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고> 북한핵 실험-한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시민기고> 북한핵 실험-한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 박지수(철산3동)
  • 승인 2006.10.13 15: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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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에서부터 적어나가면 좋을지 좀 막막하다… 먼저, (모두 다 알고 계시겠지만) 민주주의 국가가 돌아가는 시스템에 대해서 몇 자 적어보려고 한다. 민주국가에서는 먼저 의회와 정당이 국가의 미래(방향)을 제시한다. 그리고 행정부는 의회가 제시한 방향에 맞춰 '현재의 정책'을 결정한다. 행정부는 국가라는 상위 개념에 속하는 하위의 실체다. 이익의 관점에서 보자면, 의회와 정당은 국가의 미래의 이익을 국민으로부터 양도받는 꼴이고, 행정부는 의회와 정당의 '인정'을 받아 국가의 현재의 이익을 국민으로부터 양도 받아 관리하는 형태이다.

그러면, 북한 핵실험 사태 이후 현재 한국의 상황을 점검해 보자. 먼저 노무현 대통령이 햇볕 정책 포기를 암시하는 발언을 하고, 국회는 이에 대한 찬/반으로 의견이 나뉘어져 서로 싸움을 벌이고 있다. 바꾸어 이야기하자면, 현재 한국 행정부는 '의회 무력화'를 꾀하고 있고, 이는 성공적으로 진행되어 가고 있다. 이를 돕는 것은 모두가 매일 보고 있는 TV와 신문이다. 현재 어느 언론 매체에서도 국회 본기능의 정상화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바꾸어 이야기하면, 한국이라는 나라는 행정부가 국가의 미래를 독점하는 것에 대해 익숙해져 있는 상태라는 이야기다. 행정부가 스스로 앞으로 어떻게 할 지 방향을 정하고, 현재에 추진하며, 동시에 국민들을 끌어 당긴다. 정상적인 궤도에서 많이 빗겨가 있는 상태인 셈이다.

개인적으로 북한 핵실험 사태에서 한국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은 UN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다시 한 번 천명하고, 일본에 압박을 가해 동의를 이끌어 내는 거라고 본다. 한국은 어떻게 해서든 핵도미노 현상 내지는 미국의 핵우산에 기대는 일 만큼은 막았어야 했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두 가지 시나리오에 대해 검토를 해보자.

1. 미국의 핵우산권에 들어갈 경우 - 가장 유력하고, 실제로 이렇게 가고 있다.

한 국가가 자국의 안보를 타 국가에게 맡기는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상당한 댓가를 지불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생각을 해보자. 현재 우리나라의 제 1 수출국은 중국이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미국과 작년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최종 타결을 봤다. 이미 이것만으로도 우리는 중국과 상당한 갈등의 불씨를 품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여기에 미국의 핵무기가 중국의 코 앞인, 한국에 들어온다. 좋건 싫건, 우리는 중국과의 연결 고리를 잃게 된다.

미국의 핵우산권에 들어간다는 것은 곧, 미국과의 FTA 체제 안에 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우리가 FTA 체제하에서 얻을 것보다, 중국과의 교류 단절에서 잃는 것이 더 많다. 결국, 우리는 상당히 어려운 시절을 보내야 할 각오를 해야한다. 그리고 당장 러시아도 한창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의 핵우산권에 들어간다면, 우리는 좋건 싫건 다시 한 번 냉전을 경험해야 할거다.

2. 핵 도미노 현상에 말려들 경우

한국이 미국에게 자국의 '전략적 수준'의 안보(핵무기)를 맡길 수는 없다고 판단하고, NPT 탈퇴에 이어 핵무기를 갖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 경우는 더 끔찍하다. 일단, 우리가 당장 핵무기로 바꿀 수 있는 플루토늄이 없는 데 반해(가동중인 경수로에서 추출해야 하니까) 일본은 이미 수십톤의 플루토늄을 갖고 있다. 40t으로 알려져 있지만, 공개된 것만 이 정도 일 뿐이지, 실제로는 더 많을 거다. 이 경우, 우리는 우리의 경제 성장 전략을 다시 짜야한다. 핵경쟁에 따라 동북아의 정세는 매우 불안정 해질 것은 명백하다.

우리의 경제 성장 전략이라면, 외자 유치 - 수출주도 기업 육성 - 기업 투자 활성화에 따른 고용 창출로 이어지는 고리일텐데, 정세가 불안정 해져 안정적인 투자처로서의 매력이 크게 상실됨에 따라, 상대적으로 타국에 비해 상당한 고금리가 아니고서는 외자를 들여오기 어렵게 된다.

거기에 더해 일본의 경우라면 어마어마한 내수 시장이 있으니, 당장 타격 받을 일은 없지만 아직 우리는 내수를 비롯해서 경기가 굉장히 부진한 상태다. 회복된다고 하더라도, 수출을 대신할 정도는 절대로 될 수 없다. 우리는 일본의 '잃어버린 십년'보다 더 한 경험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북한의 '고난의 행군'이 우리에게 다가올지도 모른다. 핵의 댓가로. 아마도 이 경우로는 가지 않을 거라고 본다.

내 생각에는 두 경우 모두 현재 상황보다 더 나쁜 상황으로 돌입하게 된다고 보여진다. 따라서 어떻게든 한반도 비핵화를 이끌어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일단 '햇볕 정책'에 대해 일반의 오해를 풀어보고자 한다. 햇볕 정책을 흔히들 긴장 완화 정책으로 보지만, 본질은 전혀 그렇지 않다. 햇볕 정책이라는 '동전'의 앞면이 대북 경제 협력(금강산 개발, 민간 교류, 개성공단)이라면 뒷면에는 '군비증강'이 존재하고 있다. 동전의 앞면인 경제 협력의 실체는 북한의 체제를 '시장경제'로 유도하는 유인책이다. 북한이 왜 이렇게 남한이 퍼주기를 하는데도 저렇게 고자세냐 라고 물었을 때, 이는 북한의 특성에서 비롯된 면도 있지만, 북한 역시 이런 전략의 배후를 알고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것이다.

이는 과거 미국이 소련의 붕괴유도에 써먹었던 전략과 유사하다. 즉, 붕괴될 소련의 역에 북한이 서고, 군비 경쟁을 통해 소련의 붕괴를 유도하는 미국의 역에 남한이 서는 격이다. 참여정부에서 이야기하는 '협력적 자주 국방' 그리고 '전작권 환수'는 이런 차원에서 이해하면 된다. 그리고 미국의 공화당 정권은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북한의 체제 붕괴를 바란다. 북한의 정치체제를 민주주의로, 경제체제는'시장 자유주의'로 바꾸려고 한다. (과거 민주당과는 질적인 차이가 있다. 민주당은 현 북한의 존재를 인정하고, 교역확대를 유도하는 반면, 공화당은 일단 무너뜨리고 우리식의 체제를 북한에 심자는 논리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북한은 남한의 군비 증강에 똑같이 '군비 증강'으로 응할 수 없는 입장이다. 이미 동원할 수 있는 한계점에 달해있기 때문이다. 경제규모가 너무 작다. 여기에서 빈자들의 최종병기(…)인 '핵'이 등장한다. 북한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체제 보장'이다. 그리고 체제 보장은 오직 미국만이 해줄 수 있는 문제다.

그래서 북한은 어떻게 해서든 '양자 접촉'을 시도하는 것이고, 북한의 체제를 변화시키는데 주안점을 둔 미국의 공화당 정권은 6자회담의 '틀'을 고집하는 거다. 여기에 대포동 사정거리에 든다는 점을 들어, 호주까지도 가세하려는 분위기지만 어찌될지는 미지수.

그리고 이번 북한의 핵실험이 노리는 것은 가장 절실한 미국의 금융동결 해제이다. 하지만 미국은 이를 역이용해서 남한을 미국의 핵우산권에 넣으려고 한다. 개인적으로 북한 핵실험 사태는 애시당초 미국의 노림수라고 보고 있다. 사실 위폐라는 것은 신용화폐 제도인 현 경제체제 하에서 언제든지 있어왔던 끔찍한 유혹이었고, 그것의 정확한 '국적' 같은 건 도저히 알 수 없는 문제다. 위폐에 made in north korea 이렇게 찍혀 있는 것도 아니고… (월간「말」과 같은 일부 언론을 통해 미국이 주장하는 수퍼노트(위폐)가 북한산이 맞느냐?라고 묻는 기사도 나와 있지만 별 위력을 발휘할 수 없을 거라고 본다. 문제는 미국이 북한의 위폐다라고 한 거니까. 미국이 이거다 라고 하면 이거인 거다. 이라크 라는 선례가 있다.)

미국 공화당 정부 전략의 역기능으로는 자국 내의 대북 정책 실패에 대한 비판이다. 그리고 이에 따른 중간선거에서의 참패다. 북한 역시 핵실험 타이밍을 지금으로 잡은 것도 미국의 중간 선거를 노렸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 하더라도 매우 위험한 '도박'임에는 틀림없다. 벼랑 끝 전술. 

그리고 또 하나의 요소로는 일본이 있긴 하지만, 지금 단계에서 섣불리 '핵무장' 운운할 수는 없는 입장이고 (대외적으로 동북아 관계 회복을 천명한 상태 + 집권 초기라 정국이 불안정) 해서, UN 차원에서의 제재를 적극 주장하고 있으며, 동시에 대북 경제제재에 착수한 상태다.

아마도 나를 비롯해서 이 글을 읽고 있을 분들을 포함해 우리 모두는 이 흐름에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할 거라고 본다. 지금 한국은 기본을 무시하고 있다. 조금 시간과 비용이 더 걸리더라도 국민의 뜻을 정당이 받아 의회에서 관철시키고, 그것을 행정부가 받아 실천에 옮기는 구조로 가야만 한다. 하지만, 한국은 '행정부 독재'가 상당히 오랫동안 진행되어 왔고, 지금도 그렇게 가고 있다.

우리는 흔히 '정치인'을 욕하지만, 그 정치인이라는 게 따지고 보면 십중팔구 국회의원에 집중되어 있다. 왜냐하면, 언론을 비롯해서 국민에게 비춰지는 '모니터'가 국회의원에만 촛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그렇다고 국회의원이 착하다는 건 아니다. 행정부의 독재행각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이야기일 뿐이다) 그리고 그 국회는 현재 뇌사 상태다. 아무리 의원들이 모여서 회의를 해도, 이들은 지금 국가의 미래를 결정할 전략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여기에 더해 국가의 전반적인 시스템이 행정부 독재에 알맞도록 '최적화'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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