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시의 음악도시 정책에 대한 반성과 제언
광명시의 음악도시 정책에 대한 반성과 제언
  • 윤철
  • 승인 2005.07.20 1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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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시에서 음악도시에 대한 정책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도에 음반유통회사인(주)KRC-NET에 대한 투자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당시 문화정책개발원의 관계자와 대학교수 등이 문화산업단지에 대한 연구용역을 통해 광명시를 음악도시로 만들기 위해서는 음악산업단지의 조성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있었다.

이에 광명시에서는 문화관광부에서 추진하고 있던 음반물류유통현대화 사업을 광명으로 유치해 명분을 쌓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음반협동조합(도매상연합)과 음반산업진흥재단 등이 진행하고 있었던 (주)KRC-net에 사업 참여를 결정하게 되었다.

광명시 집행부는 전문가 집단을 통해 투자에 따른 타당성조사와 시의회의 의결과정을 거쳐 6억원을 출자하게 된 것이다. 그 당시에도 문화연대나 음악전문가들로부터 문광부의 음반물류유통현대화사업에 대해 일본의 JRC-NET처럼 공기업화 하지 못한 문제나 도매상중심의 물류사업의 위험성 등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으나 당시 음반시장의 규모(7000억)나 문광부의 지원계획도 분명했고 40여개의 도매상연합체도 물류현대화에 대한 의지가 확고해 보였기 때문에 이런 문제 제기들은 쉽게 묻혀 지고 말았다.

그리고 5년 후 음반시장은 완전 침체에 빠졌으며 시장규모는 1000억대로 주저 않고 말았다. 음반시장의 침체원인에 대해 일반적으로 MP3의 등장과 불법복제음반 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몇 가지를 더 추가하자면 새로운 음악 컨텐츠를 개발하지 못한 문제와 전문음악인을 체계적으로 양성 해내지 못한 문제도 주요한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불과 몇 년 사이에 음반시장은 침체의 늪에 빠지게 되었는데 이런 변화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점과 적극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점은 문화활동가로서 반성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주)KRC-net의 실패는 음악정책의 첫 번째 실패라는 광명시민신문의 지적에 동의 한다. 이 실패에 대해 책임이 있는 문화관광부는 조용하다. 광명시는 투자실패와 관리소홀로 감사원으로부터 몇 사람의 공무원이 징계를 받았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krc-net은 청산절차에 들어갔으며 그사이 문화관광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음반물류현대화사업은 새로운 음악컨텐츠인 디지털음원으로 시장이 급격히 바뀌면서 설자리를 잃고 말았다.

그러나 지금 디지털음악시장은 새롭게 시장을 확대하고 있으며 성장 규모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광명시가 진정으로 음악도시로 거듭나고자 한다면 음악정책에 대한 질적인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이 지금이라고 생각 한다. 열린우리당의 유승희 의원(비례대표)이 적절히 표현했듯이 디지털 컨텐츠와 음악을 융합한 음악제작 클로스터의 육성은 광명의 미래 산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문화전문가로서 언더그라운드음악을 육성하고 음악도시를 지향하겠다는 광명시의 음악정책에 동의해왔다. 그러나 지금은 음악산업단지(음악밸리)조성이라는 시설중심의 정책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중심의 정책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1인1악기 배우기 운동이나 쉽게 음악컨텐츠들을 접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다든지, 음악연습실을 만들어주고 녹음시설 등을 지원해 주고 공연인프라와 전문음악인을 양성하는 구조 등을 만들어 낸다면 자연스럽게 광명으로 인적자원이 축적되고 음악도시로서 기반을 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작년에 시가 주최한 월드뮤직축제도 새롭게 시도한 소프트웨어 중심의 정책이다. 부천영화제나 춘천의 인형극제 광주비엔날레 등은 모두 성공한 축제들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성공을 전제로 하는 축제는 없다. 부산영화제건 춘천의 마임축제이건 인적자원의 결집이 가져다 준 결과이지 시설이나 방송이 가져다 준 것은 아니기 때문에 KBS에 일방적으로 끌려갔던 월드뮤직축제는 전문가들로부터 신랄한 비판을 받았고 우리 시의회에서는 예산을 절반으로 삭감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 후에 문화예술관련 전문가들의 평가와 토론을 거쳐 음악전문가들을 중심으로 하는 사무국을 꾸리고 광명에 적합한 음악축제 컨텐츠를 개발하기로 하였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오랫동안 음악현장에서 일해 온 가슴음악정책연구소의 박준흠소장이 예술감독으로 추천되어 소비적이고 상업적인 대중음악이 아니라 생산적이고 음악적 깊이가 있는 언더그라운드를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형태인 대중음악축제, ‘광명음악밸리축제’를 제안하게 된 것이다.

축제의 내용은 살펴보면 한대수 이상은 조동진 이승열 등 TV에서는 볼 수 없는 실력파 뮤지션들의 공연과 델리스파이스 등 50여개의 인디음악팀이 참가하는 인디음악10년과 거리 공연, 안치환 노찾사 꽃다지 등이 참가하는 민중음악30년, 실용음악과 난장이 그 축제의 내용이다. 필자는 문화활동가로서 새로운 형태로 제안된 음악축제에 대해 우려하는 마음도 가지고 있지만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지원할 생각이다. 이미 예술감독을 중심으로 사무국이 가동되어 음악인들이 광명으로 오고 있으며 문화연대나, 민예총, 홍대클럽연합, 인디음악인, 각 대학의 실용음악과에서는 광명에서 벌어질 ‘광명음악밸리축제’를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음악도시를 꿈꾸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광명시가 그동안 산업적 측면에서 음악밸리(음악산업단지)조성을 주로 검토해왔다면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광명시민들이 음악을 쉽고 다양하게 즐길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중심의 정책으로 전환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단순히 음악밸리축제를 통해 정부의 문화산업클러스터로 지정받기위한 홍보과정으로만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축제는 그 하나만으로도 경제적 가치와 문화적가치가 충분함을 보여주고 있는 사례가 얼마나 많은가? 칸느영화제 에딘버러축제, 내쉬빌음악제, 부산영화제, 광주비엔날레 등.. 인근 부천시는 영화와 아무런 관련이 없지만 영화제를 통해 성공적인 도시이미지를 만들고 있지 않은가? 우리 광명시도 음악과 특별한 관련이 없지만 우리 시민 모두가 힘을 모아 음악도시를 만들어 간다면 우리 광명시의 이미지를 새롭게 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 하게 될 것이다. 이번에 준비되고 있는 광명음악밸리축제도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자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축제를 책임지고 진행하고 있는 예술감독과 축제사무국에 참여하는 실무자들은 모두 음악을 전문으로 하는 음악인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이 진행하고 있는 것에 대해 지역의 문화활동가로서 지원할 것은 지원하고 비판할 것은 비판하는 자세로 함께 참여해 광명음악밸리축제가 지역을 넘어 세계적인 축제로 성장해 나가기를 바라고 있다.

 * 참고로 지난해 월드뮤직축제에서 이름이 음악밸리축제로 바뀐 것은 ‘월드뮤직’이 제3세계 음악을 지칭하는 음악장르이기 때문에 전문가의 제안에 따라 광명음악밸리 축제로 이름이 변경되었다. ‘광명음악밸리축제’는 광명시 집행부가 추진하고 있는 ‘음악밸리 조성사업’과는 전혀 다른 음악 컨텐츠이다. 이 두개의 사업은 음악도시를 만들기 위한 과제로서 관련되어 있을 뿐이다. 그리고 광명시 집행부가 역세권에 조성하려고 하는 음악밸리조성사업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한 검토와 시민들의 합의 과정을 충실하게 진행하면서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견해에 동의하면서 글을 맺는다.                           

2005. 7. 21 /  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윤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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