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평가 논란을 보고서
교사 평가 논란을 보고서
  • 김동춘교수
  • 승인 2005.11.18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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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전 외환위기 직후 기업에서 대량의 구조조정이 이루어지고 연봉제와 성과급제가 도입되었을 때, 우리는 한국 사회의 경직된 연공위주의 승진 보상체제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유연화된 고용과 승진의 관행은 공기업, 나아가 가장 안정적 지위를 누리는 교사들에게도 닥쳐올 것으로 예상할 수 있었다. 그 후 교사들에 대한 성과급 지급이 결정되면서 전교조 교사들이 이에 강력하게 반발을 했을 때, 장차 그 보다 훨씬 무서운 파도 즉 전면적인 교사평가 정책이 곧 다가오리라고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 올 것이 오고 말았다. 전교조가 참여하기도 한 교사 평가 관련 협의 테이블에서 평가를 시범 실시하는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기 때문이다. 전교조, 교총 등 교원단체가 이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일부 언론과 학부모 단체들은 교사들도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자 교사들은 이제 사면초가 상태에 놓였다.

평가는 필요하다, 그러나

물론 교사들도 평가의 성역에 남아있을 수 없으며, 부적합한 교사를 교단에 계속 머물게 하는 것은 그들로부터 심대한 영향을 받을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치유할 수 없는 피해를 준다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국민의 대부분이 학부모이고, 일부 교사들에 대한 매우 부정적 경험을 갖고 있는 대다수 국민이 이 제도의 시행에 대해 대체로 지지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생각해 본다면 교사, 학부모, 교육당국이 합의할 수 있는 평가모델은 반드시 만들어져야 하고 또 공정하고 엄정하게 실시되어야 하며, 그것에 따른 승진과 보상, 그리고 불이익 조치도 이루어져야할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전교조 집행부에게 교사평가를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별로 설득력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한 적도 있다.

그러나 이번에 교육부가 시범 실시를 강행하려는 것에 대해서는 큰 우려를 갖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는 수많은 기업이 도산하고 노동자들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실직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성과가 수치로 계산되는 기업에서 경영자와 노동자들의 실적을 평가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다고 볼 수 있지만, 우리는 그 과정에서도 실제 엄정한 평가를 받아 퇴출되어야할 기업주, 관리자는 퇴출되지 않고, 힘없는 피고용자가 구조조정의 희생양이 되는 것을 지켜본 적이 있다.

즉 일부 방만한 경영을 한 기업이 퇴출된 것은 사실이나 외환위기를 가져온 실제 배경인 재벌구조, 정경유착, 기업지배구조의 비민주성은 고쳐지지 않은 채, 그러한 제도 하에서 잠재력과 의욕은 있으나 그것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했던 상당수의 피고용자들이 희생양이 되어버린 일을 너무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개별기업에서도 정작 책임을 진 당사자들은 살아남아 ‘철밥통’을 누리면서도 신규 사원들에게만 유연화된 고용, 승인관행을 강요하는 일도 많았다.

평가는 위에서부터 시작해야

오늘 학교 현장에서 학부모와 학생들에게도 가장 많은 어려움과 고통을 주어왔으면서도 실제로는 평가나 퇴출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들이 누구인가? 몇 명의 부적격 교사와 무능력한 교사는 가시적으로는 학생들에게 큰 피해를 주는 것처럼 보이나, 이들보다 훨씬 더 심대한 피해를 주는 당사자는 바로 부패한 사학 소유자, 군사정권 시절의 학교 모델을 머릿속에 그리고서 모든 학생들에게 획일적인 교육과 입시의 전사가 되기를 강요하는 일부 학교장들, 그리고 이러한 20세기 식 학교 지배구조를 용인 혹은 지지해온 교육당국의 일부 관료들이 실제 평가의 성역에 있는 존재들이 아닐까? 자기자식 좋은 대학만 넣어주면 학교에서 아무리 반교육적인 행태가 반복되어도 한 마디 발언조차 하지 않는 한국의 이기적인 학부모들이 학원의 강사 평가 하듯이 교사들을 평가할 자격이 있는가?

학교가 어떤 곳이며, 또 어떤 곳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기본 철학을 갖지 않는 일부 언론과 천박한 시민사회는 “호텔 종업원, 비행기나 기차의 승무원, 골프장 캐디 등 많은 서비스 분야 종업원들도 고객의 평가를 받는다”고 교사들을 질타하고 있다. 그들은 사학의 소유자들이 학교를 소유물처럼 다룰 경우 학생과 교사들이 얼마나 정신적으로 병들 수 있는지, 현재의 근무평정 제도를 통해서 출세를 한 교장들이 칼자루를 쥐고 있는 평가체제가 또 그러한 유형의 사람들을 교육 권력자로 만들어내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

현재의 근평제와는 다른 방식의 새로운 교사들에 대한 평가는 필요하다. 그러나 평가는 말 그대로 가장 영향력을 많이 미치는 지위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힘만 있으면 무슨 잘못이 있어도 퇴출로부터 자유로운 상관을 그냥 두고 하급자들을 평가하자는 논리가 과연 지지를 받을 수 있겠는가? 위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글쓴이 / 김동춘
·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및 NGO 학과 교수
· 아웃사이더 편집위원 및 황해문화 편집자문위원
· 서울대 사범대와 동대학원 사회학과에서 석사와 박사를 받음
· 참여연대 정책위원장(2000-2001)
· 참여사회연구소장(2002)
· 저서:<근대의 그늘>

2005. 11. 18  /  김동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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