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운전한 당신 아직도 제자리
열심히 운전한 당신 아직도 제자리
  • 양정현
  • 승인 2003.02.11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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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운전한 당신 아직도 제자리

양정현 기자             

          

@ 평일 오후 광명시청 사거리에서 파보레쪽을 바라보고 찍은 모습. 양쪽이 차로 꽉차있다.

 

 광명 교통의 한계수위가 다가온다.

 철산동 제일은행 앞에서 광명경찰서를 지나 철산교를 넘어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40분이다.
그야말로 열심히 운전해도 제자리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철산지하차도 공사로 차선과 신호체계가 변동되서 생기는 일시적 현상이기는 하나 불과 몇 년 뒤의 광명시 교통현실이라고 판단해도 무리가 없다.
광명시민이 출퇴근시 주로 사용하는 도로인 경인로와 서부간선도로의 교통현실을 보자.
인천과 광명, 부천 등 서남부 수도권 도시와 서울과 연결하는 경인로에는 하루 10만여대의 차량이 통행하고 있다. 교통정보 전문업체인 로티스에 의하면 이 도로의 출퇴근시간대 평균속도는 서울 전체 평균속도보다 시속 4~5㎞가 떨어지는 16~18㎞이다. 하지만 경인로 중에서도 단골 정체지점은 10㎞ 이하로 뚝 떨어진다.
내부순환도로와 연결되는 서부간선도로도 마찬가지. 이 도로는 출퇴근시간대 속도가 2000년에 비해 시속 4~8㎞ 떨어졌고 금요일 오후나 토요일엔 아예 길거리 주차장으로 변한다.
광명동 주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도로인 광명사거리 주변은 지금도 교통방송에 단골로 등장하는 상습정체도로이다.
앞으로 경륜장이 건설되면 주요 통행도로로 이용될 개봉교-광명사거리-광명7동에 이르는 연장 2.23㎞의 교통장애서비스수준(LOS)이 D-F 등급으로 나타날 정도로 최악이다.
교통난은 곧바로 환경난으로 오고 있다.
작년 환경부의 발표에 의하면 광명은 경기도 평균보다 높은 2회의 오존주의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발이 교통대란을 부르고 있다.

@ 광명동에 건설될 경륜장 조감도

많은 시민들이 광명에 정착하는 이유는 교통이 편리해서다.
광명은 안양천변을 중심으로 반경 3㎞ 범위안에 인구와 주요시설물들이 밀집해 있어 타도시에 비해 단거리 통행이 쉬워서 내부교통엔 별문제가 없는 듯 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광명은 앞으로 광명역세권 주변의 국제교류지구와 첨단음악산업단지, 가학산 반대편 폐광산지역의 생태환경공원이 광명시의 기본 개발계획안이 서있다,
건교부가 짓기로한 소하동일대의 임대주택 30만평 지구도 들어설 예정이다.
경륜장은 이미 착공에 들어가 있다.
더구나 또 하나의 복병은 철산동 저층아파트 일대의 재건축이다.
용적률을 최소 250으로 묶어도 25층 단위의 초고층 아파트들이 철산동을 뒤덮게 된다. 이렇게 되면 4-5배의 인구가유입되게 된다.  인구 50만이상으로 만든다는 것이 시의계획이기도 하다.
각종 개발계획이 현실화 되어서 늘어난 유동인구와 차들이 거리로 몰려나오면 그야말로 광명은 서남권 교통의 중심이 아닌 교통지옥의 중심에 서게 된다.
광명은 내부도로요건이 분당이나 과천 등 다른 신도시에 비해 열악한 수준에 있다.
더구나 더 큰 문제는 앞으로 광명이 갖고 있는 교통량을 수용하기에는 도로 자원은 부족한 것이다.

 무대책이 대책이다.

광명시의 주장은 앞으로 서울 외곽 순환도로가 연결되고, 신안산선, 제2공항철도, 경전철등이 생겨 앞으로의 교통 수요는 충분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계획이 완성되려면 10년이상은 걸리고 이 대책이 교통환경을 개선할지도 불투명하다.

교통개발연구원이 분석한 바에 의하면 서울도심으로의 출퇴근 인구가 많은 수도권 주요 7개 지점에서 도심으로 들어오는 시간을 비교한 결과 서울까지 오는데 도시철도는 85.2분, 승용차는 67분이 각각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즉 아직까지 대중교통이 승용차 출퇴근보다 현저히 빠르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실정에서 시민들이 대중교통 출퇴근을 앞장서 실천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특히, 2011년 광명시장기발전 구상 중 도로 및 교통환경계획안에 의하면 1997년에서 2011년까지 위와 같은 지하철과 외곽순환도로가 건설되어도 교통 수준은 별로 개선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아직까지 광명시는 중앙부서가 내놓은 경전철이나 외곽순환도로이외에는 자체적인 도시기반시설인 도로와 교통운용계획이 없다는 것이다.

 

      대책이 없으면 무리수가 나온다.

현재 광명시가 추진중인 각종 개발계획은 문제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도시발전장기구상안에 따른 계획적인 개발이 아니라 순간순간 튀어나오는 개발계획이 많다. 경륜장도 그렇고 음반밸리 등도 하나의 예이다.

분당이나 과천 안산처럼 계획도시가 아닌 광명은 보행환경이나 도로환경이 열악한 수준이다. 특히 광명동지역과 철산4동 구도로 지역은 최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기에 뚜렷한 교통대책이 없으면 무리수를 두게 되는 것이 일종의 법칙이다.
재 작년 반딧불이 서식지를 파괴하면서 무리하게 서독로 공사를 강행한 것이 실례이다.
교통난을 이유로 도덕산과 구름산에 터널을 뚫어 관통도로를 만들 위험한 계획도 가지고 있다.
올해 3월쯤이면 도시재정비계획이 나올 예정이지만 현재 광명시는 내부 교통량 분산을 위해서 구름산과 도덕산을 관통하는 도로신설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 하나는 경륜장 유입도로로 경륜장과 목감천을 잇는 교각계획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교통영향 평가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내부교통량 분산보다 오히려 역유입이 되는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른다.
아무런 대책 없는 개발은 산이건 논이건 가리지 않는다.
산림환경과 인간의 기본권을 크게 훼손시키며 까지 도로를 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 광명사거리는 상습정체지역이다. 지하철 7호선 건설 후에도 상태는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사람의 희생을 전제로 한 자족도시는 없다.

광명시가 개발정책을 추진하는 근본이유는 재정자립도 향상을 통한 자족도시의 건설이다. 그러나 주민들의 생활을 안락하게 해 줄 도시의 하부 구조는 허약하기 짝이 없다.
자족도시라는 것을 발전의 상징이 아닌 재앙의 상징으로 우리 나라는 받아들여질 수 밖에 없다. 도시기반시설이 없이 삶의 질 희생을 전제로 한 자족도시는 이미 자족도시가 아니다.
우리 주민들의 생활조건은 날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길을 다니기 어렵고, 마실 물이 없어지며, 휘발유 냄새가 풍기는 공기를 숨쉬어야 한다.
얼마전 인근 구로구에서 서울시에 서남권에 대한 광역교통대책을 조속히 세워줄 것을 요구한바 있다. 광명시는 이에 비해 어떤 교통대책을 서울이나 경기도에 요구한 바가 없다.
시장직속으로 교통문제를 전담할 기구를 상시적으로 운용하며 장기적인 교통대책을 조속히 세워야 한다.

개발만이 존재하는 도시에서는 보편적인 인간의 기본가치까지도 왜곡하게 된다. 인간이면 모두 가지고 있어야 하는 기본 권리까지도 서슴없이 제약하게 된다. 우리 모두를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말이다.

 

 <광명시민신문 양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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