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송금은 남북대결 조장의 기회
대북송금은 남북대결 조장의 기회
  • 양정현
  • 승인 2003.02.05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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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송금은 남북대결 조장의 기회

조선, 중앙, 동아일보가 사건에 대한 감탄할 만큼 교묘한 사실왜곡은 가끔씩 "제목의 적절한 배치"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둘간에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안도 교묘한 편집을 통해 의도적으로 의혹을 갖게 만들거나 실제 관련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것이다.
2월 3일자 동아일보는 조선일보 못지 않은 제목편집을 통한 사실왜곡의 실례를 보여준다.
1면 상단에 커다랗게 대북 송금 의혹에 대한 기사를 싣고 그 밑에 바로 이어 북핵 개발에 대한 미국의 병력증파에 대한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를 보면 현대상선의 대북 송금이 북핵 개발과 바로 연관이 있다는 느낌을 가지게 한다.
여기에 한술 더떠서, 자기 주장을 사설을 통해서 다시 한번 확인시킨다.
2월 3일자 두가지 사설은 "대북 송금 정치적 타결 안된다"란 사설과 그 밑에 바로 이어 "북, 2억 달러 잘 받았다고?"란 사설을 실었다.
「북한의 진실왜곡 선전에 한국 사회가 휘말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정부와 국민 모두 북한
의 핵 개발과 대북송금은 반드시 실체가 규명돼 필요한 조치가 이뤄져야 하는 민족적 관심
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진실로 동아일보가 주장하고픈 것은 '대북 송금에 대한 해명'이 아니다.
거대 족벌언론은 언론을 통해 온국민에게 강요하던 남북대립 조장의 기회를 찾은 것 같은환성을 지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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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對北 송금 ‘정치적 타결’ 안 된다

설 민심이 매우 안 좋았다고 한다. 현 정부가 2235억원이란 엄청난 돈을 북한에 몰래 보내 놓고도 그 동안 그런 적 없다며 거짓말을 거듭해온 것에 대해 국민이 배신감과 허탈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민심은 대북 비밀송금보다 정부의 거짓말에 더 분노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라도 진상을 낱낱이 밝히고 국민의 양해와 용서를 구하는 것이 도리다.

그러나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현대상선 자금이 북에 지원됐다 해도 사법심사는 부적절하다”고 미리 선을 그었다. 남북관계의 지속적인 발전과 국가의 장래를 위해 법으로 다루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이른바 대통령의 통치행위로 이해해 달라는 것인데 설 연휴에 나타난 민심은 한마디로 ‘이제 와서 그렇게 어물쩍 넘어갈 수는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대북 비밀송금 문제의 정치적 타결을 주장한 문희상(文喜相) 새 정부 대통령비서실장 내정자의 어제 발언도 납득하기 어렵다. 문 내정자는 김 대통령이 비밀송금을 사실상 시인한 만큼 앞으로 남북관계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여야 합의로 덮고 넘어가자는 것인데 이 또한 설민심과는 크게 동떨어진 얘기다.

지금 국민은 대북 비밀송금의 진실을 알고 싶어한다. 그것이 대통령의 통치행위에 해당되는지 여부나 앞으로 남북관계에 미칠 파장 등은 진실을 밝히고 난 뒤에 판단하고 정리할 문제라는 것이다. 그런데 현 대통령은 검찰수사는 안 된다고 하고, 차기 대통령비서실장 내정자는 정치적으로 타결하자고 해서야 국민이 흔쾌히 받아들일 리 만무하다. 공연히 ‘김-노 막후 타협’ 의혹만 덧붙일 수 있다.

노무현(盧武鉉) 당선자는 그동안 대북지원 문제에 대해 “정치적 고려 없이 검찰 수사를 통해 원칙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 원칙은 지켜지는 것이 좋다. 그래야 새정부가 국민적 공감을 바탕으로 새로운 남북관계를 정립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정치적으로 타결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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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 2억 달러 잘 받았다고?

북한의 핵 개발 의도가 점점 분명해지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갑자기 우리 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현안에 대해 말을 쏟아내고 있다.

엊그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 이종혁 부위원장은 현대아산의 2235억원 대북지원이 “현대와 아태평화위의 정상적 거래였으며 어떤 의혹도 없다”고 말한 것으로 SBS가 보도했다. 아태평화위는 이달 4일부터 14일 사이에 금강산 육로 시험답사와 시범 육로관광을 하자며 현대아산 이사회 정몽헌 회장과 김윤규 사장을 제일 먼저 통과하게 하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어제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이 임동원 대북 특사의 김정일 국방위원장 면담 불발을 관례에 맞지 않는다고 하는 것은 틀렸다며 오히려 임 특사가 최대의 환대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현재 드러난 남북관계는 북한의 주장과 달리 ‘정상적’이지도 않고 ‘허심탄회한’ 의견교환이 이뤄지는 단계도 아니다. 오히려 북한이 최근 영변의 핵연료봉을 이동시키는 것으로 의심되는 활동이 포착돼 미 정부가 대단히 심각한 문제라고 밝히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이 핵 개발을 위한 발걸음을 늦추지 않으면서 그들이 관련된 중대한 의혹에 대해 문제가 없다며 대남공세를 펴는 이유를 잘 헤아려야 한다. 북한은 의혹 제기에 대해 “북남관계를 차단봉쇄하고 동족간의 대결을 조장하며 평화와 통일을 가로막으려는 미국의 적대시 정책의 산물이며 불순세력의 반북모략”이라고 매도했다. 대북송금의 실체를 알고 있을 핵심인물로 출국금지 상태인 정 회장과 김 사장의 금강산 방문을 거론한 것은 남한의 실정법까지 흔들어보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북한은 핵 개발 추진과 남한 여론 흔들기를 함께 달성하려는 이중전략을 쓰고 있다. 북한의 진실왜곡 선전에 한국 사회가 휘말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정부와 국민 모두 북한의 핵 개발과 대북송금은 반드시 실체가 규명돼 필요한 조치가 이뤄져야 하는 민족적 관심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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