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70년대 지휘관 보는 것 같다....시, 주민 민원 많아...단속 할 수밖에.
▲ 장터 단속으로 장이 서지 못하다, 임시로 차량 등에서 물건을 팔고 있다. 하안4단지.
장을 보러 온 주민들은 급히 물건을 샀고, 단속 나온 공무원들은 그 장면을 지켜봤다.
시가 무단투기 쓰레기와의 전쟁을 선포한데 이어, 공동주택 내 알뜰장터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시 행정이 전쟁 수행에 바쁘다. 심지어 알뜰장터와의 전쟁은 그 규모가 컸다. 공무원들 2,3백여명 규모의 대군이 동원됐다. 시간도 일렀다. 오전 7시부터 준비가 시작됐다. 14일 오전 상황이다. 시는 아파트 단지 내 알뜰장터에 대해 각 종 민원을 이유로 단속의 칼을 뺀 것이다. 그리고 그 격전지는 하안주공아파트 4단지다.
▲ 장터가 설 장소를 시 관용차량과 공무원들 차량들이 막고 있다.
이날 오전 7시부터 상황은 시작됐다.
알뜰장터가 서 있는 곳에 대해 시 공무원들은 차량을 동원해 위치를 먼저 선점했다. 장터가 서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진두지휘를 하기 위해 시장은 전면에 섰다. 법대로 시장의 모습이다. 그리고 소신으로 무장했다. 공무원들의 차량 주차도 모자라, 시는 청내 방송을 통해 직원 동원령을 내리기도 했다. 4단지는 때 이른 공무원들의 무리와 장을 보러 온 아파트 주민들로 뒤엉켜 장관을 이뤘다. 무슨 이벤트라도 있듯이. 그리고 이날 시청 주차장은 평소보다 한가했다. 아파트로 빠진 차량들 때문에.
주민들, 화염병만 안 돌아다녔지...철거 현장 방불.
이날 정상적인 장터는 서지 못했다. 그리고 물건을 팔러온 이들은 차량에서 임시로 물건을 팔아야 했다. 오전 시간이 한 참 지난 후 11시가 넘은 상황에서 이뤄진 일이다. 주민들 역시 물건 판매 차량과 임시 장소에 모여 물건을 사가느라 인산인해를 이뤘다.
▲ 2백여 공무원들은 이날 알뜰장터를 막기 위해 현장으로 나왔다.
한 주민은 이 일이 그리 급한 현안이냐며 시 행태를 비판했다.
공무원들은 상황을 지켜봤다. 차량을 동원해 장터가 서는 것을 막긴 했지만, 차량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행위는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물건을 파는 이들은 당일 처리해야 할 물건들로 인해 가격을 내려 처분하다시피 판매했다. 한 상인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팔 수 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급히 판매하는 것”이라며 당일 상황에 대해 못 마땅한 입장을 표시했다. 주민들은 유모차를 끌고 오고, 자전거를 끌고와 물건을 사가며 “왜 시가 장터를 막는 것이냐”며 불만을 표시했다.
▲ 몸이 불편한 노부부가 장을 보고 물건을 싣고 있다. 많은 주민들이 유모차를 끌고 나오고,
어르신들의 모습도 많이 눈에 띠었다. 이들은 왜 장터를 막냐고 불만이다.
4단지 입주자대표회의 현준호 회장은 시에 대해 강하게 불만을 토로했다. 시장의 태도에 대해서도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했다. 현 회장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시장과 면담을 가졌다고 한다. 그러나 결과는 “요식행위에 불과한 면담으로 수순 밟기였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고 말한다. 또 “문제 해결점을 찾고자 찾아갔지만 판사가 판결하는 것보다도 더하다”며, “아파트 주민의 대표로 시장을 찾아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고자 하면 그에 상응해 대화가 있어야 하지만, 대화가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민원에 대한 시장의 접근 방식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시장을 면담하러 간 자리인데, ‘시장직’이 아닌 “70년대 무슨 ‘지휘관’을 보는듯한 느낌이었다”고도 말한다. 법과 원칙에 타협이 없다는 시장의 소신은 그렇게 비쳐지고 있는 것이다.
입주자대표 회장, “시장은 마치 70년대 지휘관 같아...대화 안 돼”
한 회장을 포함 부녀회 회원들 역시 이날 시의 단속에 대해 이구동성이다. “용역을 동원해 철거민을 몰아내는 현장을 방불케 했다”는 것이다. 과장이겠지만, 주민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않았다. 오전 7시부터 70,80여명의 공무원들이 단지에 와서 공권력을 행사하는 것은 적당하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그동안 주민들은 주택과와 협의를 거치면서 자정 노력을 해왔다고 말한다. 이틀에 걸쳐 운영하던 장터도 일주일에 하루로 조정했고, 옆단지인 3단지와도 날짜를 맞추는 등 노력을 했다는 것이다.
▲ 부녀회는 장터 이익금으로 승강기와 노후화된 배관 등을 교체할 계획이라고 말한다.
또 알뜰장터 운영 수익금을 통해 승강기 교체 등 부족한 아파트 관리 사업을 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주민들 역시 단지 내에 상가도 없고, 가까운 시장도 없어 알뜰장터를 적정하게 이용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비교적 물건도 좋고, 가격도 저렴한 것도 주민들이 이 장터를 좋아하는 이유라고 한다. 또 단지 특성상 어르신들이 많아 알뜰장터는 이들에게 장을 보기 적당하고 재미거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1,346세대 중 63% 정도가 알뜰장터 운영을 원하고 있다는 연대서명을 받아 시에 제출했지만 묵인된 것 역시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장터 운영에 대해 시의 단속 방침을 이해 못하는 바도 아니지만, 동대표자 회의를 통해 협상방안을 마련하는 등 타협점을 찾고자 자체 노력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시가 일방적으로 공권력을 행사한 것이라고 비판한다.
시, “주변 민원, 단속 불가피하다”
반면 시는 공동주택단지 내에 알뜰장터가 세워짐으로서 주변의 민원이 계속 제기돼왔고, 이러한 민원에 대응하기 위해 단속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담당부서 관계자에 따르면 “알뜰장터로 인해 단지 인근 상가들로부터 영업방해 등의 민원이 계속 제기돼왔고, 장터로 인한 소음과 냄새 등의 민원이 인근 동 주민들로부터 제기돼왔다”고 말했다. 또 “단지 내 차량 통행 흐름과 단지 주민들의 안전에도 영향을 주고 있고, 세금을 내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 주민들은 원하고 시는 막고. 소신 행정의 이면과 딜레마다.
시는 이런 상인들과 주민들의 민원에 대해 설령 알뜰장터 유치가 입주자대표회의 결정사항이라 해도 주택법 시행령 관련 조항에 의거 민원을 제기하는 상인들과 주민들의 이해관계를 침해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단속에 나서는 것이라고 밝혔다.
시는 그동안 광명시내 61개 공동주택 단지들 중에서 알뜰장터를 유치해 운영해온 15개 단지에 대해 알뜰장터를 운영하지 말 것을 지난해부터 공지하고 자발적인 협조를 구해왔다. 그리고 10여개 단지는 자체적으로 계약이 종료된 시점까지만 운영하고, 더 이상 운영 계약을 하지 않는 등 협조를 하고 있지만 4~5개 단지는 이러한 시의 방침에 항의해 계속해서 운영을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시 단속반과 마찰을 빗고 있다고 말한다.
▲ 주민들은 물건 사기에 바빴다.
하안동 주공아파트 3,4단지도 알뜰장터를 계속한다는 입장을 가진 단지 중에 하나다. 이 단지는 지난 7월말 알뜰장터와 계약이 종료됐지만 다시 알뜰장터를 운영한다는 입장이다. 주민은 조정을 원하고 있고, 시는 지난해부터 단속 방침을 통보한 것이니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 둘이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주민들이 알뜰장터를 이용해 왔고, 이날도 많은 주민들이 장을 보러 왔다. 시의 법대로 원칙이 주민들의 요구와 동떨어진 이유다.
주민 50%이상이 찬성하는데,그들의 의견은 무시해야하고 극소수의 님과 같은 의견은 반영해야한다는 식의 논리는 뭡니까?
규모를 줄이자고하던가/대안책을 내놓아야지 님과 같이 무조건 없애야한다는 식은 서로 감정싸움만 하게됩니다.