무현 정부는 이 제안을 지렛대로 삼아 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만들어보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지난 5월 중순 남북차관급회담(실무회담)과 6월 17일 정동영 장관-김정일 위원장의 면담에서 거론되면서 관심을 끈 바 있는 중대제안과 관련해 여러 언론들은 북한이 핵포기라는 전략적 결단을 내릴 경우 북한의 경제회생을 지원하는 ‘북한 판 마샬플랜’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러한 보도를 부인하면서, 정확한 내용을 밝힐 수 없으나 6자회담이 재개되면 실질적인 진전을 가능케 하는 제안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미국을 방문해 딕 체니 부통령 등 미국 고위 관리들에게 중대제안을 설명한 정동영 장관은 "작년 제3차 회담에서 미국이 내놓은 제안들에 한국의 대북`중대제안'을 결합해 협상을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조심스러운 북한과 미국의 반응 ?

한국의 중대제안이 '4차 6자회담에서 중대한 변수가 될 것인가'의 1차적인 관건은 북한과 미국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정동영 장관은 6월 17일 면담에서 한국의 중대제안에 대해 김 위원장이 “신중히 연구해서 답을 주겠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신중한 반응을 보이기는 미국 역시 마찬가지이다.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중대제안 설명을 듣고, "우리(미국)는 한국의 중대제안에 대해 판단하지 않는다"고 전제한 뒤 "우리는 중대제안에 아무 문제를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판단하지 않는다면서 문제가 없다고 말한 것은 한미간에 추가적인 협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하게 암시한다.

관심의 초점은 중대제안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고, 또 6자회담 재개시 극적인 돌파구를 열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는가에 모아진다. 6자회담이 재개되기 이전에 중대제안이 공개될 경우 협상력이 저해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는 노무현 정부는 ‘보안’에 각별히 신경쓰고 있다. 이에 따라 중대제안을 둘러싸고 온갖 추측만 난무할 뿐, 정확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중대제안의 의미와 조건

정확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핵문제 해법에 대한 북한과 미국 사이의 입장 차이가 너무 크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한국이 중대제안을 내놓고 협상의 실질적인 진전을 도모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4차 6자회담에서 실질적인 진전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북미간의 입장 차이가 획기적으로 좁혀지거나, 북미간의 입장 차이를 포괄하면서 돌파구를 열 수 있는 새로운 제안이 논의되어야 한다. 한국의 중대제안은 전자가 어려운 상황에서 후자를 고려한 접근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전략에 따라 마련된 중대제안이 문제 해결의 중대한 돌파구를 열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우선 핵심적인 당사자인 북한과 미국이 이 제안을 '협상가능한 방안'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전적으로 수용하지는 않더라도 '협상은 가능하다'는 양측의 인식을 끌어내는 것은 중대제안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적인 조건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최소한 다른 6자회담 참가국인 중국, 러시아의 전폭적인 지지와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 역시 중요하다. 일본의 지지와 참여까지 이끌어낸다면 중대제안은 상당한 추진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일수교와 미일동맹 강화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던 일본이 최근 군사대국화와 미일동맹에 확연히 경도되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하기란 힘든 일이다.

동시에 중대제안이 잘 되지 않았을 경우에 후폭풍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만약 한국의 중대제안에 대해 북한과 미국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다른 6자회담 참가국도 중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6자회담 재개는 돌파구를 여는 것이 아니라 위기를 가속화하는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아울러 한국의 입지도 위축될 수 있다. 그만큼 중대제안은 신중하고도 치밀하며 대담하게 짜여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대제안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노무현 정부가 짜고 있는 중대제안과 관련해 우선 검토되어야 할 것은 한국의 중대제안과 미국이 3차 회담 때 제안한 것과의 관계이다. 이와 관련해 정 장관은 미국의 제안과 한국의 중대제안을 결합해 협상을 추진키로 했다고 말했다. 전체적인 협상 구도 및 프로세스를 재구성하는 방안이라기보다는 인센티브의 수준을 높여 북한의 전략적 결단을 유도하는데 중대제안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을 강하게 암시한다.

만약 중대제안이 이러한 수준이라면 이는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이 북한의 핵 폐기 '이후'로 상정하고 있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대북한 안전보장 방안과 경제제재 및 테러지원국 해제, 그리고 관계정상화를 핵 동결 및 폐기 '과정'으로 앞당기지 못한다면 북한이 전략적 결단을 선택할 가능성은 극히 낮기 때문이다.

아울러 개성공단 시범단지 사업에서 입증되었듯이,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 및 테러지원국이 해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의 포괄적이고 구체적인 대북지원 및 경제협력 활성화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도 중요하다. 이는 북한이 남한의 중대제안을 신뢰하기 힘든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문제의 발단이 되었고, 최대 난제로 일컬어지는 우라늄 농축 문제에 대한 새로운 해법을 모색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있고 북한도 시인했다"는 미국의 입장과 "없고 미국이 날조했다"는 북한의 입장을 극적으로 조정하지 못하면 6자회담이 재개되어도 이렇다할 성과를 기대하기란 어려운 현실이다.

따라서 한국의 중대제안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우라늄 농축 문제에 대한 창의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북한에게 핵을 포기할 경우 '더 나은 미래'가 열릴 수 있다는 점을 주지시키며, 이를 위해 전력지원, 평화협정 체결, 경제제재 및 테러지원국 해제, 국교수립 등 북한의 핵심적인 요구 사항에 대한 미국의 실질적인 정책 변화를 요구해야 한다.

쉽지 않지만 이러한 과제들이 포괄적으로 담겨질 때, 한국의 '중대제안'은 북핵 문제 해결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대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정욱식/2005년 7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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